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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저무는 석양과 수평선, 그 찰나의 영원한 기록

부산국제갤러리 내달 15일까지 우고 론디노네 회화 17점 전시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4-10 19:07:4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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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색으로 서정적 이미지 극대화

사랑하는 연인이 세상을 떠나자, 작가는 그와 함께 감상했던 매일의 석양을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 단순한 구성에 색은 오로지 3가지만 사용했다. 대신 색채는 노랑 주황 파랑과 같이 보색 조합으로 노을의 섬세함을 표현해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우고 론디노네의 ‘neunzehnterfebruarzweitausendundzweiundzwanzig’. 국제갤러리 제공
감각적으로 시간을 기록하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가 다음 달 15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그의 이번 전시는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서울에선 조각 시리즈를, 부산에선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두 개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고유한 작품군을 전시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물리적 거리감을 초월하고, 작품이 자리하는 스펙트럼의 범주를 넓히게 된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mattituck(매티턱)’ 회화 시리즈 17점을 전시한다. 매티턱은 작가의 집이 위치한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지명이다. 전시장 문턱을 넘어서면 매티턱 해안의 석양이 길게 펼쳐지는데,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반복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작품 사이즈는 A4 크기 정도로 작은 편이다. 담담하면서도 일상성이 더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neunzehnterfebruarzweitausendundzweiundzwanzig’와 같이 유난히 긴 작품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다른 연작인 ‘cloud’나 ‘sun’의 제목도 이런데 모두 작품이 완성된 날짜와 연도를 독일어로 읽는 그대로 풀어쓴 것이다. 가령 한국어로 하자면 ‘이천이십이년사월십일’로 표기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작명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선 대규모 청동 조각 연작 ‘nuns+monks’를 주축으로 내세운다. 성인(聖人)의 신비로움과 엄숙함을 불러일으키는 다섯 점의 조각은 공간을 사로잡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나의 거대한 돌 위에 다른 색상의 작은 머리를 올린 의인형 조각들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발산한다. 관람객의 키를 훌쩍 넘어 우뚝 솟은 이들은 우상적 상징성으로 짓누르기보다 열린 상태로 그들을 환영하며, 거칠게 깎인 작품 표면은 치유자의 풍성한 옷자락을 연상시킨다.

한편 우고 론디노네의 이번 조각 시리즈는 아니지만, 부산에서도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위치한 F1963 야외공원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2015년 작품 ‘the dutiful(순종자)’이 서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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