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주의 조직결합 부작용 우려
- 두 기관 아우르는 협력구축 필요
- 영화제는 마을 중심 축제 지향
- 지역사회·BIFF 더 밀착시키고
- 아시아영화홈타운 상징도 강화
- ‘영화도시’ 브랜드 가치 높일 것
“축제는 장소라는 기반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BIFF(부산국제영화제)를 성공하게 만든 건 부산이라는 장소, 부산에 사는 사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컸죠. BIFF에는 지역성, 장소가 새겨져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BIFF는 예술적인 동시에 지역적이고 그 외에도 필요한 성격을 기꺼이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한 사람의 성격도 하나가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큰 축제가 한 가지 성격을 가지겠습니까. 영화제는 다중 인격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부임한 BIFF 허문영(60) 집행위원장의 말은 BIFF 새 시대의 서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1996년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탄생한 BIFF는 오늘날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사이 여러 국제영화제가 경쟁적으로 생겨났고 OTT 플랫폼 확산, 코로나19 등으로 영화제를 둘러싼 환경도 급변했다. ‘BIFF가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응답해야 한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최근 중장기(2021~2030년) 전략을 통해 BIFF의 10년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 강화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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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의 중장기(2021~2030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BIFF는 최근 ‘세계 최고의 비경쟁영화제이자 아시아영화의 고향으로 재도약한다’는 새로운 비전 아래 6대 전략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중장기 전략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곳곳에 지역사회와의 밀착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녹아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 전략에서는 2018년 신설한 ‘커뮤니티비프’를 참여형 시민축제로 확장하고 지역 단위의 문화적 자생력을 제고해 시민이 축제의 창작자이자 소비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교육 등 분야와의 제휴를 통해 영화도시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영화제 향유 거점 확산 전략은 부산과 아시아 도시 곳곳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BIFF 인터링크(BIFF Interlink, 가칭)’가 핵심이다. 지난해 도입한 ‘동네방네BIFF’를 확대하고 지역특화형 마을영화 만들기를 지원하는 등 지역의 문화 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 확대의 일환으로는 문화 소외 지역 서비스, 지역인재 고용 지원 등을 실행 과제로 제시했다. 위기관리 대응체계 구축과 네트워크 거버넌스 강화 차원에서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거버넌스 모델도 제안했다.
허 위원장은 “중장기 계획의 핵심은 ‘탈중심적 확산’이다. 영화제 규모를 키우는 ‘확대’가 아니라 영화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작은 중심,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내면서 스스로 축제를 가꿔나가는 ‘확산’이 목표다. 현재 동네방네 BIFF는 주로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각 지역에 구현하는 방식이지만 10년 뒤에는 마을 커뮤니티 스스로 영화제를 조직하고 영화 프로그램이나 영화 작품을 만드는 것, 영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IFF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의 문제는 오래됐지만 까다로운 의제다. 단순히 BIFF가 성공하면 자동적으로 지역사회에 과실이 돌아갈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만으로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BIFF의 성공 DNA에는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존재한다. 지역산업 성장을 견인하거나 관광객을 늘리는 직접적인 기여보다는 BIFF 자체가 가진 지역성 DNA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만든 동네방네BIFF를 통해 이뤄낸 시민의 신뢰를 더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영화의전당과 통합적 운영 필요”
BIFF가 중장기 전략의 첫째 과제로 꼽은 것은 ‘영화 문화의 중심 기능 고도화’다. BIFF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을 ‘아시아영화홈타운’의 근거지로서 그 상징성을 부각시켜 통합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2018년 추진하다 중단된 영화의전당과 BIFF 통합이 선결 과제다. 부산시는 올해 용역을 통해 통합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허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통합의 실무적인 어려움이 너무 크다. 통합 문제를 편의주의적으로 해결하거나 무시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해야 된다. 효율성 면에서는 조직 통합이 제일 좋겠지만,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너무 크다면 통합적 운영이라는 차선책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지금은 사실상 완전한 별개의 조직, 별개의 단체기 때문에 그때그때 대표자가 누구냐에 따라 협력의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위 대표자가 있다면 양자를 아우르는 조금 더 긴밀하게 안정적인 협력 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장기적으로 통합적 운영이 실현돼야 할 것 같고 양측의 발전에 굉장히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 개념의 BIFF 프로그램 섹션을 유연화해 OTT 드라마 숏폼 미드폼 등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화제작을 선제적으로 발굴·상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허 위원장은 “지난해 신설한 ‘온스크린 섹션’에서는 극장 상영작은 아니지만 흥미롭고 가치 있는 시리즈물을 영화제에 상영했다. 단순히 OTT의 부상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 짓는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킹덤:아신전’(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영화라고 분류하진 않지만 작년에 만들어진 어떤 영화 못지않게 좋은 작품이다. 영화제가 어떤 식으로든 그런 경계의 붕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개방적이고 유연하고 민첩하지 않으면 BIFF는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 주요 약력 |
2021년~ |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2012년~2021년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디렉터 |
2011년~2012년 |
영화의전당 영화처장 |
2005년~2011년 |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 |
2002년~2006년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
~2002년 |
씨네21 편집장·기자 중앙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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