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인은 산맥 시각예술가는 강물”
- 고은사진미술관 26일까지 개최
“나는 거의 모든 사진을 그 사람의 영역에서 ‘그 사람의 빛’으로 찍었다. 그리고 혼자서 감히 턱도 없는 다짐을 했다. 안 보이는 것도 찍으리라. 내면도 보이게 하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영혼까지 드러나게 하리라.”(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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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운구가 찍은 박경리(서울 정릉, 1976).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한국 다큐사진계의 대가 강운구 사진가의 개인전 ‘사람의 그때’가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가 20대부터 70대까지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부딪힌 국내 문화예술계 인사의 초상 163점이 걸렸다. 한 원로 사진가의 타임캡슐이 50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 전시는 박경리 박완서 신경림 백낙청 김병익 조세희 서정주 임응식 승효상 김수근 함석헌 장욱진 천경자 한창기 등 한국 문화계 역사 속 ‘사람의 그때’이자 작가의 ‘나의 그때’를 기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문인과 시각예술가의 사진이 각각 펼쳐진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서울 정릉 자택에서 창을 내려고 뚫은 벽체 구멍에 서서 정면을 주시하거나, ‘산의 화가’ 박고석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붓을 들고 형형한 눈빛으로 렌즈를 바라보는 모습 등 ‘그 사람의 빛’과 이야기가 무언의 사진을 뚫고 나온다.
반세기 만에 이루어진 전시인 탓에 작품 속 인물의 절반은 이미 작고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몸이 불편해 부산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 문화계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일찍 전시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전시의 사진 속 초상은 ‘시대의 초상’으로도 읽힌다. 박상순 시인은 “이 사진들은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담고 있기에 한국 사회, 그 시절 사람들의 열정과 더불어 시대적 의미를 또한 전해준다. 1970~90년대까지 우리 사회가 숨 가쁘게 변화해온 현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으니 이 사진들이 지닌 가치는 시대의 초상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특별하다”고 평했다.
작가는 한국 문화의 지형에서 문인을 산맥, 시각예술가를 강물로 비유했다. 전시의 마지막, 강물과 산맥이 만나는 그곳에 자리잡은 이는 누구일까. 지난 12일 아티스트 토크에서 작가는 “이 작품 선정을 놓고 고민하다가 마지막 자리에 넣었다. 사람의 이름이란 무엇인가, 유명하다는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말, 미술관을 찾아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