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꽤 오래전부터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고 느껴진 건, 아무래도 늘 영화관에 걸리던 성룡 영화가 사라진 이후부터인 것 같다. 어른이 되면 꼭 성룡같은 남자가 되겠다고 다짐한 어린이는 분명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체급이나 쪽수에 상관없이 악당들에게 돌진해 때린 만큼 두들겨 맞으면서도 결국 이기는 게 성룡이었다. 고층건물·절벽뿐 아니라 헬리콥터와 달리는 자동차 심지어 배 위에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점프하고 매달리고 낙하하고 구르면서도 절대 죽지 않는 성룡은 딱히 특별한 수트나 얼굴을 가리는 가면이 없어도 우리들의 ‘슈퍼 히어로’였다. 성룡을 흉내 내보려고 여기저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부모님 속을 썩인 어린이 역시 분명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득 생각이 나 성룡의 ‘폴리스스토리’를 다시 봤다. 지금 같은 시대엔 절대 만들 수도, 결코 만들어질 수도 없는 영화다. 와이어나 특수효과, CG 하나 없이 맨몸으로 수도 없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구르고 던져진다. 함께 출연하는 불쌍한 장만옥, 임청하 역시 가차 없이 여러 차례 떨어지고 던져진다. 이건 인권 문제 아닌가?

성룡은 자기 몸이 특수효과라고 자랑스레 말한 적이 있다. 성룡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항상 트레이드마크처럼 위험천만한 NG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 ‘용형호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 위로 점프해 헬리콥터에 매달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너무 높이 점프하는 바람에 헬멧이 프로펠러에 부딪혀 핑하고 날아가는 NG 컷이다. 그런 이유로 성룡은 보험회사에서 블랙리스트로 꼽혔고, 어쨌든 아카데미에서 평생공로상까지 받은 전설이 되었다.

이제 70에 가까운 노인이 된 성룡은 더는 무모하게 몸을 던질 수도 없고, 중국공산당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으로 상대적으로 주윤발과 비교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오랜 팬으로서 복잡한 심경이다. 냉정하게 외면하기엔 한때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수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졌던 그간의 노고까지 무시하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좋았던 건 좋았던 거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저 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

폴리스스토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