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 올라온 10편의 작품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나 디지털 데이터 세대의 서사적인 시도는 의외로 드물었다. 4편이 1차 선정되었고, 이중 3편을 대상으로 최종 심사가 진행되었다.
‘호랑이’는 대형백화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인물을 통해 거대 자본의 노동 착취 현장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황 인식과 태도를 예리하게 파고들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산만함이 노출돼 문제의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힘차게 이끌고 가지는 못했다.

‘팔월의 이안류’는 포구 외딴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실종과 관계된 듯 보이기도 하는 박이라는 인물을 통해 서사를 구성해가고 있는데, 장면 전환을 박진감 있게 전개시켜 나가는 점은 눈에 띄지만 인물과의 관계와 대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주제에 도달하는 힘이 다소 부족했다.

‘레이니데이’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한 김치공장 노동자 금비가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다. 작품은 현장감과 더불어 인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심리를 적재적소에 운용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와 그 2세의 문제를 실감나게 표출하고 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보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공동체로서의 윤리의식과 연대감 제시도 적절해 보인다. 우리 사회와 노동현실을 안정감 있는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자는 물론 기회를 놓친 모든 분들의 정진을 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중 1편에 대한 심사위원 1명의 기피 신청이 있었고, 해당 작품에 한하여 심사 배제를 했음을 밝힌다.

▶본심 심사위원=조갑상 함정임 소설가

▶예심 심사위원=이미욱 소설가 정훈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