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후 계획도 세워라” 죽음의 권리 외친 법의학자

남아있는 모든 것- 수 블랙 지음 /김소정 옮김 /2만5000원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11-04 19:32:1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영국의 세계적 권위자 수 블랙
- 쓰나미 사망 신원확인 등 활약
- 공포·혐오 대상으로서가 아닌
- 이해해야 할 존재로 죽음 강조
- “사인·신원 확인받을 권리 있다”

죽음을 꺼리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이라고는 해도 인간의 두려움은 훨씬 더 크고 절망적이며 히스테릭하다. 상대적으로 죽음과 멀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는 죽음을 외면하고,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불안해한다. 이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사람들은 죽음 따위 별 것 아니라는 듯 허세를 떨거나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도 담지 않을 정도로 금기시 한다.
코소보 내전이 최악으로 치닫던 1999년 비극의 현장인 코소보로 파견돼 활동한 법의인류학자 수 블랙. 밤의책 제공
죽음은 왜 공포의 대상이 됐을까. 죽음이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겪는 평범한 일이란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불안과 두려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죽음을 일상적으로 대하는 사람, 주검을 많이 보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법의학자 수 블랙은 이번에 국내출간된 저서 ‘남아있는 모든 것’에서 이런 질문에 답한다. 수 블랙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태국에 파견된 최초의 법의학자이며, 2016년 법의인류학 분야에 공로가 인정돼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언론매체의 찬사를 받고 문학상을 휩쓸었다.

많은 경우 ‘죽음의 첫인상’은 조부모의 임종이 결정한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밥을 먹다가 ‘토마토 수프 그릇에 얼굴을 박고’ 사망했다. 목격한 가족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기억이 될 수 있지만 고통도 번뇌도 없었던 그 죽음이 축복이 아닐 것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례식날 “할아버지가 잘 계시는 지 확인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저자는 시신의 맥박을 재고 피부색을 살피고 혹시 불법 장기적출이 없었는지 확인한 뒤 할아버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10대 시절 정육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저자는 고기의 살과 근육, 뼈의 모양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해부학을 탐구했다. 그때 이미 그는 자신의 길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죽음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과 태도를 잠시 거두기를 제안한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하나도 슬프지 않다는 다소 당혹스러운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죽음이 ‘악마’가 아닌 것은 물론 운명처럼 ‘순응’하거나 부정할 대상도 아님을 강조한다. 우리가 죽음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터부시하거나 신성시할수록 죽음은 어두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죽음을 나의 마지막 모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어쨌거나 내 인생에서 죽음은 단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할 사건이니까. 나는 죽음을 알아보고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보고 만지고 냄새도 맡고 맛도 보고 싶다. 내 모든 감각으로 죽음을 느끼고, 마지막 순간이 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있는 최대한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싶다.”

