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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의 무비셰프 <33> 장첸(張震)

사나이다운 매력남 대만 영화배우 장첸

  • 정익진 시인
  •  |   입력 : 2022-05-14 1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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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배우 장첸(1976년 생)을 최근에 본 것이 영화 ‘듄’(드니 빌뇌브 감독·2021)에서 였다. 비밀을 간직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그림자 같은 역할이었다. 2021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로, 장첸이 유에 박사 역을 맡아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했다. 원작보다 분량이 상당히 줄기도 하고 삭제된 장면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 중간에 너무 허무하게 죽임을 당해 좀 아쉬웠다.

대만의 배우 장첸은 출연작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첸의 팬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 있는 2021년 영화 ‘듄’ 속 장첸 모습이다.
뜻밖에 잘 알려지지 앉은 영화 ‘폭설(추이시웨이 감독·2019년)’이란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보게 되었다. 촬영이 백두산에서 이루어졌다 해서 더욱 흥미로웠다. 영화 속 폭설은 화면을 찢을 듯 강렬해서 몸이 으스스 떨려왔다. 영화도 재밌었다. 이 영화의 주연인 장첸을 잘 모를 때였고 시간에 맞춰 티켓을 끊다 보니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다.

한겨울 폭설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는 백두산에서 올로케이션했다. 백두산 호랑이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이다. 첫 장면부터 사건이 긴박하게 흘러 몰입감을 드높였다. 눈 덮인 산악지대를 차량을 운행하며 순찰하는 두 경찰 중, ‘샤오송’은 범죄 조직원에게 살해당하고 이를 현장에서 목격한 동료 ‘캉하오(장첸 분)’는 동료의 복수를 위해 조직의 두목을 찾아 나선다. 사나이 의리를 중시하고 재미있어 하는 우리 감성에 잘 젖어 들어 관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아주 몰입되어 화면애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마도 장첸을 본 것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었겠지만, ‘폭설’을 통해 그의 면모에 관심을 갖고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장첸은 양조위나 금성무 같이 잘생긴 배우에게서 풍기는 감미로움보다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는 편이다. 악당이나 다중인격을 가진 그런 역할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다.

장첸이 주연한 영화로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됐던 영화 ‘폭설’ 한 장면. 백두산에서 찍은 중국 영화다.
 영화는 경찰과 악당의 대립이라는 범죄영화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로 출발하지만, 영화가 진행할수록 그 대립각은 희미해진다. 누가 선하고 악한지를 나타낸다기보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살아남으려는 본능에 초점을 둔다. 생사 순간에 놓인 인물들의 여과되지 않은 감성 연기가 폭설처럼 처절하게 메아리친다. 티브이에서 가끔 시청하는 프로그램 ‘극한직업’에 나오는 사람들보다 더 극한 상황에 놓인 그들의 가혹한 운명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캉하오와 대결을 벌이는 조연들의 연기도 강렬하여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첫 장면. “하루 만에 종결될 사건이 아니야” “그래서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살 수밖에 없어“ 라는 캉하오의 비장한 표정과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시작된다. 동료 경찰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에게 그 선택이 틀렸다고 해도 더는 자책하지 말라며 연인 쑨옌(니니 분)이 위로하는 장면과 “1년 전 복수가 시작된다”는 문구가 가세해 과거 캉하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눈보라가 치는 가운데 쏟아지는 통나무 더미와 함께 금괴 호송차가 전복되는 장면부터 설산을 맨몸으로 구르는 하드보일드한 액션, 서로 장총을 겨누는 일촉즉발 상황까지 폭발하는 에너지로 충만했다.

배우 장체이 매력 넘치는 모습을 부여준 영화 ‘미스터 롱’ 포스터. 오른쪽이 장첸.
장첸 주연의, 또한 편의 잘 알려지지 영화 ‘미스터 롱’을 우연히 보았다. 살인 청부를 의뢰 받았지만, 임무에 실패한 킬러가 되어 한 조용한 마을에 숨어든다. 한 모자와 인연이 되어 생활을 이어가고 그곳 착한 마을 사람들에게 동화되어간다는 줄거리다. 누아르 영화치곤 시종일관 분위기가 차분하고 마을 사람들이 너무 순박하여 오순도순 반상회라도 하는 줄 알았다. 음식도 가져다주고 주인공이 요리도 해주고 친절해 킬러는 마을에선 금방 인기짱 아저씨가 된다.

유해진 배우가 출연한 한국 영화 ‘럭키’가 떠오른다. 일급 칼잡이이자 총잡이 살인 청부 업자 럭키가 대중목욕탕에서 비누를 밟아 크게 자빠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찧고, 충격을 받은 머리는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자기 이름이 무엇이고 직업이 무엇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주변 사람과 잘 어울렸다. 친절할 뿐 아니라 칼 다루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울 정도라 요리를 권유받게 되고, 신기에 가까운 요리 실력을 보여주는 바람에 대박을 치고 인기짱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다.

