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오래된 집/조미영
검버섯 드문드문
삐딱해진 철 대문
그러거나 말거나
바람은 넘나들고
몸피를 벗어난 껍데기
옥상에서 자유롭다
1952년 마르세유에 지은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로 평가받는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d d’Habitation)은 ‘집은 살기위한 기계(House is a machine for living)’라고 화두를 던진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꿈이었다. 철저한 기계 문명 옹호자로 낙인찍힌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격리되고 감금된 게토(ghetto)를 해체하듯 아파트를 통하여 주변으로 밀려나는 도시 서민의 주거 혁신을 상상했다. 집의 기계화는 곧 유토피아의 상징으로 자부했다. 흥미롭게도 아파트 성공 신화는 단연 한국일 것이다. 1963년 한국판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곧 마포아파트였다. 이후 근대의 집이란 거대한 아파트단지이어야 했다. 아파트의 다양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우리는 기계화된 그 집에 종속되고 말았고 경제력을 요구하는‘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기억조차 희미한 두고 온‘오래된 집’의‘삐딱해진 철 대문’을 열고 들어가 해방된 ‘옥상’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안수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