“전국노래자랑~”

일요일이면 울려 퍼지던 목소리를 이제 들을 수 없게 됐다. 8일 ‘현역 최고령 MC’이자 ‘국민 MC’ 송해(본명 송복희)가 향년 95세의 나이로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하면서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1월과 지난달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3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8일 향년 95세의 나이로 별세한 ‘영원한 국민 MC’ 송해. KBS 제공

1927년 일제강점기 시절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 전쟁 때 연평도에서 미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실향민으로 바닷길을 건너오면서 ‘바다 해(海)’ 자를 예명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송해’가 됐다.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1955년 유랑극단 ‘창공악극단’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타고난 입담과 위트로 당시 고 구봉서, 고 서영춘, 고 배삼룡, 고 이순주 등과 함께 극장 쇼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신세 좀 지자구요’(1969)를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여성 코미디언 일인자 고 이순주와 명콤비로 활약, 국민에게 웃음을 전하며 ‘희극인’으로서 이름을 알렸다.

1974년에는 교통방송 라디오의 시초가 된 동아방송 ‘가로수를 누비며’를 통해 17년간 라디오 DJ로 활동했다.

무엇보다 1988년 61세의 나이로 자신의 대표 프로그램 KBS1 ‘전국노래자랑’과 인연을 맺으며 ‘일요일의 남자’가 됐다. 그는 34년간 공개 녹화를 통해 무려 전국의 1000만 명이 넘는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최근에는 건강상 이유로 ‘전국노래자랑’ 하차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제작진과 스튜디오 녹화로 방송에 계속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노래자랑’ 외에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와 여러 편의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 웃음을 주었다. 2011년에는 여든 살이 넘은 나이에 전국을 돌며 단독 콘서트를 열며 서민과 만났으며, 지금까지 12장의 앨범을 내며 노래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이 개봉했으며, 올해 설 연휴에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악극으로 그린 KBS2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가 방송됐다.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해 온 공로로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또 지난 4월 최장 단일 프로그램 MC 기록을 인정받아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 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덕분”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서울 종로 ‘송해길’과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서는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되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두 딸 숙경, 숙연 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