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예술의 만남 2021 <2> 정신장애인과 예술

펭귄이 ‘허들링’하듯 … 장애인도 함께 예술문화 온기 나눠야죠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1-12-15 19:13:4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정신건강전문의·사회복지사
- 피아니스트·크리에이터 등
- 올해 부산지역 사회복지 현장
- 예술·문화와 연결한 4인 좌담

- "정신장애인·가족 등 취약계층
- 다양한 복지 접할 기회 부족
- 예술활동 욕구 발굴·지원해야"

- ‘쉼표 연주회’ ‘아르브뤼 대회’
- ‘허들링’ ‘송TV’ 등 사업 진행
- 자연스러운 일상 속 공존 늘려야

“정신장애인은 감정 표현이 둔하고 위축돼 있다 뿐이지 기본 욕구는 비장애인과 같습니다. 공연·전시나 예술활동을 즐기고 싶어 하고, 작품을 감상하면 자신만의 느낌과 감정을 갖죠. 정신장애가 있는 당사자와 보호자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요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해 뒷받침해야 합니다.”
부산 정신장애인의 문화예술 공연 관람 및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해운대구의 한 카페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동호 정신건강전문의, 음악가 강대현, 황민용 사회복지사, 크리에이터 이상석.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복지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장애가 있거나 위기에 처한 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지원·지지하는 것도 복지의 몫이다. 절박하고 다급한 일이다. 문화·예술은 즐기고 누리는 것이므로 절박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복지와 문화·예술은 동떨어진 존재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복지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복지와 다양한 영역의 만남 필요성이 커진다. 복지 대상인이 문화·예술을 향한 갈증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만큼, 오히려 그런 욕구를 발굴하고 향유를 보장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이 예술을 누릴 기회를 만들고, 이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온 이들을 초청해 좌담을 열었다. 주인공은 강동호 해운대자명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 전문의), 황민용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정신건강 사회복지사), 강대현 부산현대음악앙상블 단원·피아니스트, 이상석 송국클럽하우스 송TV 크리에이터이다.

■ 피아니스트 강대현은 왜?

지난달 16일 해운대의 한 카페에서 제9회 생명사랑 생명존중 문화제 ‘허들링’ 공연을 하는 모습.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정신장애를 ‘병’으로 받아들이고, 치료하면 낫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정신장애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거리를 두면서 병원을 찾지 않으니 더 문제가 커집니다.” (강동호 원장) 조사에 따르면 실제 정신장애 전문기관이나 정신과를 방문해 상담받는 비율은 전체 정신장애 중 20%에 불과하다. 복지 시스템이 좋은 나라도 40%대에 머물 만큼,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병명을 밝히고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비롯해 사회 취약계층은 외부 접촉을 꺼리고 가족과 함께 실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술 활동이나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다. 부산 정신장애인 입소 시설인 서구 아미정신건강센터는 지난 10월 ‘쉼표 연주회’를 열었다. 피아니스트와 클라리넷 연주자가 재능기부에 나서 꾸린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 이용자와 시민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건넸다.

이 공연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강대현 씨는 “시설에서 연주회를 하면 ‘직접 현장에서 악기 연주를 들은 게 처음’이라는 분이 아주 많다”며 “문화계와 시설 간 협업을 통해 연주자들이 봉사할 자리를 마련해주면, 기관에 단체관람권을 주고 공연을 보러 공연장에 가라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해 예술을 연결하는 사업은 많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문화복지 공감(대표 이경혜)이 ‘Art-burt(아르브뤼, 세련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형태를 지닌 ‘원생미술’을 의미)-우리동네, 사람’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현재 SNS를 통해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김군’이 은상을 받고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합창·중창대회가 열렸고, 올해는 포토에세이 공모전이 개최됐다. 기회와 장은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예술을 복지 측면에서 퍼뜨리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강동호 원장은 “어떤 이든 외면하고 소외시키지 않고 도움을 주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사회의 몫”이라며 “인식만 조금 바꿔도 실질적 도움이 될 제도와 구체적 내용을 포함한 법령을 만들어 현실을 바꿀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모두가 힘들어한다”고 짚었다.

