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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3> 남도 쏨뱅이탕

맑게 우려도, 붉게 끓여도…그 시원함에 ‘죽어도 쏨뱅이’ 하는구나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1-10-19 19:31:5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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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질 쫄깃단단하고 단맛도 품어
- 서남해안 전역서 사랑받는 생선
- 11월부터 맛 올라 겨울에 정점
- 회·구이로도 먹지만 탕 요리 으뜸
- 통영은 매운탕, 여수는 맑은 탕
- 지역마다 조리법도 조금씩 달라

바닷가 사람들은 식담(食談)으로 ‘독을 품고 있는 생선은 국물이 시원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예컨대 복어나 쑤기미, 쏨뱅이, 심지어 말미잘까지 탕으로 끓이면 국물이 시원하고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 진다. 그래서 매운탕이나 맑은 탕 등 주로 해장국 식재료로 널리 애용된다.
여수 금오도 쏨뱅이탕과 통영 쏨뱅이탕. 최원준 시인 제공
서남해, 남해안 전역의 연안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쏨뱅이도 마찬가지다. 등지느러미와 아가미 부분에 독가시가 있는데 찔리면 통증이 심하고 오래간다. 단 맛과 함께 감칠맛이 좋아 회로 먹기도 하지만 국물이 있는 탕으로 끓여먹으면 깊고 시원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독 쏴서 쏨뱅이… 남도 대표 탕 재료

쏨뱅이구이. 최원준 시인 제공
쏨뱅이. 쏨뱅이목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몸길이는 평균 20㎝ 내외. 눈이 크고 독가시가 있는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바짝 세우고 있는데, 여러 개의 가시 중 앞쪽 5개 정도가 독을 지니고 있다.

주로 수심 30m 전후의 조류가 빠른 암초 지대에서 서식한다. 연안에 서식하는 개체는 갈색, 깊은 수심의 개체는 붉은 체색을 띤다. 알을 배에 품고 있다가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종으로 11~3월경에 새끼를 낳는다. 생김새는 민물의 쏘가리를 닮았다.

학계에서는 독가시가 있는 어류들 대부분을 ‘쏨뱅이목’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35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중 57종이 독을 가지고 있단다. 이름의 유래 또한 ‘독가시를 쏜다’는 뜻에서 ‘쏨’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여수에서는 쏨뱅이, 완도·해남에서는 ‘쏨팽이’, 순천에서는 ‘삼뱅이’, 고흥에서는 ‘좀바’, 통영에서는 ‘자우레기’다. 그 외에도 삼베이 쫌뱅이 쫌배 복조개 쑤쑤감펭이 감팍우럭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만큼 여러 지역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고, 널리 조리해 먹는 생선이란 뜻일 게다.

쏨뱅이는 남해안 여수, 완도, 통영 권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래서인지 쏨뱅이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 또한 여수, 완도, 통영이다. 살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해 맑은 탕이나 매운탕, 구이나 찜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때문에 지역마다 독특한 향토음식의 식재료로 귀한 취급을 받고 있는 어종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탕 끓이는 법도 제각각

쏨뱅이는 6~8월 즈음에는 그 개체수가 많아져 낚시꾼들에게 ‘잡어’ 취급을 받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는 맛이 들기 시작하여 한겨울이 되면 맛의 정점에 들어선다. 때문에 산지 사람들은 겨울철 뜨끈하게 땀을 내며 먹는 ‘일미(一味)의 탕’으로 빼놓지 않는 생선이 바로 쏨뱅이다.

눈이 크고 대가리가 크기에 탕으로 끓여놓으면 국물 맛이 개운하고 육질도 단단해 식감 또한 쫀득하니 좋다. 완도 지역에서는 이 쏨뱅이를 우럭이나 민어처럼 꾸덕꾸덕 잘 말렸다가 맑은 탕이나 쏨뱅이 찜으로 두고두고 조리해 먹는다.

