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데이’는 십이삼 년 전에 A4 석 장 분량으로 쓴 이야기를 단편화한 것입니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신춘문예에 투고해왔지만, 서랍 속 원고를 먼지 불면서 이처럼 당선소감을 쓰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 주변머리와 눈치가 있었다면 견디기가 좀 수월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계산이 서질 않는 세월 속에서 욕심은 깜냥을 언제나 앞서 있었습니다.
왜 나는 당선이 되질 않는지, 왜 내 소설은 번듯한 옷을 입을 수 없느냐며 원망했습니다. 근 몇 해 간은 그러는 짓도 여러워 거북이처럼 움츠린 채로 낙마의 순간을, 그 시간 앞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만 생각하며 십이월을 보내왔습니다. 좀체 풀려갈 조짐이 없는 읽고 쓰는 삶과 어떻게 작별할 것인지만 궁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자식의 존재는 제 못난 상상에 참으로 맞춤한 핑곗거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네. 올해는 숱하게 상상해왔던 그 마지막 해였습니다. 그랬던 저이기에 당선전화를 받자마자 기쁨을 간단히 뛰어넘는 죄송함이 밀려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못남이 쌓여 이즈음의 나를 만들었는데, 그런 자에게 상을 주시다니 말입니다.
우선, 2022년 국제신문 소설부문의 투고자들에게 미안합니다. 낯모르는 이들에게 낙선의 아픔을 드렸습니다. 당신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절박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가족과 은사님, 벗님들께도 미안함을 전합니다. 저를 만나고 알아가 그 자체로 굴레가 되었던 모든 분께 어떻게 저를 인내해오셨을까, 깊은 존경을 드립니다.
심사위원 선생님과 앞으로 제 소설에 눈길 주실 분들을 떠올리며 다짐합니다. 오늘 부여 받은 생명연장을 영속적인 것이라 여기지 않겠습니다. 끊임없이 갱신해야할 의무로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약력=1985년 부산 출생. 월간 ‘함께가는 예술인’ 편집장. ‘먼구름 한형석’ ‘소설의 발견 Vol.3 악어’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