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청년 이슈 다룬 단편 7작품
- 해운대 등 익숙한 부산배경 눈길
“제겐 일상이자 보통의 날들인 이곳(부산)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도 보통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발걸음이 머무는 모든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말이죠. 청년 일자리 부족, 성폭행 문제, 무명 작가의 이야기는 어디서든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오선영 작가가 2018년부터 작년 초까지 발표한 단편 7편을 엮어 두 번째 단편집 ‘호텔 해운대’(창비·사진)를 펴냈다. 부산이 삶의 터전인 인물을 통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드러내면서 우리 사회 보편의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인부산’을 외치는 공시생(호텔 해운대), 지방대 출신 시간강사(다시 만난 세계), 자비로 출판하는 씁쓸함을 안고 사는 지역작가(바람벽) 등이 주인공.
표제작 ‘호텔 해운대’는 주인공 수정이 라디오 방송 경품으로 호텔 숙박권을 받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처음으로 특급호텔에 가게 된 수정은 공시생인 남자친구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입 속 달달한 사탕처럼 굴리던 호캉스의 꿈은 자꾸만 현실적인 문제로 두 사람을 고민에 빠뜨린다. 소설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정착하고 싶은 취업준비생, 지방출판사에 근무하는 사회초년생을 통해 우리 사회 청년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다시 만난 세계’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연대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시간강사 희정이 반대 세력의 타깃이 되고 ‘다음 학기 피해야 할 명단’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괴로워하던 희정은 대학 시절 만난 유리 언니를 떠올린다. 언니는 여성운동 동아리 활동 중 교문에서 콘돔을 나눠주다가 인터넷에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잠적했다.
시간강사, 인터넷 커뮤니티, 저소득층 아동 후원, 비정규직, 산업재해 등 소설 곳곳에 녹여낸 사회 문제는 비슷한 현실에 놓인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한편 자주 등장하는 회상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현실과 그 한계를 지적한다.
소설에는 해운대 바닷가 온천장 서면 등 부산 시민에게 익숙한 공간이 계속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꼬집는 또 다른 방식이다. “왜 지역의 특정 장소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야지 쓸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었어요. 서울의 명동 홍대 신촌은 손쉽게 쓰는데 말이죠. 영화 ‘어벤저스’에 나온 광안리나 BIFF가 열리는 해운대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으로서 부산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