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기에 맞서는 DNA 심어주고…영면에 든 ‘열사의 시대’

‘1987년’을 떠나보내며

  • 조봉권 bgjoe@kookje.co.kr, 배지열 기자
  •  |   입력 : 2022-01-27 19:46:54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씨
- 이한열의 어머니 배은심 씨
- 열사 부모 넘어 투사 된 이들
- 그들 별세로 한 시대 저물어

- 민주화 외친 지난 시대 열망
- 세상 변했다고 잊혀선 안돼
- 세대 ‘단절’ 아닌 ‘융합’ 이뤄야

지난 9일 배은심 여사가 향년 82세로 광주에서 별세했을 때, 부산에 사는 박정애(74) 시인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2018년 7월 28일 향년 89세로 타계한 박정기 어르신과 배은심 여사가 생전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박정애 시인은 박정기 씨의 동생이다. 박정기 씨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다. 1965년 부산 서구 아미동에서 태어난 박종철은 서울대 언어학과에 다니며 민주화운동을 하던 1987년 1월 14일 독재정권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졌다. 배은심 여사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다. 196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이한열은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며 민주화운동을 하던 1987년 6월 9일 독재 타도 시위 맨 앞줄에 섰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이 숨골에 박혀 숨졌다. 박종철 이한열은 87년 민주대항쟁의 불씨가 돼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선사했다. 두 사람 모두 재수해서 대학에 갔고, 형제가 많았으며, 가정은 평범했다. 한국이 팽창과 성장을 준비하던 1960년대 중반 흔한 가족 풍경이 이들 삶에 스며있다.
생전 자리를 함께한 박정기(왼쪽) 선생과 배은심 여사.
■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가

공통점이 또 있다. 아들이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희생된 뒤, 박정기 배은심은 그저 슬픔에 갇혀 있지 않았다. 아들들이 가고자 한 길, 지키고자 한 가치를 깨달았다. “이부자리에 누우면 철이가 고문을 버티고 버티다 최후에 가슴속에 간직한 게 무엇일까 생각했지. ‘아들을 생각하며 한 치 부끄러움 없이 싸워나가자’ 다짐하면서 잠들곤 했어.” (송기역 지음 ‘유월의 아버지 - 박종철이 남긴 질문, 박정기가 답한 인생’ 157쪽 박정기 씨의 회고)

아들 이한열 열사 영정을 곁에 두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은심 여사.
그런 과정을 거치며 박정기 배은심 씨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가꾸는 절박한 과제에 눈을 떴다. 부산시 수도국 공무원이던 박정기 씨도, 광주의 가정주부였던 배은심 씨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이자 민주주의를 가꾸는 일꾼의 길을 평생 걷게 된다. 거듭난 것이다. 20대 초의 나이에 삶을 마감해야 했던 아들들이 가고자 했던 바로 그 길이다. 박정기 배은심 씨 모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대표를 맡아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는 숱한 현장에서 싸웠고 사람을 보듬었다.

배은심 씨는 아들 이한열과 남편 이병섭 씨가 잠든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안장됐다. 장례는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으로 치렀다. 2018년 박정기 씨는 아들 박종철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장례는 ‘우리들의 아버지 고 박정기 선생 민주시민장’으로 치렀다. 모두 80대 나이에 돌아가셨고 유월의 아버지 박정기, 유월의 어머니 배은심이 되어 사람들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가.

■ 두 사람은 각별한 동지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만난 박정애(오른쪽) 시인과 배은심 여사. 박정애 시인 제공
박정애 시인은 박종철 열사의 고모다. 얼마 전 새 시집 ‘바다 악사’를 냈다. 이 시집을 계기로 그를 만난 자리에서 배은심 박정기 씨에 관한 기억을 물었다. “두 분은 각별한 동지였다. 몇 해 전 광주 오월문학제 때 내가 망월동 묘역 한열이 묘소에 가서 꽃을 갈고 있는데 배은심 여사가 달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빠(박정기) 장례식 때 배은심 여사가 애도하던 모습도 선명하다.”

