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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익진의 무비 셰프 <31> 금성무(金城 武 Takeshi Kaneshiro)

풋풋한 미소, 악의 없는 표정이 매력적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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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감독 영화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에서 제갈량 역으로 나온 금성무. 이 영화에서 금성무는 제갈공명 역할을 인상 깊게 소화하고 표현했다.


중화권 배우들을 많이 알지 못해 좀 찾아보았다. 요즈음 인기라는 중화권 젊은 배우들이 좀 보이긴 해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세대에 따라 사람(배우) 보는 취향도 각각 다를 것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팬클럽이 성행하는 게 아닌가.

배우 금성무(1973년 생)는 아마도 양조위가 출연하고 왕가위가 감독한 영화 ‘중경삼림’에서 처음 본듯하다. 영화 ‘중경삼림’에 대해서는 양조위 편에서 어느 정도 언급해 두었다. 금성무는 잘생긴 배우이기도 하지만, 선한 눈빛과 약간은 소년다운 풋풋함이 있어 가파른 긴장감보다 좀 편안함을 주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름이 좋다고 생각했다. 금성무(金城武), 라는 이름이 한자 말이라 뜻풀이가 있겠지만 남성답고 믿음직스럽게 들린다. 그의 국적이 일본이란 것이 좀 뜻밖이었다.



멜팅 팟(melting pot)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인종의 용광로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다양한 핏줄이 섞여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별 틀린 말은 아니다. 주로 미국을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많이 들었던 표현이다. 이는 미국으로 수많은 이주민과 외국인이 모여 공통적 문화를 만들어가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현재의 미국은 다양한 문화가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되 각자 문화를 보존하는 ‘샐러드 그릇(salad bowl/ 고유의 맛을 지닌 각각의 채소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샐러드에 비유. 각각의 채소가 그 자체로 한 접시에 담겨있지만, 샐러드의 풍미를 더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론‘에 더 가까운 정책을 펼친다. 세계 흐름도 각자 문화를 인정해주며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다. 금성무가 동양인 혼혈이라 해서 좀 의아했는지 혼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범접하기 힘든 훈남 포스를 풍기는 배우 금성무.
금성무(1973년 생)는 오키나와-대만계 일본인 배우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현재는 도쿄에 거주한다.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화권 배우로 통한다. 그래서 한자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금성무로 인식한다. 서양식으로 읽은면 Takeshi Kaneshiro로 발음한다. 한어 병음 발음으로는 진청우. 가네시로 다케시가 주로 활동하는 중화권에서도 그의 성에 대해서는 헷갈려 한다. 성이 金城이 아니라 金인 줄 아는 중화인도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글자 성씨가 있다. 남궁이나 황보, 제갈이나 선우라든지, 따라서 금성무는 금성이 성이고 이름이 무이다. 참고로 가네시로(金城)는 오키나와의 대표적 성씨 가운데 하나이며 원래 오키나와어로 ’카나구시쿠‘로 읽는다. 그렇다면 오키나와 언어가 따로 있었을까.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다소 다른 문화와 역사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금성무는 오키나와 출신 류큐계 일본인인 아버지 가네시로 후시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명 가네시로 다케시는 타이베이에서는 일본인 외에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고급주택가 톈무(天母)에서 자랐으며(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듯) 중학교까지는 타이베이 일본인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는 타이베이 아메리칸 스쿨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영어뿐 아니라 푸퉁화(대륙 중국의 표준 중국어), 광둥어, 대만어, 일본어에 능통한 말 그대로 잘생기고 다재다능한 엄친아이다. 그러니까 금성무의 경우 국적이 일본이기에 ‘중-일 혼혈’이라 부를 수 있겠다.



영화 ‘중경삼림’(1994년)에서 하지무(경찰 223) 역을 맡은 금성무가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장면이 있다. 첫 장면은 간이식당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하지무가 실연당한 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인맥 없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초등학교 동창한테까지 야밤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바에서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임청하에게 “파인애플 통조림 좋아해요?”를 4개국어로 물어보는 장면이다. 광동어, 일본어, 영어를 시도하다가 마지막으로 푸퉁화를 쓴다.

