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소공연장연합회 성과
- 스페이스 움 등 8개 공간들
- 3~5년간 1574회 행사·공연
- 누적 관객 4만2750명 유치
# 쉽지 않은 예술참여 확장
- 市 문화정책·시책 거의 제외
- 활동 수치화·정량화 힘들어
- 비용 등 노력 비해 수익 미미
# 문화예술 개선할 돌파구 되려면
- 공연장 등록여부 등 규정 발목
- ‘지원’ 아닌 ‘투자’로 인식 전환
- 市 예산·정책 구조 개선 필요
부산 예술·문화 여건·환경을 크게 개선해 반석에 올릴 주요 전략이 있을까?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지대계처럼 기본 틀을 새롭게 짜 흐름을 바꾸고 상황을 규정해버리는 게임체인저 같은 것.
있다. 다만, 그게 몇 가지가 될지 선명히 규정하려면 더 논의할 여지가 있다. 그래도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한 가지 요소는 명확하다. ‘작은 민간 문화공간 활성화’다. 여기서 작은 민간 문화공간은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 공간, 개인이 하는 갤러리나 전시장, 동네책방, 인문 공간, 카페 같은 여가 시설을 겸한 문화공간, 소규모 영화 상영관 등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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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명륜동의 음악 공간 스페이스 움에서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이 곳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 문화공간은 도시의 예술·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 제공 |
■ 여기서 정말 많은 일이!
작은 민간 문화공간에서 실로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서 카페와 클래식 음악 공연 공간을 갖춘 스페이스 움을 2011년부터 운영하는 김은숙 대표의 설명이다. “스페이스 움을 비롯해 부산소공연장연합회 소속 8개 공간의 최근 3~5년간 활동을 대략 집계해봤더니 1574회 공연, 예술가(음악인) 390여 명 출연, 누적 관객 4만2750명이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김 대표는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 운영 문화공간은 부산에 25곳이 있는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동네책방, 인문 공간, 카페형 문화공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수한 사례를 더 가져올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정영민 작가는 2020년 통영의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첫 책 ‘애틋한 사물들’을 내면서 데뷔했다. 정 작가는 인문 공간 백년어서원과 동네책방 한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없어진 인문 카페 나다는 예술문화 후원을 남몰래 많이 한 수영구 방파제횟집의 협력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드문 클래식 고음악 연주회와 강연, 와인과 오디오 강좌를 오래 진행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처음 우승한 한국인(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인 원로 피아니스트 한동일은 “이제 나의 카네기홀은 한국의 지역”이라고 선언하며 2019년 문화공간 봄에서 공연했다. 장전동 부산대 앞 봄은 의사인 정재성 대표가 운영하는 인문·예술 공간이자 카페다. 박후진 박혜인 부부가 하는 대청동 프라미스랜드는 예술·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사역으로 유명하며, 남천동 인디고서원은 잡지 2종을 낸다. 거제동 어린이 서점 책과아이들 은 전국에 자랑할 만한 인문·예술 성과를 쌓았다.
■ 그러나 정책 대상에선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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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지 아나운서가 대표로 있는 금정구 장전동 음악당 라온. |
민간 문화공간이 지역문화의 실개천·실핏줄·버팀목 구실을 해왔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공연장에서 음악과 친해진 시민이 더 큰 공연장의 관객이 되고, 주택가 작은 갤러리 단골이 그림을 사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며, 인문 공간의 강연·토론에 참여한 주민이 더 많은 책을 주문하고, 동네책방을 들락거린 독자가 신춘문예에 도전할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수영구 문화공간에서 착실히 열렸던 작은영화영화제 같은 사례도 들 수 있다. 이런 일이 누적되고 발전하면, 도시 전체 문화 면모가 더 풍성하게 바뀔 것이다.
물론, 현장에 가보면 자주 오는 사람만 오거나 관객이 너무 적어 안타깝거나, 시민의 예술 참여 ‘확장’이 쉽게 일어나지 않음도 느낀다. 그런데 훨씬 거대한 장벽이 있다. 첫째, 작은 민간 문화공간의 활동은 수치화·정량화가 힘들고 파급효과가 쉽게 눈에 안 띈다. 당장 표가 안 나고 효과가 퍼지는 데 오래 걸리며 번듯한 건물 건립 같은 치적을 자랑하기 어렵다. 둘째, 그렇다 보니 부산시 등의 공적 문화정책·시책 대상에서 거의 제외된다. 셋째, 일반의 짐작과 달리 이들 공간의 예술행사에서는 수익이 안 난다. 반대로 비용·시간·노력이 상당히 든다. 그 부담 탓에 적잖은 공간이 포기하거나 사라진다. 그 위로 코로나가 덮쳤다.