저자는 무엇보다 우리가 ‘죽음을 둘러싼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 사람이 정체성을 가질 권리가 있듯, 죽은 사람의 신원과 사인도 명확히 확인받을 권리가 있다. 산 사람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듯, 삶의 연장선인 죽음도 스스로 계획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회는 서서히 그런 권리에 눈을 뜨고 있으며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리라고 확신한다. 죽음에 대해 이렇게 냉철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읽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묘하게 안도가 된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구직 활동 않고 '그냥 쉰' 청년 40만명…역대 두 번째로 많아
  2. 2과기통신부 차관, '기간통신망' KT부산센터 점검
  3. 3도시가스 요금 '7월부터 최소폭 인상' 검토…정부 막판 협의
  4. 42024년 6월 더위, ‘최악의 더위’였던 2018년 6월 넘어섰다
  5. 523일 부산, 울산, 경남 오전은 ‘비’…오후부터는 흐린 날씨 예상
  6. 6구광모 LG그룹 회장, 북미지역 방문...AI 반도체설계 점검
  7. 7'수호자의 발걸음' 1년 만에 마무리...한국전 참전용사에 ‘맞춤신발' 헌정
  8. 8호우·강풍주의보…옹벽 붕괴 등 부산 피해 신고 잇따라
  9. 9‘세계 3위 공작기계’ DN솔루션즈, 부산 경남 대구까지 ‘맞춤형 산학인재’ 양성
  10. 10‘그룹 구조조정 시동’ 최태원 SK 회장, 미국행…빅테크 CEO들 만난다
  1. 1‘탑건’에 나온 美 항모 루즈벨트함 부산에 입항…국내 최초
  2. 2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법사위 통과…재발의 22일만 초고속
  3. 3"우키시마호 진실 드러날까"…정부, 일본에 승선자 명부 요구
  4. 4국민의힘, 채상병특검법 통과에 “이재명 충성 경쟁” 맹비난
  5. 5여야 원내대표, 국회의장 주재 내일 원구성 막판 협상
  6. 6한동훈 23일 출사표…부산 국힘 의원 ‘어대한’에 동상이몽
  7. 7박수영 ‘국쫌만’ 22일 200회…남구민 민원 ‘훌훌’
  8. 8환경부 신임 차관 이병화, 고용부 신임 차관 김민석, 특허청장엔 김완기 내정
  9. 9‘지방소멸 대응’ 지자체 펀드 허용한다
  10. 10“전쟁상태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 원조” 한반도 유사시 러 개입 시사
  1. 1구직 활동 않고 '그냥 쉰' 청년 40만명…역대 두 번째로 많아
  2. 2과기통신부 차관, '기간통신망' KT부산센터 점검
  3. 3도시가스 요금 '7월부터 최소폭 인상' 검토…정부 막판 협의
  4. 4구광모 LG그룹 회장, 북미지역 방문...AI 반도체설계 점검
  5. 5'수호자의 발걸음' 1년 만에 마무리...한국전 참전용사에 ‘맞춤신발' 헌정
  6. 6‘세계 3위 공작기계’ DN솔루션즈, 부산 경남 대구까지 ‘맞춤형 산학인재’ 양성
  7. 7‘그룹 구조조정 시동’ 최태원 SK 회장, 미국행…빅테크 CEO들 만난다
  8. 8한화그룹 미국 조선업 진출한다…국내에선 처음
  9. 9원재료 가격 상승에 아이스크림 판매가 5년간 300~400원↑
  10. 10한수원, 슬로베니아와 '신규원전 협력' 추진…"맞춤형 수주"
  1. 12024년 6월 더위, ‘최악의 더위’였던 2018년 6월 넘어섰다
  2. 223일 부산, 울산, 경남 오전은 ‘비’…오후부터는 흐린 날씨 예상
  3. 3호우·강풍주의보…옹벽 붕괴 등 부산 피해 신고 잇따라
  4. 4울산 남구 물놀이장 일제히 개장
  5. 5새단장 안성녀 여사 묘소 헌화… 남구 "서훈 재추진할 것"
  6. 6한화그릅,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7. 7조선업 퇴직자 운영 지원 센터 7년 만에 운영 종료
  8. 8양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 여야 합의
  9. 9중금속 검사 안한 미끼용 멸치, 식용으로 판매한 유통업자 기소
  10. 10밀양 가해자는 예비신랑…유튜버 또 신상 폭로
  1. 1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2. 2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선발투수 한명 불펜 기용”
  3. 3태권도 큰 별 박수남 별세, 향년 77세…유럽서 활동
  4. 4전차군단 독일 헝가리 꺾고 16강 선착
  5. 5BNK 이소희·안혜지 농구대표팀 승선
  6. 6한국 U-20 여자핸드볼 서전장식
  7. 7머리, 올림픽·윔블던 출전 불투명
  8. 8전미르 마저 2군…롯데 1순위 입단선수 얼굴보기 힘드네
  9. 9축구협회 대표팀 감독후보 평가, 5명 내외 압축
  10. 10북한 파리올림픽 6개 종목 14장 확보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사처석교비(四處石橋碑)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삼도수군통제사 복직 명령…軍 재건 책임감에 무거운 어깨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詩 ‘낙화’를 가곡으로…“부산표 음악콘텐츠 만들어 널리 알리고파”
“불안은 우리의 원동력”…세상에 없던 연극 추구하는 사람들
리뷰 [전체보기]
오감이 압도되는 화려한 연출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학생 발길 붙잡은 ‘등굣길 음악회’…일상에 스며든 리코더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시와사상’ 발행인 김경수 신작 外
용기있는 바이킹 ‘원샷’ 했다네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비석마을 민들레 /김석이
괜찮다 /서석조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tvN ‘선재 업고 튀어’ 변우석
‘피라미드 게임’ 두 주연배우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3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재회 ‘원더랜드’ 김태용·탕웨이 부부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선미·나연·권은비…올 여름 ‘서머퀸’ 누가 될까
민희진 사태·김호중 음주 뺑소니…가요계 잇단 악재로 침울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홀로코스트서 발견하는 우리 시대의 비극
여성의 재구성과 남근적 질서의 전복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6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6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뉴진스 일본 정식 데뷔 선공개곡 ‘Right Now’
전포동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문화공간 ‘유기체’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6월 20일(음력 5월 15일)
오늘의 운세- 2024년 6월 19일(음력 5월 14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오랜만에 벗들과 만나 시를 읊은 정몽주
요즘 마을 곳곳에 피어나는 접시꽃을 노래한 서거정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