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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50> 속초 양미리, 도루묵구이

겨울동해 별미 ‘쌍벽’(양미리·도루묵)…연탄불에 구워 머리·꼬리 다 먹어야 제맛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1-25 19:41:3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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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해 여행을 하다 보면 저물 무렵 해안 포장마차에서 연탄불에 구워 먹던 생선구이가 늘 쏠쏠하게 입맛을 당기곤 한다. 칠흑 같은 밤바다를 곁에 두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소주 한 잔 쭉~ 들이켠다. 이때 연탄불에 잘 익어 김이 솔솔 나는 생선 살 한 점 발라 먹으면 온 입 안으로 넘쳐나는 진한 동해의 깊고 짭조름한 맛.
양미리와 도루묵 구이. 양미리와 도루묵은 동해의 첫손 꼽히는 겨울 음식이다.
# 양미리

- 흔히 양미리라 불리는 물고기
- 알고보면 대부분 까나리 성체
- 반건조 또는 생물로 구이·조림

# 도루묵

- 맛과 관련한 억울한 고사 있지만
- 사실은 귀한 대접 받는 겨울 생선
- 식감 좋고 고소한 ‘알배기’ 인기

그 중 겨울 동해의 대표 생선구이는 단연 양미리와 도루묵이다. 이 둘은 어획 시기가 비슷해 한 번에 둘 다 구워 먹을 수 있기에 두루두루 인기다. 특히 동해안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물들이는 단풍이 해안까지 내려올 즈음이면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쩝쩝 다신다. 곧 맛 볼 양미리와 도루묵 생각 때문이다.

■서울 간 자식 불러내리는 양미리

양미리 알.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다.
남해에선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하면, 겨울 양미리 도루묵 철엔 동해안 부모가 서울로 보낸 자식들을 불러 내린다고 할 정도로 은근하면서도 끌어당기는 맛이 일품이다.

따라서 양미리, 도루묵은 동해에서 꼭 먹어봐야 할 첫손 꼽히는 겨울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속초 사람들에게는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지천의 겨울 양미리를 불에 구어 호호 불어먹거나, 구운 도루묵알을 오독오독 씹으며 뛰어 놀았던 추억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단다.

양미리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늦가을부터 겨울 즈음에 잡히는 한류성 어종이다. 농어목 까나리과 바닷물고기로 연안의 모래에 서식한다. 양미리는 산란기가 되면 속초 고성 강릉 연안으로 몰려오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업하며 보통 1월 중순까지 어획한다. 몸길이는 15~20㎝ 정도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동해에서 양미리라고 불리는 어종은 원래 양미리가 아니다. 본명을 먼저 말하자면 ‘까나리’다. 봄에서 초여름까지 서해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 몸길이 5㎝ 내외로 잡아서 젓갈 담는 까나리, 바로 그 생선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서해에서 액젓이나 밑 국물 용도의 까나리는 까나리의 치어이고, 동해에서 조리거나 구워 먹는 양미리는 까나리의 성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럼 왜 서해의 까나리가 동해에 와서 양미리가 되었을까? 원래 동해에는 양미리란 물고기가 존재하고 있다.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의 한류성 어종이다. 몸길이가 약 9㎝로 몸은 가늘고 길며 납작하다. 크기는 작으나 겉모양이나 생태가 까나리와 비슷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양미리와 까나리 성체와의 이름을 양미리로 혼용하는 것 같다. 해서 이 글에서는 편의상 성체 까나리를 양미리라 속칭하도록 하겠다.

양미리는 구이나 조림, 또는 반건조해 굽거나 조려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그중에서도 굵은 소금 솔솔 뿌려 연탄불에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째 구워 먹는 양미리 구이가 백미로 손꼽힌다. 동해안 사람들은 주로 내장과 함께 통째 구워 먹는데 알이 든 알배기는 고소하면서도 알이 씹히는 식감이 좋고 하얀 정소가 든 수놈은 은근하게 차 오르는 구수한 맛이 매력적이다.