■ 비로소 공론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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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지역 문화공간의 활성화를 모색하다-민간 운영 문화공간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부산지역 문화공간의 활성화를 모색하다’ 토론회가 열렸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회장 김은숙·직전 명칭 부산문화공간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회의원실이 주최했다. 발제는 원향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김은숙 대표가 했다. 이일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위원이 진행한 토론은 서승우 영화의전당 예술경영본부장, 김혜린 부산시의원, 류기정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이사, 조봉권 국제신문 기획에디터가 나섰다. 전체 진행은 고민지 아나운서(음악당 라온 대표)가 맡았다.
비로소 공론의 장에 이 주제를 올려놓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지역 예술·문화 생태계 향상에 기여하는 실개천·버팀목으로서 중요한 존재이자 마당이면서도 ‘공연장 등록이 되지 않았다’ ‘상업 활동을 하는 공간 아니냐’는 이유 앞에 공공 예술·문화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 현실을 공식 제기한 점을 토론회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날 토론회는 여러 종류 민간 문화공간 가운데 클래식 음악 공연 공간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 어떤 과제 있을까
원향미 선임연구원은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지표조사’를 바탕으로 현황을 정리했고 김은숙 대표는 경험을 바탕으로 ▷실태조사 ▷ 자생력 강화 위한 공공 지원정책 ▷공동 홍보 플랫폼 구축 ▷유관 기관과 연계를 제안했다. 류기정 이사는 “넓게 보아 문화·예술 ‘지원’이 아닌 ‘투자’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해 호응을 받았다. 서승우 본부장은 “영화의전당은 민간 문화공간과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린 시의원은 “민간 문화공간 필요성과 어려운 여건에 깊이 공감한다(그는 직접 공간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며 “부산시 예산·정책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소공연장연합회 회원 8곳은 스페이스움, 음악당라온(대표 고민지·장전동), 나눌락(박선영·재송동), 게네랄파우제(김다은·신창동), 기타고라스(신성진·망미동),필슈파스(이환석·광안동), 파나카 베뉴(이기백·장전동), 리우 쌀드꽁세흐(이영우·장전동)다.
지난해 7월 부산소공연장협의회가 출범하고 이날 토론회를 연 것이 예술·문화 환경을 기름지게 할 ‘반전의 계기’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토론회 전반을 살폈을 때, 몇 가지 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연합회 측은 앞으로 계획이나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아쉬웠다. 연대·연계·연합 활동에서는 돌발 요소가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만큼 큰 그림, 소통 구조, 활동 윤곽선의 협의·공유는 중요할 것이다.
회원사 또는 각 공간 운영자와 예술가가 직접 고충·보람을 터놓으며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자리도 필요할 것이다. 공개 행사면 더욱 좋겠다. 비전·기획·실무·소통을 조율하고 실행을 주도할 실무 그룹이나 사무국에 관한 논의도 필수다. 연대 활동 효과는 개별 공간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설 것이다. 문화 실개천·예술 버팀목이라는 공적 가치의 세계로 무게중심이 꽤 이동할 것이다.
■ 더 넓은 시선과 세심한 접근
토론 현장을 찾은 차재근 지역문화진흥원장은 “민간 문화공간을 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활성화하는 일은 문화민주주의-지역문화분권-문화다양성이라는 문화정책의 틀에 비춰 바람직하고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체계적 접근이 이뤄진다면 예술·문화 소비자-생산자 연결을 넘어 시민이 주체로 참여해 지역사회를 가꾸는 바탕을 일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두환 음악평론가는 "주체들 사이에 좋은 비전을 공유하며 협력관계를 잘 설정하는 점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가 김지윤 씨는 “예술인으로서 작은 민간 문화공간은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단순한 지원이 아닌 투자로서 민간 문화공간 활성화에 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