완도 지역의 쏨뱅이탕은 맑은 탕과 매운탕, 두 가지 탕을 모두 즐겨먹는다. 우럭처럼 잘 말린 쏨뱅이를 쌀뜨물에 넣고 오래도록 끓여내면 황태 국처럼 뽀얗고 구수한 맑은 탕이 된다. 생선 맑은 국은 신선하지 않거나 체취가 강한 생선으로 조리하면 비린내가 나는데, 쏨뱅이는 담백한 흰 살 생선이라 비린내가 적고 국물이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낸다. 된장을 약간 풀어 끓이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맛이 집약돼 국물이 진하면서도 더욱 구수해진다.

매운탕으로도 즐겨 먹는데 맑은 탕과 달리 생물 쏨뱅이로 조리한다. 생물이라 개운한 국물이 바로 우러나기에 한소끔 정도만 끓여낸다. 대신 단시간에 팔팔 끓여내야 제 맛을 볼 수가 있다.

통영에서 ‘쏨뱅이탕’은 매운탕으로 조리한다. 매운탕이기는 하지만 여타 생선매운탕과는 달리 짙붉게 짙은맛으로 오래 끓여내지 않고 고춧가루로 살짝 간을 맞추고 파르르 바로 끓여내는 식이어서 국물이 대체로 맑고 담백하다.

■금오도 칼칼한 맑은 탕 인상적

여수는 주로 맑은 탕으로 끓여먹는 것을 즐긴다. 무 파 등속에 소금간만 살짝 하는데도 그 맛이 일품이다. 대가리가 크고 뼈가 단단해 국물이 깊게 우러나오기에 한 술 뜰 때마다 끝 갈 데 없는 시원한 맛이 흔쾌하기 이를 데 없다. 땡초를 넉넉하게 썰어 넣어 칼칼한 맛이 제대로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금오도의 쏨뱅이 맑은 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곳 쏨뱅이 탕은 어슷하게 빚어 무와 대파 땡초를 넣고 소금으로만 간을 해 맑고 깔끔한 ‘속 시원한 맛’을 낸다. 냄비 안의 쏨뱅이가 살아있는 듯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국물인데 땡초로 칼칼한 매운 맛을 냈다고 음식 이름은 ‘쏨뱅이 매운탕’이다.

생선살은 한 점 한 점 살점마다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질감이 묘하게 교차된다. 씹을수록 단 맛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생선 특유의 감칠맛 또한 풍부하게 퍼져나는 것이 상당히 흔쾌하다.

모든 반찬이 금오도에서 나는 식재료로 조물조물 무쳐냈기에 음식과 반찬의 조화가 돋보인다. 방풍나물, 시금치나물, 파래무침, 멸치볶음, 마늘장아찌 등 집 밥 같은 반찬들이 정갈하다. 모든 음식에 감초처럼 들어가는 식초는 직접 담근 막걸리로 만들었기에 맛이 순하고 달큰하다. 특히 금오도 막걸리와 곁들인 서대회무침을 먹고 난 후 쏨뱅이 맑은 탕을 한 술 뜨면 깊고 시원하면서도 땡초의 칼칼함이 입 안 가득 기분 좋은 자극으로 다가온다.

여수 시내에서 맛본 쏨뱅이매운탕 또한 시원하고 담박한 맛이 꽤나 좋았다. 고추 다대기 양념을 푼 육수에 칼집을 넣은 쏨뱅이를 넣고 팔팔 끓이다가 무 애호박 양파 등과 고추 대파를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상에 내기 전에 미나리나 쑥갓 등을 고명으로 한 움큼 올려 내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쏨뱅이 음식은 모든 지역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즐겨하는 음식이라는 뜻이겠다. 오죽하면 ‘죽어도 쏨뱅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사랑을 받을까 싶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 쏨뱅이. 같은 식재료라도 지역과 조리법에 따라 독립된 음식으로 발현되는 것이 향토음식의 최대 특징이자 매력이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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