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상세계를 상상하며 지친 마음을 달랜다.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각박한 현실을 위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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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희 ‘Fantasy Island Ⅲ’.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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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문화공간 제이무브먼트(J.Movement) 갤러리가 오는 21일까지 박상희 황재원 작가의 최근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상상잡화’를 선보인다.
여기서 상상(床上)은 자리 위에 일어나 앉았다는 뜻으로 병이 회복됨을, 잡화(雜畵)는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은 화법의 그림을 말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상세계를 구축해 온 두 작가의 작품이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희망을 얘기하는 매개가 되길 바라며 기획했다
박상희 작가의 회화 작품은 소재, 양식, 재료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주로 ‘길상’을 상징하는 십장생과 대중적인 기호를 융합해 행복이라는 이상세계를 화폭에 담고 있다.
작품 ‘원더랜드-랜드 오브 해피니스’엔 한국 십장생도에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격자무늬 의자와 포커병정, 회중시계가 가미돼 판타지적 공간이 펼쳐진다. 일본화의 색채를 쓰면서 구름 파도 등을 그리는 양식은 한국 민화의 특징을 차용했다.
작가의 ‘판타지 아일랜드’ 시리즈는 아이스크림이나 컵케이크와 같은 디저트 형상에 십장생과 명품 로고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려 유쾌한 화면을 구성한다. 예쁘고 화려한 그림이라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달콤한 디저트엔 일본 타마미술대 유학 시절의 외로움이 공존한다.
박 작가는 “일본에서 긴 유학 생활을 하며 한국을 그리워했고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며 유토피아를 그려나갔다”며 “선조들이 길상물 가득한 그림을 보며 행복을 염원한 것처럼 감상자에게 소소한 행복과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하는 여유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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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재원 ‘뉴-퐝 2(퐝&복순): 나를 사랑해줘’. 제이무브먼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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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원 작가는 현실과 상상이 섞인 ‘퐝스월드(FFanG’s World)’를 도자로 구축하고 있다. 퐝스 월드 속 주인공인 ‘퐝(FFanG)’은 이른바 작가의 ‘부캐’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녀는 억압된 작가의 이상적 자아다. 퐝의 옆을 지키는 개는 복순이다.
작가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얕은 상상’라고 말한다. 손끝으로 오랜 성형의 과정을 거쳐 가마에 여러 번 구워 탄생하는 작가의 세계는 단단하게 형태를 유지하지만, 여전히 깨지기 쉬운 우리의 기억과 상상, 삶을 폭 넓게 담아낸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