‘유월의 아버지’에는 “유가협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박정기·이소선(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배은심”(189쪽) 같은 표현이 곧잘 나온다. 박정애 시인이 한 마디 톡 보탰다. “그런 자유와 민주를 새 시대에는 더 잘 가꿔야 하지 않을까요?” 박 시인이 보여준 배은심·박정기 씨 사진과 이 말 한마디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의 설을 맞으며 성묘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을 떠올린 계기가 됐다.

■ 출렁이는 것만이

지금의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말에 이런 것이 있다. “태어나 보니 민주화가 이뤄진 세상이었다.” “태어났더니 경제가 발전한 나라였다.”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났고 유전자에 IT(정보통신기술) DNA가 새겨진 세대다.” 그러니 아예 다르다는 취지다. 이런 분석과 의견이 얼마 만큼 타당한지는 알기가 참 어렵다. 2000여 년 동안 인류가 반복해온 앞세대와 뒷세대 사이 자연스러운 차이일까? 아니면 진짜로 아예 다른 새 인류가 출현한 걸까? 4차 산업혁명 기세는 너무나 거세고 기술 발전 속도는 정말 빨라 세상이 지금을 기준으로 앞뒤로 확연히 쪼개지고 달라질 것 같은 멀미가 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게 헷갈릴 땐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들이닥치는 큰 변화가 우리 사회와 세대를 단절하려는 쪽으로 향한다면, 그런 부작용을 막고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하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 속 ‘위기 극복 DNA’를 깨우면 아마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함께 지키고 가꾼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과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만나야 한다. 설은 만나는 날이다. 박정애 시인의 새 시집에 실린 ‘부활의 바다’ 한 대목을 읽어본다. “…출렁이는 것만이 얼지 않는 거라고/ …/ 이 바닥을 살자면 바다만큼은 해야지…” 바다처럼 받아주고, 바다만큼은 하자. 설날 다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온라인몰에 밀려 짐싸는 대형마트…그 자리엔 주상복합 쑥쑥
  2. 2레미콘 파업에 신항 서‘컨’(서쪽 컨테이너 부두) 공사 스톱
  3. 3사직서 MLB·KBO 올스타 경기 열릴까
  4. 4골목 돌며 시민과 소통한 변, 대규모 유세로 세 과시한 박
  5. 5부산교육감 김석준-하윤수 박빙…부동층 변수
  6. 6꼬마트럭 골목 유세 新 트렌드…슈퍼히어로 변신한 후보도
  7. 7손흥민, 득점왕·챔스행 모두 거머쥐나…EPL 운명의 23일
  8. 8민주 “변화의 바람 이끌겠다” 국힘 “압승해 지역발전 주도”
  9. 9부산시장 후보 심층 인터뷰 <3> 정의당 김영진
  10. 10“세계해양산업 급변…부산 중심으로 잘 대처해야”
  1. 1골목 돌며 시민과 소통한 변, 대규모 유세로 세 과시한 박
  2. 2꼬마트럭 골목 유세 新 트렌드…슈퍼히어로 변신한 후보도
  3. 3민주 “변화의 바람 이끌겠다” 국힘 “압승해 지역발전 주도”
  4. 4부산시장 후보 심층 인터뷰 <3> 정의당 김영진
  5. 5부산시민운동연대, 버스 10분 배차 간격·녹색건축 등 시장 공약 촉구
  6. 6동네를 바꾸는 백자의 힘…시민선거캠프 '동백' <2> 전문가 투표 결과 분석
  7. 7변 “검증된 능력” 박 “여당의 저력” 본격 세몰이
  8. 8문 전 대통령·바이든 회동 무산…미국 방한 하루 전 취소
  9. 9광역단체장 與 9곳 野 8곳 목표…과반승은 경기·충청서 결판
  10. 10공식선거운동 돌입…지방선거 13일 간의 열전
  1. 1온라인몰에 밀려 짐싸는 대형마트…그 자리엔 주상복합 쑥쑥
  2. 2레미콘 파업에 신항 서‘컨’(서쪽 컨테이너 부두) 공사 스톱
  3. 3“세계해양산업 급변…부산 중심으로 잘 대처해야”
  4. 4나스닥 폭락에…네이버·카카오 장중 신저가
