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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달고나 죽으라 핥으며 멋짐 내려놨죠…시즌2 병헌이형과 첫 호흡 기대”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10-12 18:49:5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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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직 뒤 빚더미로 생존게임 참가
- 극한상황서도 남 돕는 기훈 역할
- 사회적 메시지로 전 세계적 인기

- “약자에 손내미는 용기 공감 얻어
- 유리판 건너기 촬영때 가장 고생
- 땀에 미끄러지니 발 안 떨어졌죠”

1970, 80년대 우리나라 골목골목을 주름잡던 추억의 놀이들이 2021년 전 세계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17일 전 세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83개국에서 넷플릭스 쇼 부문 1위를 차지했고, 12일 현재 19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유리판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 우리네 추억의 놀이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핫한 게임이 됐다.

■공감의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기훈 역의 이정재.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이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이토록 전 세계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온라인상으로 만난 이정재는 “한국 콘텐츠라는 점을 떠나서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이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측면이 잘 조화를 이룬 것 같다.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형식 콘텐츠보다 캐릭터의 애환이나 서사를 세밀하게 잘 그려낸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시대가 그런 것에 공감할 수 있는 때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황동혁 감독님이 이 작품을 거의 10년 넘게 준비했다는데 10년 전보다는 지금이 더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 ‘헝거게임’ ‘라이어 게임’ 등의 영향을 받아 2008년에 처음 구상을 했다. 처음에는 영화로 준비했지만 제작이 여의치 않았고, 이제 드라마로 빛을 보게 됐다.

또한 ‘오징어 게임’ 속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사회적 루저 또는 약자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안한 이면을 보여주며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던 중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456번 참가자 기훈은 경쟁 속에서 도덕성, 정의를 찾으려는 인물로 그려지며 한줄기 희망을 비춘다. 그리고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멋짐’과 ‘잘생김’을 내려놓고 망가지며 연기파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다른 모습에 대한 갈증으로 만난 ‘오징어 게임’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극한의 게임에 사람들이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바하’ ‘신과 함께’ ‘대립군’ ‘인천상륙작전’ ‘암살’ ‘관상’ ‘신세계’ ‘도둑들’. 2010년대에 들어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모두 무게감이 있거나 멋진 모습이 도드라지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을 만났을 때 그는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까 악역이나 센 역할만 들어오더라. 그런 캐릭터가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그런 때에 황 감독님이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제안해줬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이어서 반가웠다.”

그런데 막상 힘을 빼고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연기하려고 하니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실은 생활 연기가 가장 힘들다. 강한 캐릭터는 초반에 설정을 잘 잡아서 밀고 가면 수월하게 연기가 되는데, 생활 연기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일상생활 속의 사람처럼 보여야 하면서도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그 안에서 극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연기가 혼재된다.” 그는 밤에 길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나 말하는 모습 등을 관찰하며 좀 더 평범해지려고 노력했다.

드래곤모터스라는 회사에 다니다가 파업에 동참한 이후 구조조정 때 실직하게 되는 기훈이라는 인물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모티브로 만들어낸 인물이어서 부담감이 더 컸을 법도 하다. “기훈의 베이스가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느껴지니까 마음이 많이 무겁더라. 실직 이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혼한 뒤 어머니와 둘이 사는 인물이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 기훈의 삶이 게임 도중에 트라우마처럼 나오는데, 그 장면들을 촬영할 때 슬펐다.”

하지만 그런 기훈을 통해 황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극한 상황에서 남을 돕는 기훈의 행동에 외국 시청자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런 정서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훈은 마음이 따뜻한 친구라고 생각됐다. 우리에겐 어떤 것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용감함’이 필요한데, 기훈을 통해 그런 메시지가 반영된 듯하다.” 기훈이 상대적 약자인 노인 일남이나 탈북 여성 새벽을 보살펴주고, 경쟁자인 상우에게 마지막까지 손을 내미는 모습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서이자 이정재가 말한 용감함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속 게임, ‘오징어 게임2’

‘오징어 게임’의 첫 번째 서바이벌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추억의 게임들과 마치 동화 속 공간 같은 세트다. 이정재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게임 공간이 어떻게 구현될지 너무 궁금했다. “넓은 공터에서 큰 인형을 앞에 놓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456명이 뛰어다니면서 한다거나 높은 공중에서 줄다리기와 유리판 다리 건너기를 하다는 것은 그 스케일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미국에서는 처키나 애나벨보다 더 무서운 인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 인형은 초등학교 국어책에 등장하던 영희를 모티브로 제작된 대형 인형이고, 줄다리기와 유리판 다리 건너기는 와이어 장치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촬영했다. “저는 유리판 다리 건너기를 촬영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강화유리로 만들어서 안전하다고 뛰라는데 막상 뛰려니까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 게다가 처음에는 간격이 너무 넓어서 계속 간격을 조정해야 했다. 그리고 맨발이어서 땀이 나니까 자꾸 미끄러지더라.”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달고나 뽑기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제가 시간에 쫓겨 달고나를 혀로 핥는 장면을 찍는데 황 감독님이 막 더 핥으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라며 좀 오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라는 말을 듣고는 정말 열심히 핥았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 흥행으로 벌써 2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마지막에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것처럼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과연 이 게임의 주최자가 밝혀지고, 기훈은 죽어간 사람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펼쳐질 수 있는 엔딩으로 끝나서 마음에 들었다. ‘이건 잘못된 거잖아’란 말과 함께 무시무시한 세계로 뛰어드는 기훈의 용기와 정의가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2편이 제작된다면 ‘오징어 게임’에서 프론트맨으로 특별출연한 이병헌과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지 않을까 예상도 된다. “병헌이 형과는 ‘한번 해야지’라는 말만 계속해왔다. 2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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