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액의 속죄금 못내 궁형 고초
- 부친이 맡긴 사기 집필에 일념

명예를 지키는 죽음, 치욕을 당하되 대업을 이루는 삶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전자가 대세였던 시대에 사마천은 후자를 골랐다. 그의 소신은 뚜렷했으나 생몰 연대는 명확하지 않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해 수염이 없다.

기원전 99년, 한나라 5대 황제 무제 때 흉노와 싸우던 장군 이릉(李陵)이 투항해 환대를 받자 조정이 들끓었다(열전 49편 ‘이장군 열전’, 50편 ‘흉노 열전’). 3대로 장군이 나온 이릉 집안을 높이 샀던 사마천. 이릉을 홀로 두둔하다 참수 궁형 벌금형 중 하나를 치르게 됐다. 속죄금 50만 전이 없던 그는 남성을 내놓았다.

이런 비극에 앞서 기원전 110년, 부친 사마담은 아들에게 “너는 사관(史官) 가문 자손인 바 역사서를 편찬하는 가업을 넘겨받아 완료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열전 마지막 70편 ‘태사공자서’에 그 내용이 나온다. 부친의 이런 유지가 아들을 살렸다. 아들은 후세에 이름을 남겨 자신의 울분을 풀겠다는 일념을 불살라 사기를 써냈다.

산시성(陝西省) 룽먼(龍門) 출신인 사마천은 어릴 때 농사와 목축을 도우며 자랐다. 20살 때 남북 산과 강, 제나라 등 일대 제후국을 둘러보았다. 낭중 벼슬 때 정벌에 참여하고, 부친 관직을 이어받았다. 궁중 예의·제도를 관장하고, 역법을 지어 바치는 태사령이다.

저자는 왕실 서고인 석실과 금궤를 오가며 사료를 모아 기원전 104년 사기 저술에 들어갔다. 한신 고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았다. 궁형을 받고 5년이 지난 기원전 93년 사기를 거의 썼다. 부친 유지를 받든 지 17년 만이다. 몇 년 후 50대 중반 나이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