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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의 대안 모색 <6> 서로 돌보는 소모임의 힘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된 소모임, 일상 나누는 작은 대화는 계속된다

  • 이대한 시민기자
  •  |   입력 : 2021-08-26 21:34:1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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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유대감 나누는 살롱문화
- 코로나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져

- 문학에 기반한 회복하는 글쓰기
- 내면의 이야기 솔직하게 풀어내
- 중구 공간지원으로 거점도 마련

- 레코드 노이즈 청년여성에 주목
- 지역여성 이야기 언어화에 집중
- 전시 등 새로운 방식 확장 도모

- 초록영화제 매달 한번 영화 감상
- 공간 섭외 수고에도 14년째 유지
- 온라인 개최로 지역 경계 허물어

“Are you alone? / 우린 지금 연락해야 해 / 서로의 안부를 챙겨주며 / 복잡한 얘기를 들어주면 돼.”

코로나 시국의 답답함을 토로하듯 단절된 우리에게 다시금 연결의 필요를 이야기하는 음악, 10㎝의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일상에서 미세하게 이어져 있는 작은 연결들을 놓지 않아야 함을 말한다. 마음껏 만날 수 없는 상황, 안부를 묻기 힘든 요즘. 그럼에도 각자 방식으로 연결하고, 이야기로 묶이며, 서로 돌보는 작은 모임들의 현재를 들여다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이 모임과 함께한다. 답답함 속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돼 있다.
‘회복하는 글쓰기’ 구성원들이 부산 중구의 모임 공간에서 글쓰기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은 커뮤니티 만들기

코로나 창궐 직전은 ‘커뮤니티 전성시대’라 했을 만큼 다양한 모임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살롱 문화’로 불리며 아지트 콘셉트의 공간이 생겼고, 멤버십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일종의 사교 공간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장했다. 예술 관련 주제부터 인문학, 글쓰기, 영화, 여성 등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깊은 대화를 주고받는 이른바 ‘판’이 깔렸다.

주목할 점은, 살롱 문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개인적 질문을 하거나 정보를 얻는 것을 자제하기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 서로 누군지 몰라도 오히려 더 편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게 된다. 강한 연결이 아닌, 미세하고 느슨한 연결을 통해 유대감을 나누는 문화가 흐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고 말았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연결되던 사람들은 현재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있을까.

■회복하는 글쓰기

‘회복하는 글쓰기’ 모임방 창가에 책이 가지런히 놓였다.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 ‘회복’인지 ‘글쓰기’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꾸준히 모임이 이어져 오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그렇지만 언제나 사람의 온기가 있던, 지금 날씨에 딱 어울리는 그런 모임이라 생각했다.

글쓰기를 키워드로 하는 모임은 많다. 하지만 회복하는 글쓰기는 작고 나지막하게 끄적이는 것을 넘어 서로를 향한 배려와 적당한 거리감 속에 모임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산 중구 또따또가의 공간 지원을 통해 거점을 마련한 그들은 코로나로 주춤거리면서도 공백을 조심스럽게 채워나가고 있다. “어떤 주제를 정해 글을 쓴다기보다 서로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집중한다.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잊고 살았던 언어들을 서로에게 찾아주려 한다.”

문학을 기반으로 갖가지 모임을 연 생활예술모임 곳간의 프로그램 명이던 ‘회복하는 글쓰기’는 곳간 운영자 김대성 문학평론가와 참가자들이 함께 조직했다. 회복하는 글쓰기 운영을 함께하는 이혜미 씨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을 통해 티 나지 않게 서로 돌보며, 작은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고 전한다. 글을 아주 잘 쓰는 게 목표도 아니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려는 것도 아닌, 그저 작은 끈을 서로 나눠 가지며 연결되어 있는 것. 그 순간 이 모임의 목적은 회복도, 글쓰기도 아니게 되고, 그저 이어져 있는 것만으로 모임이 완성되어 있다.

어떤 모임에서 운영을 위한 목적이 꼭 필요할까? 되묻게 되는 순간이었다. 따뜻한 환대를 바탕으로 한 각자들의 연결은 지금도 이어진다.

