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은 쉽고도 어렵다.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 늘 노래 불러도 뜻은 알듯 말듯 하다. 그래서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에서 보듯 변상도가 있어 말씀의 요체가 쉽게 이해된다.

제1통영트리엔날레 기간(3월 18일~5월 8일) 연화도 연화사에서 열린 ‘바다 너머 피안’ 전시회에 소개된 성각스님의 작품 ‘무(無·왼쪽 사진)’와 ‘산(山)-유심(唯心)’.

통영 바다 한 가운데 연화도에서 만난 성각 스님의 ‘보리달마’ 그림은 화가 잔뜩 난 반인반수의 모습이다. 기존의 갈대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달마와는 딴판이다. 여기서 인간이 짐승이 되어가는 우리 시대 자화상을 본다. ‘어떤 것이 법(法)인가’ 묻는 나에게 ‘생겨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마음 같은 것’이라고 응수한다. 오히려 변심이 죽 끓듯 하는 내 마음을 돌아본다.

선재동자.

하지만 ‘선재동자’는 이와 반대다. 만면의 웃음으로 입이 귀에 걸린 동자가 부(富) 길(吉) 재(財)를 바리바리 실은 소를 타고 등장한다.

‘세상사 시작과 끝을 알고자 하는(欲知頭眉)’ 뭍사람에게 성각은 선재동자의 윤회바퀴를 천상에서 연화도로 굴려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山-유심’에 가서는 ‘선(禪)’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갈필(渴筆)의 폭포수로 보여주고, ‘無’의 먹색은 까마득한 태초의 우주를 현현시켜내고 있다. 그야말로 암흑물질이 먹이고, 추상표현주의 원조 또한 필묵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새삼 절감한다. 알쏭달쏭한 ‘공(空)’ ‘달마’ ‘선’과 같은 언어가 무슨 뜻인지도 성각의 그림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성각 필묵은 그 자체가 실상(實相)이자 방편이다.

필묵 꽃과 향기의 천지가 된 통영 앞바다는 그야말로 피안(彼岸)이다. 이승의 번뇌를 한순간에 소멸시킨다. 기계시대 휘황찬란한 도시의 조화(造花)는 현지우현(玄之又玄)의 아득한 성각의 일점일획을 만나 생생활활한다. 동시에 역사 심연에 내장된 천년 풍류의 기억까지 모락모락 피워낸다.

보리달마.

무(巫)와 같은 우리 생각의 원형을 외래사상인 유(儒) 불(佛) 도(道)로 녹여 체화시켜낸 용광로 같은 융복합 문명의 터전이 바로 한반도다. 하지만 20세기라는 식민지 서구화 터널을 지나오면서 우리 예술의 유전인자인 필묵 언어는 망각된 존재가 되었다. 오일과 브러시, 설치 영상과 같이 붓과 먹으로 우리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해 본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여기서 성각 필묵은 그 자체가 귀한 존재가 된다. 서구 수용과 이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재해석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