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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소통 안 한 영진위, 이전 기관으로서 고민 부족했다”

박기용 신임 영화진흥위원장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2-03-20 19:30:0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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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영화허브화도 우리 역할
- 지난 10년 정착기로 이해해주길

- 부산이 진정한 영화도시 되려면
- 지역 사람이 지역에서 촬영하는
- 로컬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새 영진위원장의 지역에 대한 이해나 소통 의지, 사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지금까지 영진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게 영진위의 부산촬영소 관련 입장을 부산시가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전과는 달리 영진위와 상호 간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기용 신임 영진위원장에 대한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의 평가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이 부산 해운대구 영진위 2층 카페에서 ‘부산에서의 영진위 역할’에 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지금까지 부산에서 영진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지역 영화 발전 정책은 고사하고 소소하게는 지역 행사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는 뒷담화까지 들렸다. 영진위는 부산과의 ‘거리두기’에 대해 “지역이 아닌 국가기관”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지역에서는 “그럴 거면 왜 내려왔느냐”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이면 영진위가 부산에 이전한 지 10년이 되지만 그 세월 동안 영진위와 지역 사이에 쌓인 것은 ‘벽’이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캐릭터’인 박기용 위원장의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이전 공공기관으로서 영진위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한 뒤 신입 직원 중에 부산 경남지역 출신이 많아진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반성하고 고민할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왜 부산으로 가야 하는지, 이전 이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그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0년은 정착기라고 생각한다. 영진위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해도 영화산업은 꼼짝 않고 수도권에 있다. 업무와 삶의 터전을 옮기는 과정에서 영화계와의 소통, 직원의 정착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조금씩 안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저희로서는 꼭 필요한 기간이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이전 후 지역 인력이 늘었나.

▶2013년 영진위에 부산지역 인원(최종학교 소재지 기준)은 2명에 불과했는데 최근 10년간 24명이 입사했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 비율이 30%인데, 2013년 이전 이후 입사자(58명)의 41.3%(24명)가 부산 지역 인원이다. 현재는 전체 118명 중 22%(26명)를 차지한다. 대부분 20, 30대로 부산 소재 대학 출신이다. 제가 들은 바로는 대다수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자원봉사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니 영진위에 입사했을 테고 영화를 좋아하니 BIFF에도 참여한 게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점이 부산 이전 후 영진위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부산에서 영진위의 역할은.

▶영진위는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 진흥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는 지역영화의 협력적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역할도 포함된다. 저는 부산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 허브가 되는데 일정 역할을 하라고 부산으로 이전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역 영화 행사에도 자주 참석하던데.

▶공적 행사니 당연히 갔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진짜 소통은 그런 게 아니다.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지역의 영화인 교수 문화예술인을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한다.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 영진위 공간에서 시민 대상 이벤트를 만들고 자료실을 공개하는 등 시민과도 소통할 계획이다.

-부산이 진정한 영화영상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조언한다면.

▶로컬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에 영화 관련학과가 13곳이나 되는데 여기서 졸업하는 젊은이가 부산에서 일하기 어려우니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 사람들이 남아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부산에서 부산사람이 만드는 부산 영화’가 많아지고 부산 영화를 시민이 적극적으로 보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부산 영화는 부산 영화인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부산 문화예술계가 협업해야 하고 크게는 시민이 합심해야 한다. 그렇게 돼야 궁극적으로 부산에서 기대하는 영화산업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산업은 영진위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영진위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부산과의 인연은.

▶외가가 부산이다. 외탁을 많이 한 편이어서 스스로 반은 부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너 살 때 동구 수정동에서 2년 정도 살기도 했다. 김동호 전 BIFF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BIFF에도 출범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데뷔작 ‘모텔 선인장’으로 BIFF 뉴커런츠상을 수상했고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해까지도 꾸준히 영화를 제작했다. 위원장 임기 동안 작품 활동은 어려울 거 같다.

▶틈틈이 주말을 이용해 영진위 옆 건물인 영화의전당을 배경으로 지역 영화인과 함께 극영화 한 편을 찍을 계획이다. 직원들과 함께하려고 사내 참가자 모집 공지를 했는데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서 상처받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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