이 영화에 출연할 당시는 금성무의 연기력은 검증이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왕가위 감독은 카페에서 금성무의 얼굴만 보고 마음에 들어 주인공으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금성무의 비주얼이 큰 역할을 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하지무를 연기하는 금성무. 그렇게까지 빼어난 외모로 살아가는 건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수려한 모습으로 외로움을 표현하다니.


‘중경삼림’에서 금성무가 나오는 장면과 함께 싯 귀절 같은 명대사 몇 개 간추려 보았다.



1.

사람마다 실연할 때가 있다. 실연하면, 난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하면 몸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



2.

우리가 헤어진 날이 만우절이라서 난 그녀가 농담하는 걸로 알았다.

농담이 한 달은 가길 바라며, 헤어진 날부터 매일 5월 1일 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샀다.

메이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좋아했다. 5월 1일은 내 생일이다. 30개의 통조림을 다 샀을 때에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모든 걸 잊기로 했다.



영화 ‘중경삼림’ 속 금성무.
3.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어느 물건이든 기한이 있다. 정어리도 기한이 있고 간장도 기한이 있고 랩조차도 기한이 있다. 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에 유효 기한이 없는 것은 없는 걸까?



4.

1994년 5월 1일, 한 여자가 ’생일 축하해‘하고 말해주었다. 그 말 때문에 난 이 여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기한이 영영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년 후로 적어야지.



금성무가 출연한 영화 ‘적벽대전(赤壁大戰, 2008년, Red Cliff)’을 최근에 보았다. 감독 오우삼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술회한다.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는 말로도 들린다. 금성무가 제갈량 역할을 맡았는데 의상과 분장이 매우 잘 어울렸다. 거기다 연기도 좋았고 젊고 늠름하고 핸섬하여 또 다른 제갈량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제갈량 역을 맡을 당시의 금성무의 회고담이 있다.



‘’적벽대전‘ 속 금성무. 백우선을 든 제갈공명 모습을 기막히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적벽’ 출연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명장(2007년)’을 찍고 있었다. 몸으로 때우는 장군 역을 하느라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머리를 써서 전투를 한다는 역할이 흥미로웠다. 제갈공명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영웅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전투를 잘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갈공명은 지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 번도 지혜로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적벽’의 제갈량 외의 다른 역할에서는 그의 백치미가 드러난 영화가 꽤 있었다. 금성무의 영화를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잘 어울린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약간 얼빠진 듯한, 아이 같이 떼를 쓰고 말 안 듣는 소년 같은 어른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영화 ‘적벽’을 보면 지략가 주유(양조위 분)와 제갈량 간의 전쟁에 관한 지략 대결(?)도 볼 만하지만 눈에 띄는 또 다른 인물은 조조였다. 물론 조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고 조조가 제갈량과 주유의 전술 때문에 적벽에서 참패하긴 했어도 영웅호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전쟁이 눈앞인데도 여인이 달여주는 차를 마시러 가는가 하면(이 부분은 경솔했다), 시문을 아는 문사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적벽대전이 임박하자 조조는 술잔을 높이 들고 단가행(短歌行/ 짧은 노래))을 읊는다. 시인 조조가 술잔을 높이 들고 우렁차게 ‘천하를 내 품에’를 낭송한다. 전쟁을 나가기 전에 군사의 사기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어 보였다.



