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입 뚫어 호흡·숨결 표현

표정 없는 얼굴들이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돌로 조각하거나 아로새긴 머리들이다. 이들은 가늘게 뜬 실눈과 살짝 벌린 입으로 뭔가 지켜보는 듯하기도, 말하는 듯하기도 하다. 고요하고 서늘한 표정은 영적인 느낌마저 준다.

‘정희욱의 돌’ 전시에서 선보이는 ‘자소상’. 왼쪽 작품은 상주석, 오른쪽 작품은 절편석으로 만들었다. 갤러리이듬 제공

갤러리 이듬은 다음 달 10일까지 조각가 정희욱 씨의 개인전 ‘정희욱 돌’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작가는 40년 넘게 오로지 인간의 두상만을 파고 들며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인 조각들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작가는 돌덩어리를 절개하고 그 속을 파낸 다음 덮개석으로 다시 덮어 가린다. 여기에 눈과 입은 뚫려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얼굴, 영혼을 위한 건축을 짓다’고 표현했다. 그는 “작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영혼과 생기(파내어진 부분)를 생략하면서 오히려 그것의 호흡과 숨결을 표현한다. 영혼과 생기를 위한 집을 지어주는 것이며, 호흡과 숨결이 머무는 처소를 건축하는 일이다”고 평했다.

그의 얼굴들은 하나같이 미완 같다. 바닥에 반듯하게 서 있거나 모로 누운 얼굴들이 깨다 만 것 같고, 쪼다 만 것 같고, 갈다 만 것 같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어색하지도 어눌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다. 미완 같기도 하고, 미완 때문에 오히려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미완 자체로서 이미 완성 같기도 하다. 이로써 미완인 채로 완성의 개념과 감각을 재정의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 지점을 작가는 감각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조각으로 표현한 얼굴은 원형적 얼굴을 겨냥한다. 작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얼굴을 찾고싶다’는 말이 그렇다. 이런 원형적 얼굴이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든다. 개별성으로 하여금 일반성을 담보하게 만들고, 특수성으로 하여금 보편성을 획득하게 만든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