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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6> 논산 강경 ‘젓갈백반’

20여 가지 곰삭은 맛이 꼬들꼬들 톡톡…밥 두 공기로도 부족하오

  •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1-30 19:43:3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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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만 100여 곳 젓갈고장 강경
- 조선시대 3대 장 형성 유통 중심
- 수산물 보관할 자체 염장법 발달

- 토굴형 저장고 365일 저온숙성
- 짜지 않고 저마다 특색 있는 맛

- 조개젓 감칠맛 토하젓의 구수함
- 종류마다 각기 다른 향취와 풍미
- 시골 인심 가득 시래기된장은 덤

온 동네가 젓갈 삭는 냄새로 구수하다. 콤콤하면서도 웅숭깊은 짙은 감칠맛의 절정, 참으로 참기 힘든 흥미로운 자극이다. 깊고 풍성한 ‘곰삭음’의 풍미가 이렇게 주체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강렬한 식욕으로 다가온다. 강경젓갈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논산 강경읍에서 유명한 젓갈백반식당에서 젓갈백반을 주문했다. 생선젓갈 조개젓갈 등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는다.
논산시 강경을 흔히 ‘젓갈의 고장’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강경’하면 ‘젓갈’, ‘젓갈’하면 ‘강경’이 생각날 정도로 전국 최대 규모의 젓갈생산지이자 유통시장이 소재하고 있다. 전국 젓갈 유통양의 절반을 차지하고, 읍 전체가 젓갈상점일 정도로, 읍내에만 100여 개의 젓갈가게가 소재하고 있기도 하다.

강경은 조선시대만 해도 원산포구와 더불어 조선의 양대 포구였다. 천혜의 내륙항으로서 일찍이 수운이 발달한 강경포구는 서해에서 들어오는 각종 해산물과 교역물이 금강을 통해 이합되고 집산됐다. 이 때문에 포구 주변으로는 ‘강경장’이라는 큰 장시가 들어서 평양장, 대구장과 함께 ‘조선 3대 장’을 형성할 정도로 물류와 유통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해서 서해의 수산물이 모두 강경에서 모이고 인근 농산물 또한 강경을 거쳐 각지로 실려 나갔다.

다양한 종류의 양념 젓갈.
개항 이전부터 중국과 일본, 제주의 상인들이 드나들며 번성했던 포구였고, 1930년대에는 강경포구로 출입하는 배들이 하루에 80척에서 90척, 많을 때는 100척이 넘었다고 전한다. 전국 각처의 상인이 매일 2만 명 이상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충청도 최초로 전기가 들어왔고, 수도 관계시설이 완비될 정도로 일제 착취의 역사 또한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강경에는 수많은 객주가 포구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농수산물 유통으로 업을 이어왔는데, 당시 팔고 남은 수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하여 자체 염장법 또한 발달했었다. 그 시절의 젓갈 담는 비법이 오늘날에 이어져 전국 제일의 젓갈시장 명성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젓갈협동조합을 설립한 초대이사장 출신인 심철호(60)씨는 “옛 부둣가인 강경읍 염천리 일대에는 30여 개의 대규모 젓갈가게가 자리하고 있는데, 모두 50평 이상의 대형 토굴형 저장고를 갖추고 있다”며 “이 저장고들은 일년 내내 섭씨 10~15도를 유지해 고유의 숙성발효법으로 직접 젓갈을 생산한다”고 했다.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맛이 없고, 저온 숙성 방식이라 짜지 않단다. 이것이 강경젓갈의 맛의 비밀 중 하나라고.

