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마다 많은 이가 비장한 얼굴로 금연을 결심한다. 담배를 끊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나는 100번도 넘게 담배를 끊었다. 이제 금연은 그저 취미 정도다. 주변 이들이 시대에 발맞춰 첨단과학의 산물인 전자담배를 피우는 와중에 나는 오랫동안 연초를 고집했다. 가끔 전자담배의 장점을 열거하며 ‘전담’의 세계로 전도하려는 이에겐 항상 이렇게 되물었다. “영웅본색의 주윤발 형님은 그런 이유로 전자담배를 피웠을까?”
롱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쌍권총으로 수많은 적을 난사하여 쓰러뜨리고 난 후, 무표정하게 뒤돌아서 전자담배를 꺼내 주변에 콘센트를 찾아 C-타입 충전기로 충전을 시킨 후 냄새도 덜하고 건강에도 연초보다는 덜 해로운 전자담배를 피우는 주윤발 형님을 감히 상상할 수 있느냔 말이다. 담뱃불도 라이터 대신 성냥이나 불타는 위조지폐로 붙이는 그 형님이…. 많은 동년배 친구들이 흡연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의 8할은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같은 홍콩 영화 속 형님들 때문이다. 우수에 젖은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여 허공에 연기를 내뱉는 모습을 목격한 후 그것이 사내의 길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 형님들은 담배가 아니라 막대사탕을 빨든 풍선껌을 불든 충분히 멋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윤발은 영화 ‘정전자’에서 담배를 끊은 도박의 신, 도신 역할을 맡아 습관적으로 초콜릿을 까먹는 연기를 선보였다. 어느 쪽이 더 몸에 나쁠지는 의문이지만 그 또한 멋있었다.
그래도 가장 멋있었던 주윤발의 모습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며 중국의 활동 제재가 두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돈은 좀 적게 벌어도 된다”고 쿨하게 대답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내 오랜 팬심이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시대에 발맞춰 올해부터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이다. 주윤발 형님이라면 전자담배보단 좀 더 클래식하게 은단을 드실 것 같지만, ‘주윤발 형님처럼 멋지게 나이 들기’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우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단계별 금연 차원에서 전자담배를 선택했다. 언젠가 스크린에서 다시 쌍권총을 드는 멋진 노신사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뵙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