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호 ‘배롱나무’ 수양하듯이 작업"

푸른 새벽, 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소나무 몇 그루가 제각각 서 있다. 잔잔한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고요함이 찾아온다. ‘소나무 화가’ 홍익종 작가의 작품 ‘회귀-신세계’다. 그의 작품은 회화처럼 보이지만 부단한 칼질과 색을 칠하고 찍어냄을 반복하는 목판화이다. 나무 바위산 등 주로 자연을 대상으로 그리는 데다 판화지가 아닌 한지에 찍어내 한껏 물을 머금은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낮은 채도는 동양화 같은 느낌을 더한다.

홍익종 작가의 ‘목백일홍-배롱나무’. 아리안갤러리 제공

홍 작가의 판화들은 다음 달 5일까지 부산 수영구 아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회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품전 제목 ‘회귀’는 자연으로 회귀를 의미한다. 그동안 작가에게 자연(나무)은 표현의 대상이었다면, 이번엔 자연으로 돌아가길 시도한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자연의 입장에서 세상 바라보기를 구현했다. 비워놓은 ○○○은 각자의 생각이다. 자연에 대한 애착과 반성일 수도 있고, 기술 지배에 대한 거부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이번 작품전을 ‘수양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한다.100호 크기의 캔버스에 앙상한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배롱나무’ 작업을 할 때 특히 그랬다. 그는 “기술적 수련의 측면도 있었지만, 작품을 하면서 어느 순간 잡념도 사라지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카오스가 질서를 낳듯, 혼돈을 계속 뚫고 가다보니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오더라”고 말했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졸가리)는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홍 작가는 “기와지붕처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반복은 한국적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졸가리 작업에 천착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요즘엔 뿌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뿌리를 판각하면서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