  5. 5주가지수- 2022년 5월 19일
  6. 6연금 복권 720 제 107회
  7. 7강서자이 에코델타 분양가 3.3㎡당 1388만 원
  8. 8가야CC 5000억 가치 앞에…상공계 원로 품위는 없었다
  9. 9尹 저격한 산업은행...부산 이전 불만 동영상 제작
  10. 10한샘 부산 공장 올 하반기 착공
  1. 1부산교육감 김석준-하윤수 박빙…부동층 변수
  2. 2강제징용노동자상 앞 나란히 한일 국기
  3. 3대학교 부당한 처사 연극무대 올린 학생
  4. 4오늘의 날씨- 2022년 5월 20일
  5. 5가야CC 5000억 가치 앞에…상공계 원로 품위는 없었다
  6. 6동해선이 되살린 태화강역, 넉 달간 100만명 찾았다
  7. 7만취 운전 사고로 동승자 사망... 20대 女 검찰 송치
  8. 8코로나로 얼어붙은 골목상권…로컬 브랜드화로 부활 추진
  9. 9엑스포추진단 '본부' 격상 하세월
  10. 10[영상]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사고 발생..8명 중경상
  1. 1사직서 MLB·KBO 올스타 경기 열릴까
  2. 2손흥민, 득점왕·챔스행 모두 거머쥐나…EPL 운명의 23일
  3. 3최준용·한동희 너무 달렸나…롯데 투·타 핵심 동반 부진
  4. 4승점 1점차…맨시티·리버풀 최종전서 우승가린다
  5. 5"탁구도시 명성 찾겠다" KRX, 부산연고 실업구단 창단 눈앞
  6. 6“전국대회 개최 추진…부산에 씨름의 꽃 피울 것”
  7. 7은퇴 시즌 맞아? 불혹의 이대호 타율 2위 맹타
  8. 8살라흐 부상 결장…손흥민 득점왕 뒤집나
  9. 9상승세 이경훈, PGA 챔피언십 정조준
  10. 10합천에서 업어치기 한판! 전국실업유도선수권대회 개막
우리은행
국립 인간극장
갓 - 정춘모 기능보유자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부산 노래 발전 시킨 김용만
문화 다이어리 [전체보기]
바리톤 최성규 독창회 外
제171회 알바트로스 시낭송콘서트 外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예술로 승화시킨 동물의 세계…라이온킹, 이유있는 1억 관객몰이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의 위엄…박력과 섬세함이 공존한 베토벤 소나타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진짜’ 놀이터
청력 잃고 겪게 된 차별의 벽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신공후인 /주강식
어머니 마음 조각 /오기환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소년심판’ 판사로 열연 호평
‘지옥’ 연상호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어부바’ 배우 정준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칸이 주목한 한국의 두 작품
신작 애니 풍성…어린이날, 극장 나들이 어때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역할들’ 조연도 단역도 모두가 배우다
‘스펜서’ 왕실이란 감옥에 갇힌, 신경쇠약 직전 여자의 삶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5월 19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2년 5월 18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장세경 감독 김일두 주연 영화 ‘마도로스 여인’
부산 대표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 4주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2년 5월 19일(음력 4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2년 5월 18일(음력 4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읊은 학봉 김성일의 시
김해부사 시절 문도들에게 학문 전파한 성재 허전
  • 부산해양콘퍼런스
  • 부산야구사 아카이브 공모전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 바다식목일기념 대국민 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