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식 작가 유화 25점 등 소개

“글에 숨쉬는 호흡이 중요하듯 그림도 시선이 쉴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합니다.”

김명식의 ‘East Side-MS04’. 미광화랑 제공

일흔이 넘은 김명식 작가의 최신작 시리즈 ‘컨트리사이드(Countryside)’는 온통 초록이다. 봄날의 싱그러운 전원 사이로 분홍 노랑의 봄꽃이 캔버스를 화사하게 장식한다. 나이프로 겹겹이 색을 올려 다채로운 색감을 구현하는 그의 작업은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데, 색의 덩어리로 넓게 펴낸 전원의 풍경은 평온한 분위기와 경쾌한 색감으로 오래 눈을 머무르게 한다.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이 오는 20일까지 ‘김명식 초대전- 희망과 평화, 화합의 메시지’를 연다. 1984년 서울 신세계화랑에서 첫 개인전 이후 8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연 그는 ‘매우 부지런한 작가’로 불린다.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임한 이후에도 일흔이 넘도록 연간 몇 번의 전시를 열 정도로 다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유화 작품 25점과 전국을 돌며 드로잉 한 여행스케치 20여 점 등을 걸었다.

작가는 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열어내곤 했다. 이번 전시에선 2004년 미국, 2010년 일본에 교환교수로 머물면서 펼쳐낸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시리즈와 2015년 퇴임 이후 터를 잡은 용인에서의 전원 생활을 화폭에 옮겨낸 ‘컨트리사이드’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지붕이 뾰족한 오각형의 집 모양이 그려진 작품은 이스트 사이드 시리즈다.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는 미국 뉴욕으로 떠났는데, 어느 날 전철에서 보이는 창밖 집들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보이면서 작품 세계에 빠져 들었다. 집들의 다양한 색깔은 거주자의 인종과 성격 등을 상징한다. 그러고 보면 지붕과 창문, 대문은 영락 없이 사람의 머리 눈 입이다. 여러 색을 띄는 집들이 미국이라면, 찍어낸 듯 모두가 빨간 지붕과 흰색 벽의 집들은 일본을 표현했다.

‘집’에 집중하던 그의 시선은 퇴임 후 용인으로 집을 옮기면서 논과 밭, 꽃과 길 등으로 확장했다. 집은 작아졌고 여백을 남겨둘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도시에서 교외로 나오면서 주변 풍경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을 볼 때 눈이 쉴 수 있는 곳을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