이 두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약간 비슷한 한 점이 있지만,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영화 ‘럭키’는 완전히 코미디 장르로 발판을 다졌다면, 영화 ‘미스터 롱’은 누아르로 시작해 멜로드라마, 가족 이야기 사이를 넘나드는 복합장르 면모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영화 초반, 주인공 롱이 대만에서 일본에 건너와 타깃을 제거하는 데 실패하고, 그곳에서 붙잡혀 여권이 불태워진 뒤 겨우 탈출한다. 옆구리에는 총상을 입는다. 롱이 쓰러져 있는 사이에, 꼬마 준이 롱에게 먹을 것과 옷 그리고 약 봉투를 놔둔다.

이 장면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원작의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탈옥수가 해변에서 어린 핍에게 발견되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핍은 탈옥수에게 마실 것과 음식을 가져다주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롱이 쓰러져 있던 곳은 철거 대상 지역으로, 고양이나 쥐가 들락거리는 폐허나 다름없다. 어느 날, 롱이 채소국을 끓여 먹고 있었다. 그 마을에 살던 할아버지가 맛보고 가더니 온 동네방네 방송하는 바람에 롱의 요리 실력이 알려지면서 영화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아무튼 동네 주민인 된 킬러 롱은 대만으로 밀입국하는 배를 타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롱은 중국식 국수 장사를 하게 된다. 평화는 계속되지 못했고 느와르 영화답게 잔잔한 평화의 무드를 깨고 딱 한 번 피비린내 나는 칼부림 난투극 장면으로 거의 마무리 된다. 롱은 일당백으로 상대 조직 깡패들과 용감하게 싸워 모두 쓰러뜨린다. 장첸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리 볼 만한 영화 같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에게 동화되어 우정을 다지며 생활하는 장면이 볼 만했고, 특히 동네 꼬마 준과 맺는 끈끈한 관계는 서부극 고전 ‘셰인’을 떠올리게도 했다.

장첸의 얼굴에는 묘한 분위기가 서려 있어 저게 뭐지 하고 자꾸 보게 된다. 약간은 검은 피부, 날카로운 눈매, 목소리 연기도 좋고, 악역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음산함이 깔려있는 얼굴이다. 얼굴 자체는 스윗(sweet)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영화 ‘마스터’의 호아킨 피닉스처럼 좀 싸이코 같은 배역을 맡아도 잘 연기 할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대만 뉴웨이브를 세계에 알린 빛나는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한 장면. 14살 장첸의 데뷔 작품이다. 사진 속 장첸은 어디에?
장전(張?震, Zhang Zhen, 1976년) 또는 장첸(Chang Chen)은 대만의 배우, 가수이다. 매우 어린 나이에 대만의 명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통해 데뷔했다. 당시 14살이던 장첸은 영화배우인 아빠 장국주가 촬영 때문에 집에 자주 오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배우 꿈이 없었다 한다. 그런데 영화에 주인공 샤오쓰의 아빠이기도 하고 진짜 아빠이기도한 장국주가 먼저 캐스팅된 바람에 주연급 샤오쓰로 캐스팅되었다. 영화 촬영 당시에는 시켜서 했지 연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데뷔작으로 장첸은 전후후무한 금마장 남우주연상 최연소 후보(15살)로 기록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이후 학업을 위해 연기를 그만뒀으나 학업을 마치고 다시 에드워드 양을 찾아가 영화 ‘마작’을 찍었다.

1998년, 왕가위 감독과의 동업이 시작되엇다. 영화 ‘춘광사설’에 비중 있는 캐릭터로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2년간 대만군에서 복무(우리나라 의무 군복부와 비슷함) 했는데 대만이 징병제를 유지하던 90년대 후반이다. 전역 뒤,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에서 옥고룡의 연인 역으로 주목받앗다. 작품 또한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며 스타 반열에 오른다.

왕가위, 허우샤오셴, 톈좡좡, 오우삼, 사부 감독 등의 작품에 꾸준히 캐스팅됐다. 왕가위의 2000년대 초 영화에 거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큼 자주 나왔으며 영화 ‘일대종사’에서도 남성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다만 편집 과정에서 분량이 대폭 축소되엇다는 안타가운 소식도 전한다. 오우삼 감독과 작업한 영화 중에서 가장 히트한 영화는 ‘적벽대전’의 손권 역이었다. 한국 감독 김기덕 의‘숨’이란 영화에도 주연으로 출연해 조금 의외였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봉준호 감독이 추천한 영화 1순위에 뽑힌 영화라 해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1991년 개봉한 대만 영화. 미국에는 2011년 개봉하였고, 대한민국에는 개봉 26년 만인 2017년 개봉하였다네. 무엇 때문에 개봉이 늦어졌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청소년 살인이라는 위험한 주제를 다루어서였을까.

