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사진) 사변철학은 난해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일반인이 친근감을 가질 만한 책도 많이 펴냈다. 죽기 1년 전까지 논문 서간문 단편 강의록 같은 다양한 글을 썼다. 종교·교육·자연지리·인간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 관심을 쏟았다.
그중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은 그 내용이 식탁에서 오가는 화제처럼 친근하고 흥미롭다. ‘사이좋게 오래 산 부부는 얼굴이 닮았다’는 말을 종종 접한다. 칸트가 살았던 18세기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 말을 풀었다. “금실 좋은 부부는 상호 신뢰와 애정을 공유하지요. 마주 보며 대화해 공감하면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죠. 그런 얼굴이 고정돼 간직하게 되는 겁니다.” 칸트는 자주 쓰는 얼굴 근육이 그 사람 인상을 결정한다는 인체 해부학 사실을 잘 알았던, 날카로운 ‘인간 관찰자’였다.
‘인간학’이라는 책에선 유럽 각국 민족성을 ‘뼈 때리게’ 그렸다. 독일인. 정직하고 가정에 충실하다. 정부 정책을 잘 따르며, 정착된 질서에 역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들이 창조성이 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프랑스인은 담화 취향(말이 많다는 뜻)이다. 충분히 통제되지 않는 활달을 보인다. 만연된 자유 정신이 문제. 영국인은 처음엔 이방인에 냉랭하나 일단 마음을 열면 큰일도 떠맡는다. 여성 관계가 프랑스인과는 달리 세련되지 못하다. 완고하리만치 원칙에 따라 행동하되 부인만큼은 무제한으로 배려한다. 이탈리아인은 프랑스인(활달)과 스페인인(진지함)을 합쳐 놓은 성정을 보인다. 공개된 오락을 즐기며, 잠은 쥐구멍 같은 곳에서도 잘 잔다. 칼을 잘 쓰고, 산적이 많다. 칸트 독단도 보이지만 대개는 맞아떨어진다.
정치에 대해서도 말을 쏟아냈다. 저서 ‘영구평화론’에서 정치가에게 한 말씀 날렸다. “도덕을 존중하게 되어야만 참된 정치가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대선 계절을 맞아 곱씹어볼 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