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30> 김선남 작가 그림책 ‘다 같은 나무인줄 알았어’

“같은 나무도 자세히 보면 다 달라요,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5-08 19:01:35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서울 출신… 결혼 후 경기도 정착
- 도심서 벗어난 뒤 자연에 눈 떠
- “다름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나무
- 아이들 같은 잣대로 평가해 상처
-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받아들여야”

이십대의 어느 겨울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앙상한 가지가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 나무들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저게 무슨 나무지?” 중얼거렸는데 동행했던 선배가 한심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툭 치며 “네가 학교에서 제일 많이 봤던 나무도 못 알아보느냐”며 핀잔을 준다. ‘가장 많이 보았던 나무’라는 힌트에 퍼뜩 생각해냈다. 벚나무였다. 벚꽃이 필 때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난리법석을 피웠던 필자였다. 그런데 다른 장소에 서있고, 꽃이 떨어지고, 잎이 졌다고 해서 그 나무를 알아보지 못했다니…. 부끄러웠다. 벚나무뿐이랴. 꽃과 잎을 떨구고 가지만 드러낸 나무라면 알아보지 못한다. 사시사철 같은 모양새인 소나무나 겨우 알아볼 정도다.

그 여행길에서의 ‘벚나무 사건’을 생생하게 떠올려 주는 그림책을 만났다. 김선남 작가의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이다. 그림책의 글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 처음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꽃이 펴서 알았지. 벚나무였다는 걸.”

작가에게 나무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김선남 작가를 경기도 군포에서 만났다.
김선남 작가가 살고 있는 경기도 군포시 능안공원 앞에서 만났다. 책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에 등장하는 공원은 작가가 매일 걷는 이곳을 떠올리게 한다.
■낯설었던 자연을 받아들이다

김선남 작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결혼을 하면서 경기도에서 산지 20여 년이다.

“저한테 나무의 생태를 물어볼 건 아니죠?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그저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작가에게 처음 연락을 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작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뭘 아는 게 있어야 물어볼 게 아닌가. 그저 나무를 좋아하다 보니 나무를 그린 그림책도 좋아하는 독자를 만난다는 생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선남은 도시 아이였다. “서울 명동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제가 다닌 초등학교도 명동성당 안에 있었어요. 시국 집회를 일상 풍경처럼 보고 최루탄 냄새가 익숙했지요. 시골 풍경은 물론이고 자연생태도 제겐 책에서나 보던 것이었어요. 서울도 변두리로 나가면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저는 도심 한 복판에서만 살았던 터라 낯설기만 했어요. 결혼을 하고 경기도에서 살면서 조금씩 익숙해졌지요. 어느 정도였느냐면 밭에서 금방 따 온 상추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깨끗하게 다듬어 포장된 마트의 상품으로만 봤던 채소가 아니었으니까 신기했지요. 그랬던 제가 많이 변한거지요.”

김선남은 군포의 능안공원 앞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를 나와 공원의 언덕길을 넘어 작은 작업실로 간다. 매일 걸어가는 길에 나무와 꽃이 있다. 그가 “산을 넘으면 작업실”이라고 했기에 정말인 줄 알았는데 언덕이었다. 10여 분이면 갈 길을 그는 30~40분 걸려 걷는다. 걷는 동안 보아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어찌 산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능안공원의 수목에는 특이한 팻말이 있었다. 작가와 함께 몇 개를 읽어보았다. ‘낙엽 지는 넓은 잎의 중간키 나무, 꽃은 3월에 산골짜기 얼음이 녹을 때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 피고 열매는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산수유에 대한 설명이다. 덜꿩나무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넓은 잎의 작은키 나무. 흰꽃은 5월에 모여 피며 열매는 주홍색으로 익고 윤기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 소박하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다정한 설명이다. “이 동네에 사는 할아버지 한 분이 이걸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능안공원이 주민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능안공원에는 지금 덜꿩나무가 흰꽃을 피우고 있다.

■ 나무와 그림이 만나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김선남 지음 / 그림책공작소 / 2021
김선남은 왜 나무를 그리게 된 걸까.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화가에게는 금기시 된 소재 중 하나가 나무에요. 이미 훌륭한 나무 그림이 많이 있기 때문이고, 또 그것을 뛰어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큰 부담도 있죠. 하지만 전 나무가 좋았습니다. 저에게 나무는 조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대상입니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어린 조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생겨났다. 김선남의 마음에서 나무와 그림책은 그렇게 만났다. 지금까지 주로 나무 그림을 그렸다. ‘은행나무’ ‘날아라 막내야’ ‘나무 하나에’ ‘한 나무가’ ‘갈대의 길’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를 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를 담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서울 이야기’도 냈다.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은행나무 씨앗을 품은 화분을 들고 왔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씨앗을 심게 하는 식목일 행사를 했던 겁니다. 아이는 열다섯이 되었고, 지금도 그 나무가 우리 집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집에서는 그 화분이 슬며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김선남의 집에서는 은행나무와 아이가 함께 자랐다. “나무를 키우면서, 또 나무를 보고 그리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같은 나무라도 자세히 보면 달라요. 한 가지에서 핀 잎도 다르고요. 다 달라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답니다. 우리 사회는 모두 다른 아이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보고 평가하려 합니다. 그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름’이 있다는 걸 알아주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김선남의 책이 ‘나무’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가 정작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는 ‘다름’이었다. 모두 다 다른 채로 자신의 자리에서 자라는 것, 나무도 사람도 그렇다는 것. 그게 자연이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를 펼치면 나무가 자라는 공원이 있다. 작가가 매일 걷는 능안공원이 떠오른다. 계절마다 다른 꽃과 열매로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 세상에는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다르다.

김선남은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나무를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나무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전에 생겨나 그 무수한 세월 속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5. 5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6. 6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7. 7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8. 8[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