■ 허들링 허들링 허들링

제9회 생명사랑 생명존중 문화제 ‘허들링’ 포스터.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가 2013년부터 해마다 진행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생명사랑 생명존중 문화제 ‘허들링’은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체험활동과 생명사랑 걷기대회 등을 진행해왔다. 남극 황제펭귄 무리는 추위를 극복하려고 둥글게 모여 서로 몸을 맞대고 체온으로 열을 전한다. 가장 바깥에 있던 펭귄이 안으로 들어오는 형태로 교대하면서 위치를 바꾸는데 이 행동이 ‘허들링’이다. 원의 가장 안쪽에서는 새끼 펭귄이 보호를 받는다. 이 모습처럼 삶의 위기나 어려움을 혼자가 아닌 공동체 의식으로 이겨낸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축제도 ‘허들링’이라고 이름 지었다.

허들링 문화제는 2014년 부산시 ‘정신건강 분야 우수사업상’을 받았고, 비슷한 포맷의 정신건강 문화 행사가 널리 퍼지는 출발점이 됐다. 행사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장애인과 자살 방지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 인식도,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맞춰 송국클럽하우스와 함께 비대면 미니 콘서트를 준비해 아쉬움을 덜었다.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연주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5일까지 센터 SNS에서 허들링 챌린지도 진행했다. 센터 계정에서 챌린지 영상을 보고 나만의 영상을 올리면 참여자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도 준다.

황민용 부센터장은 “정신장애와 자살 급증은 지역사회가 보듬어 안고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주회를 지역 축제처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구남로, 동백섬에서 진행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 정신장애인 일상 담는 유튜브

문화·예술이 복지 일환으로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문화 범주에서 장애 또는 취약계층을 다룰 때 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BS가 제작에 참여한 조현병을 다룬 영화 ‘F20’이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반대로 방영이 보류되기도 했다.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낸 데 대한 반감이 컸다.

해운대구의 정신장애인 이용시설 송국클럽하우스는 자체 유튜브 채널 ‘송TV’를 운영한다. 해당 채널에서 정신장애·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이웃으로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의 일상을 담아 소개한다. 대부분 장애를 앓는 회원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설에 다니는 회원들이 프로덕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전달하는 표현이 오해받지 않도록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만 100편가량 콘텐츠를 만들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 당사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채널을 운영하는 이상석 크리에이터는 “처음에는 악플도 있어 당황했지만, 다양한 반응과 관심 표현 중 하나로 생각했다. 영상을 보고는 시설을 찾아오시는 당사자도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정보 접근권을 위해 노력한다”며 “우리 모두 다양한 삶을 살듯 송국클럽하우스 회원의 일상도 이웃과 자연스러운 공존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노력해야 한다’ 말고