젓갈 저장 숙성실의 모습(위쪽)과 숙성된 새우젓.
강경읍내에서 유명한 젓갈백반식당에 들어선다. 젓갈백반을 주문하니 강경에서 담근 모든 젓갈들이 한상 가득하다. 상위에 젓갈이 하나씩 오른다. 젓갈 수만 눈짐작으로 헤아려 봐도 스무 가지가 넘는다. 크게 나누어 생선젓갈과 조개젓갈 두족류 젓갈 알젓 등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이 젓갈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려준다. 꼴뚜기젓 조기젓 가리비젓 창란젓 오징어젓 낚지젓 청어알젓 어리굴젓 멍게젓 아가미젓 밴댕이젓 비빔오징어젓(오징어젓을 다져서 담근 젓갈) 바지락젓 갈치속젓 비빔낚지젓 명란젓 전어젓 토하젓 새우젓 씨앗젓갈(낚지 오징어 청어알을 다져서 해바라기씨앗을 넣고 담근 젓갈)….

젓갈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자 각 젓갈의 독특한 맛과 풍미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밥 한술에 젓갈 한 점씩 맛본다. 으음~! 씹을 때마다 그 진하고 짙은 발효의 감칠맛이 넘실거린다.

생선젓갈은 그 구수하기가 이를 데가 없고 조개젓은 감칠맛이 온 입 안에서 퍼져난다. 두족류 젓갈은 식감이 일품이고 알젓은 톡톡 터지는 묘미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이 모두가 서해 바다의 들큰하고 짭조름한 맛으로 응축이 되어 입 안에서 마구 터져나는 것이다.

따뜻한 흰 쌀밥 위에 먼저 바지락젓을 올린다. 한 입 크게 떠먹는다. 음~. 바지락 살이 탱글탱글 씹힌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조갯살의 식감이 그저 그만이다. 연이어 밴댕이젓 순태젓 토하젓 다른 젓갈들을 차례대로 밥에 얹어 먹는다. 각각의 젓갈들이 나름의 향취와 풍미를 내고 있어 쌀밥 한 술 한 술이 흔쾌하고 기껍다.

낙지젓은 꼬들꼬들, 창란젓은 잘강잘강, 꼴뚜기젓은 쫀득쫀득, 전어젓과 순태젓은 끝없이 깊은 맛을 낸다. 토하젓은 구수하고, 조개젓은 구수하면서 아릿하고, 어리굴젓은 바다 향이 입안이 꽉 찬다. 다양하게 씹히는 맛에 홀딱 정신이 팔려, 어느 새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두 공기 째 쥐고 앉는다. 비워진 젓갈 접시는 주인장이 계속해서 채워준다.

거기에다 슴슴하게 담은 담배나물과 냉이무침 또한 시골밥상에서나 볼 수 있겠다. 담배나물이 뭐냐고 물으니 여름 벌판에 지천인, 작고 하얀 꽃을 피워내는 ‘개망초’란다. 담배냄새가 나서 ‘담배나물’이라 부른단다. 개망초는 한국전쟁 이후 기근 속 서민이 끼니를 속이기 위해 무쳐먹던 나물이다. 몇 번을 우려내어도 쉬 빠지지 않는 짙은 담배냄새의 담배나물, 힘든 세월을 함께한 음식이기에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하다.

국은 냉이시래기쑥된장국이다. 이 된장국에도 주인장의 노고가 오롯이 들어갔다. 된장은 직접 담그고 냉이는 인근 들판에서, 시래기는 직접 기른 무청을 말려서 봄에 뜯어둔 쑥을 함께 넣고 끓여낸다. 고향 시골집에 먹던 토장국 맛이다.

주인장 부부 박홍도(62), 이영옥(65) 씨가 20년 넘게 젓갈가게에서 직접 젓갈을 만들어 파는데, 그 옆 공간에 식당을 두고 젓갈백반을 곁들여 팔고 있다. 식욕이 남다른 청년들은 한 자리에서 밥 5공기는 거뜬하게 먹고 간다고..

부산도 김장철을 맞아 김장 준비가 한창이다. 시장마다 배추를 사고 양념거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김장에 필요한 젓갈에도 관심이 간다.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 밥 위에 올리거나 돼지수육과 함께 먹어도 좋을 일이겠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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