양미리가 동이 트기 전 먹이 활동을 위해 모래에서 나올 때 모래 위로 그물을 깔아두어 자연스레 양미리가 그물코에 걸리게끔 하여 잡는다. 강릉에서는 배에 큰 돌을 잔뜩 싣고 나가 양미리가 군집하고 있는 바닷 속으로 마구 돌을 던져넣는다. 그러면 양미리가 놀라서 튀어 오르는데 그 위로 그물을 쳐서 잡는다고 한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 반건조 양미리.
■톡톡 터지는 알, 도루묵의 진미

양미리와 함께 겨울 생선구이의 쌍벽인 도루묵. 도루묵은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의 중북부, 알래스카 해역 등에 분포한다. 수심 200m 전후의 모래나 진흙으로 이루어진 지역에 서식하다가 10~12월 산란기에 연안으로 올라온다.

이 무렵 도루묵은 연안의 해조류에 1000~2000여 개의 알을 산란한다. 알은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덩어리 모양으로 해조류에 붙어 부화하는데, 4년 정도 되면 20㎝까지 자란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여 도루묵이, 도로무기, 도루맥이, 도로메기, 옛 문헌에는 은어(銀魚), 목어(木魚), 환목어(還木魚)라고도 기술하고 있다.

도루묵. 아무리 살펴봐도 생선 이름으로는 흔하지 않고 어색하다. 그래서인지 도루묵의 유래가 사람들 입에 다양하게 오르내린다. 가장 잘 알려진 도루묵의 유래는 ‘임진왜란 시절 선조 임금이 동해로 몽진을 와 이곳에 나는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는 맛이 좋아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러나 환궁 후 다시 청해 먹어보니 예전 같지 않은지라 ‘도로 묵’이라 불러라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잘 나가다가 어떤 이유로 일을 그르칠 때 쓰는 속담 ‘말짱 도루묵’도 이 이야기와 전혀 무관치는 않을 터이다.

또 다른 유래 중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는 “도루묵은 강원도와 함경도의 바다에서 난다. 배는 마치 운모 가루를 뿌린 듯 빛이 나며 희다. 그래서 지역 사람들은 은어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고 허균의 음식 저서인 ‘도문대작’에는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으나 임금이 은어라고 고쳤다가 싫증이 나자 다시 목어라고 고쳐 환목어(還木魚)라고 했다”는 서술도 있다.

이러든 저러든 이런 억울한 유래를 가지고 있는 도루묵도 겨울에는 최고의 음식 재료로 귀하게 대접받는다. 특히 산란 전의 도루묵은 구이를 해도, 찌개를 끓여놓아도 크게 환영받는다. 특히 알배기 도루묵 ‘알도루묵’은 구워놓으면 톡톡 터지는 알의 식감과 고소함이 좋고, 수놈의 ‘수두루묵’은 살이 부드럽고 담백해서 좋다. 소금 척척 뿌려 연탄불에 잘 구우면 흔쾌한 불 냄새와 간간한 간이 도루묵의 흰 살에 제대로 배어 젓가락 놓기가 못내 아쉬운 맛을 낸다.

속초를 중심으로 동해안 사람들이 겨울 별미로 늘 즐겨 먹던 양미리, 도루묵구이. 원래 이름 대신 다른 어종의 이름으로 불리든,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제 이름을 내키는 대로 달리 부르든, 이 두 물고기로서는 제 알 바 아니다. 그저 사람들 까다로운 입맛 맞춰주며 내내 우리 곁을 지키는 이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들렀던 속초 동명항. 해물 포장마차에 앉아 양미리와 도루묵을 구워 먹는다. 산란 철이 지나 알이 꽉꽉 들어찬 알배기를 먹을 수 없어 못내 아쉬웠지만, 그나마 끝물 양미리와 도루묵을 앞에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벌겋게 연탄불은 타오르고 그 위 석쇠에는 양미리와 도루묵이 자작자작 잘도 익어간다. 소주 한 잔 털어 넣는다. 속초의 밤바다가 그저 안온하기만 하다. 그런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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