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원더 우먼스 무비’
- 중국 6세대 감독 작품 소개도

그해의 주제에 따라 주목할 만한 영화인이나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섹션이다.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Ⅰ은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영화를 모은 ‘원더 우먼스 무비’이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Ⅱ는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중국의 포스트 6세대 감독들의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이다.

■원더 우먼스 무비

★살람 봄베이!(미라 네어/인도)

	살람 봄베이!

서커스단에 혼자 남겨진 소년 크리슈나는 대도시 봄베이로 와서 거리의 부랑아 무리들과 함께 지낸다. 인도의 대표적 관광 도시인 봄베이의 이면에는 거리의 아이들, 사창가의 여성들, 마약 밀매업자들이 미래 없는 일상을 운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빈곤한 현실이 자리한다. 크리슈나의 시선에서 도시의 이면을 들춰내는 ‘살람 봄베이!’는 거리 위의 척박한 현실을 그려내지만 동시에 크리슈나와 슬럼가의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꿈결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구성해낸다.

★심플 라이프(허안화/홍콩·중국)

성공한 영화 프로듀서인 로저는 늘 소탈한 차림새이지만 입맛만은 유독 까다롭다. 태어날 때부터 집안일을 도맡아온 아타오 덕분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60년 넘도록 로저네 집안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아타오는 로저와 형제들에게 양어머니 같은 존재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타오가 더 이상 로저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은퇴를 선언하고 요양병원에 들어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로저는 살뜰하게 아타오를 챙긴다. 홍콩의 거장 허안화 감독은 ‘천녀유혼’ ‘황비홍’의 프로듀서 로저 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희생과 헌신보다 상호 돌봄과 가족애가 칭찬받는 세상을 꿈꾸었다.

★가버나움(나딘 라바키/레바논)

	가버나움

부모조차 생년월일을 모르는 소년 자인에게는 동생들이 아주 많다. 아끼는 여동생 사히르가 초경을 하자마자 집주인에게 집세 대신 아내로 팔리는 것을 참지 못해 집을 나왔고, 에티오피아 출신 미혼모 라힐을 만난다. 라힐은 불법체류자로 한 살배기 아들 요나스를 몰래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라힐이 돌아오지 않게 되어 자인은 요나스를 혼자 돌보게 된다. 자인에게는 출생증명서가 없고 라힐에게는 체류 허가서가 없다. 배우이기도 한 나딘 라바키 감독은 자인 역에 베이루트 거리에서 찾은 시리아 난민 알 라피아를 캐스팅하고, 본인은 자인의 변호사 나딘으로 출연해 공적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이들을 영화 안팎에서 변호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

★카일리 블루스(비간/중국)

	카일리 블루스

감옥에서 출소한 첸은 조카 웨이웨이를 찾아 카일리를 떠나 전위안으로 향한다. 그 길목에서 그가 당도한 곳은 가상의 천변 마을 당마이. 그곳에서 첸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상상과 꿈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과 조우한다. 이때 카메라는 압도적이고 장대한 롱테이크로 당마이의 시공간을 신나게 오고 가고, 그 사이 인물들과 사건은 마주쳤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길 거듭한다. 연속적인 내러티브에의 욕망을 거둬낸 감독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죽음의 세계조차 뛰어넘어 다르게 살고 또 계속 살아 있다. 로카르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미래로 걸어가다(리뤼준/중국)

뉴스에서는 경제 발전의 희망가를 전하기 바쁘지만 야오팅 가족은 곤경에 처했다. 가난한 부모는 대도시 선전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 간쑤로 돌아간다. 부양의 책임을 떠안은 야오팅은 홀로 선전에 남아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며 틈틈이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해 돈을 번다. 영화는 극적으로 대조되는 선전과 간쑤의 풍광과 그곳의 고된 노동을 충실히 그린다. 야오팅은 급변하는 중국 사회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선전과 간쑤 그 어디에도 쉬이 정착할 수 없다.

★평정(송팡/중국)

베이징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린은 도쿄에서 신작 시사회를 마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쓰인 나가타현으로 향했다. 린은 최근에 오랜 연인이었던 귀렌과 헤어졌다. 홍콩에서도 짧은 행사 후 린이 찾은 곳은 전철과 배를 타고 들어간 한적한 숲이었다. 홀로 길을 나선 그녀의 침묵 위로 새와 벌레, 계곡의 물소리가 흐른다. 린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걷고 멈추고 응시하고 또 걷는다. 청년 시절에 문화혁명을 경험한 부모를 두었고, 1970년대 후반 중국에서 시행된 ‘한 자녀 정책’ 시기에 둘째로 태어난 송팡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