정신장애에 대한 미디어 반영이 늘면 반감이 적어지는 점은 반길 만하다. 최근 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이 그 사실을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고, 일반인도 정신과를 찾아 상담받는 사례도 늘어난다. 황 부센터장은 “대중도 정신장애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닫는 추세”라면서 “과거 범죄자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력이 먼저 알려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는데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관련 법률이 있지만, 실질 효과가 작은 점은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 35조(평생교육지원), 36조(문화예술체육활동지원)에 관련 조항이 있지만, 대부분 내용이 ‘노력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등이다. 강 원장은 “말 그대로 글로만 지원방안이 존재하기에 실질적 변화는 없다”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지원하는 단체가 있어야 현실이 알려지고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2. 2尹, 부·울·경 지지율 하락세…與 텃밭민심 요동 총선 비상
  3. 3부산기업 해외출장업무 느는데…김해 노선 없어 셋 중 둘 인천행
  4. 4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5. 5술판 눈살 도시철 서면역 입구, 화단·네온사인 설치 환골탈태
  6. 6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7. 7낙동강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가 ‘비닐하우스 섬’?
  8. 8따뜻한 겨울…11일 천둥·번개에 많은 비
  9. 9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10. 10‘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1. 1‘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2. 2尹, 부·울·경 지지율 하락세…與 텃밭민심 요동 총선 비상
  3. 3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4. 474일 만에 끝난 사법부 공백 사태…조희대, 재판지연 문제 등 시험대
  5. 5혁신위 11일 종료…부산 與 “김기현 책임져야” vs “총선 전 사퇴 안돼”
  6. 6北 돈줄 막자…한미일 ‘대북 新이니셔티브’ 추진(종합)
  7. 7이낙연, 신당 창당 가속화 하나? …“이준석, 시기 되면 만나겠다”
  8. 8윤 대통령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의 중심축"
  9. 9野 병립형 회귀 '현실론'과 맞붙은'명분론'…원심력 커지나
  10. 1012월 임시국회 시작되지만…예산·청문회에 특검·국조논란 등 여야 대치 고조
  1. 1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2. 2“블록체인 규제 철폐·에어부산 분리매각…대통령 의지 중요”
  3. 3대성문 ‘시청 아틀리에 933’ 분양
  4. 4노후산단 개발 규제 푼다…절차·용도변경 간소화(종합)
  5. 5은행권, 자영업·소상공인 최대 150만 원 환급 추진
  6. 6고군분투 중소기업 57% “내년 경영 올해만큼 힘들 것”
  7. 7스타소상공인 지원금 큰 힘 됐어요
  8. 8세계 해양 대통령 임기택 총장 퇴임
  9. 9한국해양진흥공사, 여성해기사 승선지원키트 전달
  10. 10정부 "국내 주유소 97% 요소수 비축…가격도 평시와 유사"
  1. 1부산기업 해외출장업무 느는데…김해 노선 없어 셋 중 둘 인천행
  2. 2낙동강 철새 대체서식지 후보가 ‘비닐하우스 섬’?
  3. 3따뜻한 겨울…11일 천둥·번개에 많은 비
  4. 4준공영제 외곽 노선 넓히고, BRT 도심 통행속도 높이고
  5. 5부산울산경남 낮까지 비…“천둥·번개 치는 곳도”
  6. 6금융·비즈니스·관광 국제화 핵심…‘두바이 수준’ 규제 없애야
  7. 7인니 150개 부산신발업체 공장 있는데…직항 없는 김해공항
  8. 8이익만 좇고 의로움 잊었다…‘견리망의(見利忘義)’ 올해 사자성어
  9. 9지지부진 창원 덕산산단…부지공급가 낮춰 돌파구 찾는다
  10. 10마산로봇랜드 수사 결과 2월께 나올 듯
  1. 1‘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2. 2정보명호 아시아야구선수권 3위
  3. 3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4년 만의 1부 승격 불발
  4. 49200억 다저스맨 오타니, 내년 서울서 김하성과 대결
  5. 5황인범 세르비아 데뷔골…복귀한 김민재는 혹평
  6. 6두산 포수 박유연, 음주운전 적발 숨겼다 들통…구단 중징계 예상
  7. 7부산 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수원FC에 2차전 패배로 승강 불발
  8. 8수원FC 5-2 부산 아이파크…부산 1부 리그 승격 불발
  9. 9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10. 10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우리은행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목 벤다던 남해현령 유임시키고…난데없이 경상수사 압송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인간 등정의 발자취-제이콥 브로노우스키(1908~1974)
리뷰 [전체보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우크라이나 ‘아미’의 서울 여행 外
사계절로 분석한 한의학 세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딱풀 /최성아
완주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3일의 휴가’ 김해숙과 신민아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서울의 봄’ 황정민 틀을 깬 악역 창조…이태신 役 정우성 캐스팅은 화룡점정
네 편의 자연 다큐…우리, 잠깐 쉬어가는 건 어때요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시대…그 부당한 역사에 맞선 의인 이야기
계급사회 속 비틀리고 고립된 개인…일상이 호러가 된 세상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1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7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이것이 어른들의 록앤롤이다
천재 뮤지션 ‘원호’의 무대를 목격했다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11일(음력 10월 29일)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7일(음력 10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1일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고요한 산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추해 보는 김부식
아이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가정교육을 했던 홍인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