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메시지 담은 10개 작품

“서양음악 재즈에서는 즉흥 연주가 많지만, 민족악기 가야금 즉흥 연주는 세계 최초의 시도입니다.”

국악인 최경철 씨가 오는 30일 독주회를 앞두고 부산 동래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가야금 즉흥곡을 연주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

부산 출신 국악인 최경철(35)은 30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제5회 가야금 독주회 ‘즉흥과 틀’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선 즉흥적으로 떠오른 선율들을 악보의 틀에 형식화해 기록한 가야금 즉흥곡과 공연 당일의 영감과 기분으로 가야금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실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그는 “악보 속에 갇힌 현대 음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가야금예술의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공연을 기획했다”며 “지구온난화로 말라 죽어가는 소나무, 기후 위기, 사회 양극화, 청년 문제, 인류 평화 등 사회적 메시지를 가야금 선율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즉흥과 틀은 ▷고독 ▷고백 ▷마른 소나무 ▷상실 등 총 10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그의 작품엔 다양한 현실 문제가 반영됐다. 네 번째 작품 ‘어느 농부의 말’은 기후 위기 문제를 경고한다. 장고의 가락은 풍요롭고 너그러웠던 대자연과 상생하는 옛 농부를 상징하고, 가야금의 가락은 인간이 자초한 재앙 속에서 절규하는 어느 농민을 그렸다. 여섯 번째 작품 ‘멜랑꼴리’에선 무언의 폭력 속에 방치된 현시대 청년들의 고독과 우울을 가야금과 현악 4중주로 연주한다. 마지막 작품인 ‘붉은 나라’에선 한국전쟁 전후 전국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야금, 현악 4중주, 춤으로 선보인다. 되돌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끔찍한 역사의 비극을 고발하고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모두의 가슴에 새기자는 것이 작품 의도다.

부산예고와 부산대 국악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래줄풍류와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25현 가야금 에튀드와 콘체르토’ ‘새허튼가락과 카프리치오’ ‘봄을 기다리는 겨울’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획기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야금 예술의 저변을 확대해왔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