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곳의, 詩와 그곳 <42> 유홍준 시인 ‘용접공의 눈’







용접공의 눈



유홍준



여섯 살이었다

꽃이 좋아 꽃이 예뻐 장독대 옆 맨드라미 꽃밭에 가서 놀았다

볏 붉은 맨드라미 잡고 흔들어댔다

눈이 부셔

눈이 아파

자꾸만 눈을 비비고 눈을 비볐다

밤 꼴깍 지새우고 병원에 갔다

돋보기 쓴 의사 양반 눈 크게 뜨고

내 눈 속에서 티끌만 한 맨드라미 씨를 찾아냈다

부빈 맨드라미 씨

밤새 부빈 맨드라미 씨

벌써 하얗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내 눈 속에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어떤 꽃은 한번 피면 평생 지지 않는다고 했다



시집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에서

맨드라미꽃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만개한 맨드라미꽃이 가을 햇살 아래 태양보다 붉게 이글거린다. 7~8월부터 개화가 시작된 맨드라미는 시골 집 마당이나 장독대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다. 늦가을까지 오래 볼 수 있으며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라 뜰 안팎에 많이 심었다. 생김새가 닭의 볏이랑 비슷하다 하여 계관화, 계두화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살면서 아주 강렬했던 기억은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시적 화자에게는 여섯 살 적 장독대 옆 맨드라미꽃이 그런 기억 중 하나인 것 같다. 맨드라미꽃은 가녀린 느낌이 아니라 공격적인 느낌을 갖기도 한다. 계관(鷄冠), 계두(鷄頭)라는 이름을 가진 것도 그렇지만 펄떡이는 동물의 신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어 그런 것일까? 장독대 옆 꽃밭에서 놀던 여섯 살 아이가 마주한 맨드라미 꽃씨가 눈에 들어간 시의 전개와 ‘평생지지 않는’ ‘꽃’의 상징성을 ‘용접공의 눈’에 대비시킨 시적 장치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꽃밭’의 ‘꽃이 좋’고 예쁘지만 어린 마음으로 함부로 만진 꽃의 씨앗 때문에 시적 화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졌다. 그러나 ‘밤새’ 눈을 부빈 고통을 경험했기에 ‘눈 속에서’ 찾아낸 ‘티끌만 한’ 맨드라미 씨앗은, 삶의 현실과 맞닥뜨려 ‘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용접공의 눈’을 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적 화자가 말하려는 ‘한번 피면 평생지지 않는’ 꽃이 아닐까.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