“술잔 들어 노래하리,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까! 아침 이슬처럼 짧건만, 지난 세월 너무나 길었네. / 노랫가락 드높아도, 근심은 잊히지 않는구나. 어찌하면 떨칠까나? 오로지 술잔을 들 뿐이라. / 올곧은 현인의 옷자락, 내 마음에 맴도는구나. 그대 군자들 있기에, 지금껏 깊이 애모하네. / 사슴 무리 슬피 울며, 들판의 풀을 뜯듯. 귀한 손님 나에게 오면 비파 타고 피리 불리라. / 밝고 밝은 저 달, 언제쯤이면 거둘까나. 달빛 따라온 시름, 끊을 수가 없구나. /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몸 숙여 영접했네. 잔치로 회포 나누며, 깊은 인연에 감동하네. /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둥지 찾아 날아간 새 떼. 나무를 아무리 둘러봐도, 기댈 가지 없구나. 산은 높음을 마다치 않고, 바다는 깊음을 마다치 않네. 인재를 반긴 주공처럼, 천하를 내 품에.”



금성무의 ‘타락천사’(墮落天使/ 1995년, Fallen Angels)가 유명해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보았다. 그 유명한 ‘타락천사’를 왜 못 보았을까. ‘동사서독’이나 ‘타락천사’를 예전에 못 보았지만 이 영화들이 너무 유명해서 나도 아마 보았을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왜 ‘중경삼림’의 하지무(금성무 분)가 이 영화에 또 나오지 헷갈리기도 했다. 알고 보니 ‘중경삼림’의 연작개념(세번째 에피소드/ 살인자 이야기)으로 만든 영화라서 하지무가 또 등장한다.



다섯 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은 뒤 병을 앓고 난 이후에 말을 잃게 된 하지무(금성무 분)란 설정이 좀 엉성(?)하기도 한데 왕가위 영화가 워낙 예술이라 그런지 그냥 먹혀들어간 느낌이다. 하지무는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를 모시고 친구도 직장도 없이 살아가던 중 셔터를 내린 남의 가게에 숨어 들어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장사를 한다는 설정도 논리성은 없지만 역시 왕가위 영화가 워낙 예술이라 그런지 그냥 먹혔다. 사랑이란 걸 몰랐던 하지무는 어느 날 실연당한 여인 챨리(체리, 양채니 분)를 만나 왠지 모를 혼자만의 사랑의 감정을 틔운다. 말 못하는 하지무의 연기가 참 좋았다. 온갖 엉뚱하고 엉터리 같고 우습기도 하고 택도 없는 행동을 해도 하지무가 참 외롭고 슬퍼보였다. 희망을 잃은 세기말 풍경이 거칠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아마도 이런 장면들이 왕가위 감독 특유의 탐미주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락천사에서도 역시 싯 귀절 같은 명대사들이 많았다.



1.

나는 지금까지 고독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두려워 우린 늘 떨어져 있었다. 사업에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된다. 가끔 고의로 그녀에게 단서를 준다. 내가 원하는 곳에 나타나도록. 그동안 우리는 거리를 두었지만 그녀는 내 삶의 지울 수 없는 일부다.

그러나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



2.

나는 고독을 모른다. 아니 영원히 알고 싶지 않다. 함께 일한지 백 55주가 되었지만 처음으로 함께 앉아 본다. 사랑이란 감정이 두려워 우린 늘 떨어져 있었다.



3.

나는 고독이 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남들은 10대에 사랑을 경험하지만, 난 늦은 편이다. 눈이 높아서 일거다. 1995년 5월 30일 난 사랑에 빠졌다.



4..

난 고독이 두렵다. 그러나 홀로 남겨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것이다.

비가 계속 내렸다. 이 폭우 속을 어떻게 가야하나. 비옷이 절실할 때 그가 다시 돌아왔다.



배우 금성무(오른쪽). 영화 ‘중경삼림’ 한 장면.


추신: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에서 금성무(하지무)의 음식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배우 하정우도 잘 먹지만 금성무도 잘 먹는다. 계속 먹는다.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끝까지 먹는다. 입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냥 먹는다. 파인애플 일수도. 샐러드와 감자튀김일 수도 있다. 못 먹을 것이 없다.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먹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데 왜 먹는 것이 그리 슬퍼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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