■레코드 노이즈

레코드 노이즈가 주최한 ‘지역 청년 여성’ 관련 워크숍 모습.
2020년 부산문화재단 청년문화활성화사업에 선정되며 등장한 ‘레코드 노이즈’는 ‘지역 청년 여성’ 서사의 결핍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시각 예술 큐레이터와 작가로 구성된 4인은 자신들의 활동에 관해 지역에서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통해 같은 또래 여성에 주목하고, 이를 키워드로 모임을 구성한다. 활동은 큰 갈래로, 주제 워크숍과 글쓰기 워크숍으로 나뉜다. 주제 워크숍에서는 ‘지역 청년 여성’ 담론에 관해 발제하고, 글쓰기 워크숍에서 각자 경험을 글로 풀며 우리 주변에서 비공식적인 언어가 아니면 기록될 수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언어화’하는 작업에 몰두 중이다. 2021년 청년문화육성지원-청년모꼬지사업의 연속 지원이 이뤄졌다.

레코드 노이즈는 명확한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이어나간다. ‘주변 또래 여성의 이야기’가 지역에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적극적으로 동료와 친구를 찾아 나서게 하고, 서로 공감대를 파악하며 안부를 확인한다. 작지만 강하게, 느리지만 정확히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이 모임은 때로 그 과정이 어려울지라도 꿋꿋하게 이어가는 구성원의 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어디서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불편을 공감해주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레코드 노이즈는 확장을 도모한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며 풀어내는 형태가 앞으로 모임이 될지, 전시가 될지, 또 다른 무언가가 될지 모르지만 지역에서 반드시 흘러야 할 여성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려는 의지가 분명하니, 우리는 어딘가에서 또 새로운 모습으로 ‘레코드 노이즈’를 만날 것 같다.

■초록영화제

14년 연륜을 쌓은 부산 초록영화제에서 관객이 환담하는 장면이다
무려 2007년부터 지속되는 모임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작은 영화제. 대안공간 ‘공간 초록’에서 시작해 14년간 켜켜이 쌓은 커다란 시간의 산은 ‘초록초록’하다. 영화를 보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쩌면 단순한 형태의 영화제는 어떤 힘을 지녔기에 이렇게 긴 시간 이어졌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한때 관객으로 오시던 분들이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도 한다. 공간 초록의 방향이 ‘주인도 손님도 따로 없는 공간’이었던 것처럼, 초록영화제도 그러한 방향과 지향을 생각한다.” 코로나를 겪으며 모임 형태도 변하고 있다. 펜데믹을 맞아 모임을 잠시 멈췄다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온라인으로 열었다. 그러니 부산 아닌 다른 지역에서 종종 찾아주는 사람들이 생겨 새로운 이야기가 쌓인다. 오래 지속한 저력은 이런 점에서 빛을 발한다. 지역을 떠나 있는 사람도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의 힘이다.

바쁘고 고된 생활 속에서 운영진이 모임을 지키는 이유에는 영화를 소개하는 일이 재미있고, 영화제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 매달 영화를 선정하는 일부터 공간을 섭외하고 참가자를 맞이하는 일까지 수고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뜻밖에 이런 과정이 ‘재미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영화제를 이어가는 마음이 거창한 신념이나 책임감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초록영화제는 오늘(8월 27일) 오후 7시 ‘이야기가 되지 못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다큐멘터리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를 온라인 상영한다.

■서로 돌본다는 것.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얘기하고, 작은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말았다. 감출 것이 많아졌고, 나의 불편함이 누군가에겐 당연해지는. 어쩌면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단절됐고, 연결을 통해 회복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 안에는 꾸준히 작은 모임을 유지하는 누군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공통으로, 이 모임을 유지해나가는 원동력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대답은 각기 달랐지만 중요한 사실은 각자 영역에서 각자의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들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보통의 순간을 지키고자 작은 대화를 이어나가며 단절을 극복해왔고, 그렇게 쌓인 시간을 통해 펜데믹 상황도 ‘담담하게’ 이겨낸다. 문화의 작은 단위인 소모임이 가장 넓게 사람을 만난다.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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