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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35> 불우한 삶을 살았던 작사가 한산도(韓山島)

작곡도 능했지만 동백아가씨 대박에 저작권 다툼도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1-10-24 19:22: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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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가수로 데뷔 히트곡 남겨
- 부산 시절 손인호 등과 어울려
- 처연함 살려 동백아가씨 히트 후
- 수익 배분 문제로 백영호와 갈등
- 서울 오두막서 불우한 말년 보내

대중음악이 천대받던 시기의 작사가, 작곡가, 가수들은 인격적 대우조차 받지 못한 채 가난하고 불우한 삶을 살았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대단한 히트를 했던 경우라면 모를까 대다수 대중음악인들은 말할 수 없이 궁핍했다. 이런 점에서 1964년은 획기적인 전환의 해였다. 왜냐하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란 것이 발족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만 시행되던 저작권법이란 것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제정 공포되고 이 법의 발효에 따라 음악저작권자들의 권익이 드디어 보호 관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수는 음반 판매수익을 직접 누리기 때문에 이 저작권법에서 일단 배제된다. 작사가, 작곡가만 이 법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저작권법이 시행되었다 할지라도 히트곡이 많은 작사가, 작곡가에게만 해당이 되지 그렇지 않은 무명이나 영세한 대중음악인은 전혀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그들에겐 저작권법으로 누릴 수 있는 히트곡이 없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이 저작권법 때문에 발생했던 하나의 송사(訟事)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작곡가 백영호와 작사가 한산도의 법정다툼이다. 1978년 11월3일 여러 신문의 사회면기사는 이 내용으로 가득하다. ‘‘동백아가씨’는 내가 작곡했다. 작사자 한산도씨, 백영호씨 걸어 고소. 백씨의 히트곡 240개 중 ‘동숙의 노래’ 등 101곡이 내 것. 한씨 주장. 수입 3할 받기로 하고 명의 허용. 동의 없이 일부 착복. ‘

■동백아가씨를 둘러싼 송사

‘동백아가씨’ 저작권을 두고 백영호 작곡가와 법적다툼을 벌인 작사·작곡가 한산도. 이동순 제공
1970년대 대중가요계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두 사람은 전설적인 명콤비로 활동했다.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이 둘의 관계는 실과 바늘처럼 밀접했고, 거의 한 몸의 공동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48년 작사가 야인초(김봉철)가 부산 영도에서 운영하던 코로나레코드사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잠시 거기 머물다가 백영호가 부민동의 미도파레코드사로 옮길 때 함께 이동해서 가요작품 제작에 뜻을 같이 했다. 한산도는 미도파에서 작사가 및 녹음기사로 일했다. 백영호와 합작, 히트곡도 줄곧 쏟아내었다. ‘추억의 소야곡’ ‘해운대 엘레지’ ‘나의 줄리엣’ ‘잘 있거라 고모령’ ‘동백아가씨’ ‘나루터 고향길’ ‘청춘 엘레지’ ‘애수’ ‘추풍령’ ‘동숙의 노래’ ‘울어라 열풍아’ ‘여자의 일생’ ‘빙점’ ‘지평선은 말이 없다’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산도는 맨 처음 가수로 데뷔했다. ‘고향 아닌 고향’(야인초 작사·백영호 작곡)을 한종명이란 예명으로 코로나레코드에서 발표했다. 본명은 한철웅이다. 백영호보다 10년 후배이다. 1932년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소년시절 일본에서 머물다가 해방 직후 귀국해서 부산에 정착하게 되었고, 사상구 쪽에 살면서 부산중학교를 다녔다. 그러니까 가수 한종명의 노래 ‘고향 아닌 고향’은 자신이 부산에 살게 된 내력과 심정을 담은 노래이다. 이 노래의 반응이 꽤 뜨거워서 이후에도 ‘왕검성 길손’ ‘천리여정’ ‘청춘 엘레지’ ‘하와이안 코리안 송’ 등을 발표했다. 부산시절에는 손인호, 방운아, 남백송, 허민 등과 동년배로 자주 어울렸다.

한산도의 노래가사에는 서민의 눈물과 서러움, 상처와 아픔을 잘 소화시켜낸 처연함이 깃들여 있다. 대중들이 한산도의 노래가사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일체감 때문이다. 노랫말 속의 시적화자가 마치 자기인 듯한 착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효과를 지녔다. 이런 한산도 작사의 노랫말에다 백영호의 곡진한 작곡솜씨까지 더했으니 얼마나 폭발적 작용으로 끓어올랐을 것인가?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사, 작곡의 영역이 확고하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재능이 다양한 한산도가 자신의 작곡 악보를 백영호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백영호는 그것을 다시 편곡하거나 손질해서 완성작품을 만들었다. 그런 작품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한산도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말한 내용은 모두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동백아가씨’만 하더라도 초벌작업은 한산도가 했을 터이고, 완성작을 만들기까지 두 사람은 줄곧 협의하고 숙고하며 상호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한산도의 몫인지 백영호의 몫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완성작을 발표할 때는 한산도가 작사부분, 백영호는 작곡 전담으로 확정을 지었다. 문제는 ‘동백아가씨’처럼 빅히트작이 출현했을 경우이다. 음반은 천문학적 숫자로 팔리고 판매수익은 엄청나게 입금이 되니 수익배분문제에서 의견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차츰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천재 음악인 한산도의 불행

한산도의 주장에 의하면 백영호 작곡으로 발표된 240곡이 모두 자신의 작사, 작곡으로 만든 것인데 전체 수익의 30%를 반드시 지불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을 만약 외부레코드사와 계약할 때는 반드시 두 사람의 승인을 거친 다음 내보낸다는 각서까지 썼다고 한다. 그런데 1971년부터 백영호는 한산도의 도장을 몰래 새겨서 작품을 일방적 판매계약을 맺었다고 항의한다. 한산도는 고소장에서 ‘그 작품들은 나의 서럽고 한 많은 청춘을 쏟아 넣은 생명의 일부이며 그 소중한 작품을 도난당한 억울함에 고소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산도는 부산중학교 재학시절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고, 그것이 관절염으로 진행되면서 하반신마비가 되는 중증지체장애자가 되었다. 이 때문에 가수의 꿈을 접고 작곡에 전념하면서 틈틈이 만든 작품을 그때마다 백영호에게 보내었다고 한다. 히트곡 소식이 들릴 때마다 백영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고 여러 레코드사에서 계약을 맺으려 줄을 섰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전혀 음지에 가려진 고독한 처지였음을 몹시 힘들어했다.

한산도의 이러한 소송제기에 대해 백영호는 ‘불우한 처지를 동정하며 도와준 온정을 전혀 모르는 터무니없는 생트집’이라며 항변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판단할 길이 없다. 기사를 읽으면서 그냥 짐작만 할 뿐이다. 담당검사는 두 사람을 불러 대질심문까지 했다.

한산도는 재능 있는 작곡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내어 진송남의 히트곡 ‘덕수궁 돌담길’, ‘바보처럼 울었다’ 등 12곡이 담긴 독집앨범을 지구레코드 전속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서울 갈현동의 산봉우리 오두막에서 힘들게 살아간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이 고소사건은 어떤 경과를 겪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후 한산도가 소송을 취하시켰다는 기록을 보면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다른 소송의 일부는 기각이 되어서 망각 속으로 묻혔다. 작사가로 크게 이름을 떨쳤고, 작곡가로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한산도는 평생 불구의 몸으로 고통을 겪으며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1998년에 세상을 떠났다.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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