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1994년에 방영된 ‘사랑의 스튜디오’다. 이후 수많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현재까지 연이어 만들어졌다. 사실 누구 집 자제분들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연애에 성공하든 말든 크게 관심이 없었다. 차라리 지인들과 누구누구가 사귄다더라, 세상에나 누구랑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다더라, 수다를 떠는 편이 더욱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8부작 ‘솔로지옥’은 최초로 정주행한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누군가 ‘한국판 투 핫’이라 소개하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투 핫’은 서양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선남선녀들을 모아 신체적 접촉을 끝까지 참아내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한다는 황당한 컨셉의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이 거액의 상금을 포기할 만큼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유교의 영향권 아래 어려서 삼강오륜을 배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도, 감정이입이 되지도 않았다.
멋진 풍광의 무인도에서 하나같이 탄탄한 근육질에 군살 하나 없는 모델 같은 외모의 청춘남녀들이 모여 진솔한 대화와 게임을 통해 커플 매칭에 성공하면 헬기를 타고 개인 수영장이 딸린 호텔 객실에서 그야말로 플렉스를 누리고 다시 섬으로 돌아온다. 역시 다들 삼강오륜을 배웠는지 손잡기 이상의 신체적 접촉은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위가 무려 볼에 뽀뽀라니. ‘한국판 투 핫’이라 사기 쳐서 시청자들을 현혹한 이를 발본색원하여 엄중히 그 죄를 물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한편으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 땅의 많은 청춘남녀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도 들었다. 알고 보니 출연자들은 모델이거나, 필요 이상의 외모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대표이거나, 해외 명문대에 재학 중인 수재였다. 이것이 과연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을까? 저것이 지옥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가 왜 잘난 남의 자식들 연애를 응원하고 있나? 그런데도 솔로지옥은 넷플릭스 세계 TV쇼 부문에서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로 TOP 5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어쩌면 전 지구적인 재난 상황에서 누군가에겐 달달하고 낭만적인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끝까지 시청을 마친 내가 그렇게까지 이상한 것은 아니었구나. 적잖이 안심되기도 했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