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들은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페이스리스(Faceless)’를 통해 관객들이 마스크에 가려졌던 시위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페이스리스’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 섹션에 초청됐다. 영화를 연출한 제니퍼 응고 감독은 본지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BIFF에서 한국 관객과 영화를 공유하게 돼 영광”이라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영하는데 반향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응고 감독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페이스리스’의 소재가 된 홍콩 민주화시위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 대만 등으로 송환할 수 있게 하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과정에서 촉발됐다. 송환법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탄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20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홍콩의 자유와 권리를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으로까지 나아갔다. 거센 반대 여론에 송환법은 철회됐으나 중국 정부가 질서회복 명목으로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응고 감독은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홍콩인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며 “민주 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도 많이 체포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페이스리스’는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다. 응고 감독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미래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했다”며 “이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통로이자 하나의 ‘목격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민주화시위는 세대를 아울렀지만 카메라는 특히 학생, 경찰관 아버지를 둔 딸, 예술인 등 청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응고 감독은 “많은 젊은이가 시위의 최전방에 섰다”며 “뉴스에서는 그저 ‘얼굴 없는’ 집단이었지만 마스크 뒤에 가려진 그들이 누구인지, 투쟁의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때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는 2019년 11월 폴리텍대학 시위를 떠올렸다. 경찰이 학교를 포위하고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면서 격렬한 대치가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부상자도 속출했다. 응고 감독은 “인터뷰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했다”며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학생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고, 편집하면서도 여러 번 울었다”고 회상했다.
엄혹한 홍콩의 현실은 영화 제목에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인터뷰이들의 신원이 밝혀지면 체포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모든 인물이 마스크를 쓰고 ‘얼굴 없이’ 나온다는 점에서 영화 제목을 지었는데, 한편으로는 시위 운동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해요. 시위자들은 연대와 단결의 상징으로 마스크를 썼고, 익명 속에서도 협력의 힘을 믿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긴박하게 흐르는 영화는 같은 세상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평온한’ 홍콩의 일상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응고 감독은 “세계에 홍콩이 어떤 곳인지, 시위자들이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했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도 홍콩에 대한 뉴스를 찾아보고,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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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페이스리스’ 스틸.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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