러닝타임이 237분, 3시간 57분짜리 영화이다. 거의 4시간이지만, 50여분이 삭제되었다 한다. 그렇게 긴데도 장면 하나하나가 치밀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번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볼 때부터 더 새롭고 경이로운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만 역사상 최초 미성년 살인범 소재라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주제 영화가 있었을까 (영화 ‘친구’ 정도?). 이 영화는 허우샤오셴의 ‘비정성시’,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와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대표한다. 다만, 실제 사건이 배경이지만 각색되었기에 실제 사건과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거장 허우샤오시엔(왼쪽) 감독의 영화 ‘자객 섭은낭’에 주연으로 나온 대만 배우 장첸이 갈라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떠오른 작품이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하고 세르쥬 레오네가 감독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갱스터&느와르 영화계 최고 걸작 ‘대부’ 시리즈에 필적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유대계 미국인 갱스터들의 우정과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의 갱스터 행각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소년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주제곡 ‘아마폴라’가 흐르는 가운데 여성 데보라(제니퍼 코넬리 분)의 춤 연습을 누들스(로버트 드니로 분)가 훔쳐보는 장면이 먼저 생각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주인공이 장첸이라 해서 보는 중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장첸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장첸의 데뷔작이고 장첸이 14살에 출연했다는 것을 모르고 봤기 때문이다. 소년 장첸이 더 잘 생긴 것으로 보였다. 약간 꺼벙하고 후줄근하게 행동하지만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그야말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들이 단순히 조폭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조직화된 패거리를 이루어 적과 아군 구별이 확실하고 배신까지 일삼게 된다. 제거 명령이 떨어지면 똘마니들은 적의 비밀장소를 급습하여 패싸움을 벌여 상대를 제거한다. 느와르 영화가 따로 없다. 조폭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는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총은 사용하지 않는다. 창과 칼로 싸우는 중세 전쟁터를 연상케한다. 식칼, 사시미 칼, 야구방망이, 쇠몽둥이, 재크 나이프, 손도끼, 망치. 무기가 될 만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전투에 임한다.

14살 소년 샤오쓰(장첸 분)는 국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중학교 주간부에서 야간부로 좌천당하고 ‘소공원’파와 어울려 다닌다. 샤오쓰는 양호실에서 샤오밍(양정이 분)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소공원’파 보스 허니의 애인으로, 허니는 샤오밍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조직 ‘217’파 보스를 죽이고 은둔 중이다. 보스의 부재로 통제력을 상실한 ‘소공원’파는 보스 자리를 두고 혼란에 빠지고 돌연 허니가 돌아오면서 ‘소공원’파 내부와 ‘217’파간 대립이 더욱 가열된다.

밍을 사랑하게 된 샤오쓰도 이들의 싸움에 휘말린다. 샤오쓰의 말과 행동도 점점 거칠어지고 암흑화되어 가면서 짍투에 눈이 멀어 엉겁결에 샤오밍을 칼로 찌르고 만다. 놀라운 것은 소년 갱스터 간 권력다툼이나 느와르 특유의 폭력성은 인정하겠는데, 소년들이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조직간 싸움에서 처참한 살인 장면이 등장함으로써, 그 위험수위가 높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나는 장면은 샤오밍의 남자이자 소공파의 두목인 허니의 등장과 죽음이다. 두목이라해서 어마무시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인 줄 알았는데 하얀 해군 모자 같은 걸 쓰고 등장해 우습게 보였고, 쌈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목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다. 보스치고는 너무 연약한 보스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무엇을 상징했을까?

영화 ‘적변대전’에서 손권 역으로 출연해, 실제 손권은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선사한 장첸.
장첸은 영화 ‘일대종사’(2013년)’에 출연해 남성 다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내리는 빗속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에서 그의 무술 솜씨는 아주 뛰어났고 매서운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터치가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팔극권이라는 무술을 선보이는데, 장첸은 실제로 팔극권 유단자이고 대회에 나가서도 우승한 바가 있다고 전한다.정익진 시인 ij0715@hanmail.net

추신: 장첸은 한국과 관련이 많은 듯하다. 2001년 한국 듀엣 가수 브라운 아이즈의 뮤직비디오 ‘벌써 일년’에 이어 2002년에는 ‘점점’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였다. 권투선수로 나온다. 부산에서 촬영했다. 2005년 영화 ‘에로스’ 홍 보차 내한했을 때 일곱 번째 한국 방문이었다고 한다. 2007년 고 김기덕 감독의‘숨’ 주연을 맡았다. 2008년, 영화 ‘적벽대전’ 홍보 차 내한했다. 2015년, ‘자객 섭은낭’으로 BIFF에 참석했다. 우리와 인연이 많은 만큼 더욱 세계적인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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