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방어, 봄이면 도다리와 미나리 등 제철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들처럼 제철에 들으면 더욱더 절절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노래들이 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을 걸을 때마다 원치 않아도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있고, 촉촉하게 봄비라도 내리면 노영심의 노래 ‘4월이 울고 있네’가 제철이다. 저마다 떠오르는 제철 봄 노래가 한두 곡쯤은 있겠지만, 4월이 시작될 때마다 생각나는 가수가 있다. 2017년 4월 1일, 지독한 거짓말 같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김신영이다.

부산 출신 뮤지션 김신영 씨가 생전에 공연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김신영의 노래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세상에 나왔다. 2018년 김신영의 첫 앨범이자 추모앨범인 ‘아무 말없이-A Tribute To Shinyoung’은 김목인 시와 이호석 강아솔 등 동료뮤지션들이 그가 남긴 미발표 데모 음원을 다듬고 덧칠해 만든 앨범이다. 2019년에는 전우현과 함께 활동했던 듀오 부산아들의 앨범 ‘부산아들-계절의 순간’이 발표됐다. 김신영이 남긴 두 장의 앨범은 잔잔하게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 위에 단아하고 아름다운 선율, 만감이 교차하는 시적인 가사, 담백한 목소리가 딱 이맘때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화창한 계절의 순간에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노래들이다. 하필 김신영이 떠났을 무렵에 문득 생각나 찾아 듣다가 보면 만발한 꽃잎들을 흔들며 불어오는 봄바람에 취한 듯 결국 수없이 반복해서 듣게 되고야 마는 더할 나위 없는 4월의 제철 노래들이다. 김신영의 노래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끼리만 몰래 돌려 듣기에는 어쩐지 양심에 찔려서 ‘벚꽃엔딩’에 지쳐 새로운 봄 제철 노래를 찾는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바람이 있다면 짧은 이 계절에 부산아들 김신영의 노래를 놓치고 가는 가여운 사람이 더 없었으면 좋겠다. 부산아들의 ‘송정’‘불빛’ ‘새벽’과 김목인이 다시 부른 ‘산과들’ 이호석 강아솔이 다시 부른 ‘바람’을 추천한다. 비록 녹음 문제로 음원은 남아있지 않지만 부산아들의 ‘상춘’이란 곡도 라이브 영상으로 찾아보길 추천한다. 가장 좋아하는 봄노래 중 하나다. ‘차가운 바람 이제는 지나가고 서서 이렇게 맴도는 마음/ 꽃잎은 바람에 천천히 잃어가고 봄은 이렇게 잊혀져가네’ (부산아들 ‘상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