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43> ‘마도로스 노래 황제’ 백야성

‘가요계의 마도로스’ 왜색 논란에 20년간 고초

  • 이동순 시인·가요평론가
  •  |   입력 : 2022-02-20 19:50:0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서울 출신에도 부산 테마 노래
- ‘마도로스 부기’ 등 잇따라 히트
- 파병군 울린 ‘잘 있거라 부산항’
- 부산 공연 중 숙소서 즉흥 제작
- 당국 1966년 왜색 짙다며 탄압
- 활동 금지 조치 1986년에 풀려

지난 10일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5층 컨퍼런스홀에서는 특별한 행사 하나가 열렸다. 부산항발전협의회가 주관하고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가 주최하는 행사 ‘부산 최초 바다를 열다-부산포개항 615주년, 근대 개항 146주년’이었다. 1407년 조선 태종 7년의 부산포 개항을 기준으로 설정한 뜻 깊은 행사다.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마도로스 복장으로 열창하는 가수 백야성.
부산포 개항 축하공연이 있었고, 부산세관박물관장의 ‘부산포 개항의 의미’와 필자의 ‘한국 트로트의 고향 부산’ 특강도 있었다. 한국 최초의 국적선사 첫 여성선장인 전경옥 씨와 부산항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항만 관계자 및 공로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흐뭇한 자리였다.

이날 꼭 감사패를 받아야 할 분이 있었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가수 백야성(白夜星, 본명 문석준, 1934~2016) 선생이다.

‘잘 있거라 부산항’ 노래가 수록된 백야성의 음반 재킷.
백야성이야말로 부산과 부산항 발전을 위해 평생 동안 불철주야 노래로 헌신해 온 공로자이다. 서울 출생이지만 전생의 고향이 부산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부산 노래, 특히 마도로스를 테마로 한 노래를 많이 발표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백야성을 ‘마도로스 노래의 황제’라 부른다. ‘마도로스 가수’ ‘가요계의 마도로스’란 별칭도 있다. 그의 앨범 재킷은 마도로스복장을 갖춘 멋진 모습으로 많은 가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백야성의 노래를 부르다 심취해서 마도로스가 된 사람도 있을 정도다. 부산 테마 노래를 부른 가수가 적지 않지만 백야성이야말로 부산을 지극히 사랑하고, 스스로 정신적 고향이 부산이었다며 공공연히 밝혔던 분이었다.

서울 종로구 장사동에서 태어난 백야성은 어려서부터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심취했다. 서울에서 고교 재학 중에 공군 사병으로 입대했고 군복을 입은 채 1958년 가요콩쿨대회에 출전해서 입상했다. 그 대회는 오아시스레코드의 전속가수 선발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함께 입상한 여성가수가 나중에 이 씨스터즈의 멤버가 된 김천숙이다.

당시 백야성의 데뷔곡은 ‘마음의 이별’ ‘왜 왔느냐’ 등 두 곡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의 작곡가 이시우로부터도 곡을 받았지만 히트하지 못했다. 백야성이란 예명은 작곡가 이재호 선생이 지어주었다. 이재호는 자신의 곡 ‘귀향선’을 연습시켰지만 어떤 연유로 발표도 하지 못했다. 작곡가 김초성의 ‘무전타향’ ‘왜 왔느냐’ ‘낙타야 가자’ 등도 발표했지만 역시 실패였다.

1950년대 말 백조가극단에 입단해 무대공연 중 우연히 도미도레코드 대표 한복남에 발탁됐다. 그때부터 백야성의 화려한 시간이 펼쳐지게 된다. 이를 보면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인연이란 게 따른다는 확신이 든다. 이후 발표한 ‘마도로스 부기’(1960) ‘잘 있거라 부산항’(1961) ‘항구의 0번지’(1962) 등이 잇따라 히트했고, 백야성은 단숨에 인기가수가 되었다. 특히 ‘잘 있거라 부산항’(손로원 작사, 김용만 작곡)은 1965년 월남 파병으로 부산항을 떠나던 맹호부대, 청룡부대 용사들이 울면서 이 노래를 목이 쉬도록 불렀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아~ 잘 있거라 부산 항구야 / 미스 김도 잘 있어요 미스 리도 안녕히 / 온다는 기약이야 잊으랴마는 / 기다리는 순정만은 버리지 마라 버리지 마라 / 아~ 또 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잘 있거라 부산항 1절’.

이 노래는 백야성이 부산에서 공연 중일 때 숙소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함께 출연했던 무대동료 코미디언 백금녀가 생일을 맞이해서 파티를 열었는데, 서영춘과 배삼룡이 즉석에서 가사를 짓고, 김용만이 곡을 붙였다고 한다. 후에 작사가 손로원이 최종적으로 가사를 다듬었다.

이를 기점으로 백야성의 발표작은 주로 항구와 마도로스를 테마로한 노래가 많았다. 백야성이 발표한 마도로스 테마 노래는 ‘마도로스 부기’ ‘마도로스 도돔바’ ‘마도로스 맘보’ ‘마도로스 기타’ ‘마도로스 폴카’ ‘마도로스 스윙’ ‘마도로스 센터’ ‘마도로스 탄식’ ‘마도로스 사랑’ ‘마도로스 삼총사’ 등 30곡이 넘는다. 이 가운데 ‘마도로스 센터’(1965)란 노래의 가사에는 부산항 3부두 건너편의 선박용품 판매소와 외항선원 휴게실로 이용되던 장소의 풍경 묘사가 담겨 있다.

극장과 일반 무대 등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된 백야성의 가수생활에도 그늘이 끼기 시작했다. KBS에 출연해서 ‘향수의 나그네’ ‘마도로스 부기’ 등 2곡을 불렀는데 왜색 가요를 송출했다며 담당 PD가 시말서를 쓰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뒤 백야성의 모든 방송출연은 금지됐다. 작곡가 나화랑의 문하에 들어가 민요, 신민요풍의 노래를 불렀으나 이번에도 왜색 창법이라며 또 다시 금지되고 말았다. 1966년 예술윤리공연심의위원회(예륜)가 발족하면서 백야성의 노래와 모든 가수활동이 금지됐다. 한 사람의 가수에게는 울분과 피눈물을 강요하는 파쇼적 조치였다. 백야성은 가수활동을 접고 사업계로 진출해서 일을 했다.

1983년 가수 현철이 ‘못난 내 청춘’(백야성 원곡)을 리바이벌로 불러서 히트시키며 백야성의 이름이 다시 소환됐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1986년 해금 조치가 내려진 직후이다.

백야성의 발표 곡은 90장의 음반과 350곡의 가요가 있다. 가수 김용만과 명콤비를 이루어 듀엣으로 발표한 음반도 있으며 주로 서민적 생활 감성을 다룬 친숙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특히 부산을 테마로 한 노래는 아주 많다. 가수 백야성은 분명히 부산이라는 문화적 토양과 환경이 배출한 대중예술인이다. 부산과 부산항 발전을 위해서 평생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가수 백야성을 부산과 시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리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6. 6[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7. 7[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