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이 세상에 오는 이유



                                　 최휘웅





　 노자의 발목을 따라 사막을 걷다 보면 밟히는 모래알마다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체 위의 까마귀도 보이고, 고단한 긴 낙타의 행렬을

따라가는 나도 보인다.



　신호등



　달



　꿈



　초록의 물결 위에 나비가 앉았다.



　앞지르고 뒤처지다 보면 매듭이 생기고 생채기가 덧나고 관절이

　신음하는데

　임계점에 도달했다.



　아, 고드름.



　시간의 감옥에서 훨훨 날자 생각하는 순간

　나비의 등을 탔다.



　그런데 등에 난 사슴의 뿔을 어쩐다지?

　열이 들끓더니 구름이 뭉쳐서 비가 내린다.



　노자와 장자는 함께 시공을 떠났는데

　나는 아직도 한 마리 달팽이처럼 벽을 긴다.



　의문의 빗장을 풀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시집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빛남 2019) 수록

　 -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1년 겨울호에서

달팽이가 자기 길을 간다. 국제신문 DB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노자의 글을 시에 비유하거나 장자의 글을 소설에 비유하는 이들이 많다. 알다시피 둘을 아울러 ‘도가사상’이라고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道’는 ‘하루하루를 없애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적화자는 그런 사라짐의 영원성을 따라 배워가는 중이므로 사막이 ‘울음을 삼키는’ ‘모래알’들로 보였을 것이다. 장자의 ‘제물 齊物’ 편은 ‘꿈’과 ‘나비’를 섞은 비유로 현실과 꿈은 같다고 본다. 곧 ‘호접몽 胡蝶夢’이다. 이런 깨달음은 그 편의 제목인 ‘제물’에도 이미 보인다. ‘보리이삭처럼 가지런할 제’ ‘사물 물’이니 모든 사물의 가치는 같다는 것이다. 곧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 달라진다, 는 의미를 획득한 것이다.

　그럼 시적화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모두 같다고 느끼는 경지에 도달한 것일까?

　장자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장자는 ‘소요유’로 글을 연다. 여기에 가장 큰 물고기인 ‘곤’이 나오고 그 곤이 변한 새가 ‘붕’이며 그 붕은 공간과 ‘시간의 감옥’을 뚫고 ‘훨훨’ 날 수 있다. 그런데 시적 화자는 그만 ‘나비’의 등에 오르고 말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슴의 뿔’에서 유추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슴은 도가의 유파 격인 신선사상을 드러내는 신선도에도 자주 나오는 십장생 중 하나이다. 아마도 ‘붕’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시적화자는 ‘달팽이처럼’ 벽을 기고 있다. 달팽이도 부드럽지만 뿔이 있다. 이것이 ‘붕’처럼 자유의 극치에 도달하기 전 그 잠재력만 지닌 ‘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시적화자는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을 고백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의문의 빗장’을 풀지 못했지만 시적화자는 세상에 온 ‘비’가 만들어낸 ‘고드름’ 하나 들고 생채기를 꿰뚫고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