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가 너무 오래 살았지.” “더 살기 싫다.”
노년기에 들어선 부모 중에는 ‘죽음’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이를 두고 ‘속마음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너희들이 정말 보고 싶구나’ ‘아이들이 자주 날 보러 와주면 얼마나 좋을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이 오히려 ‘죽음’을 더 자주 얘기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삶과 죽음을 달관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는 매달 1000명에 가까운 노인과 보호자를 만나는 저자가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펴낸 책이다. 부모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
부모의 돌봄으로 자녀가 성장했듯, 자녀도 어느 순간 부모를 돌보게 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노년의 부모는 매일 아프다고 하면서도 병원은 안 가고, 직장에 있을 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사소한 것까지 물어본다. 잔소리와 고집도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고, 자녀가 보호자로서 내리는 결정 또한 마음에 들어하는 법이 없다. 이렇게 사소한 갈등이 쌓여 결국 부모자식간 관계까지 나빠진다.
저자는 부모와 자녀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욕구나 감정보다는 자녀 스스로가 느끼기에 좋은 방식,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돌보려한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누구나 처음이고 낯선 ‘노년기’를 잘 보내는 방법도 소개한다. 노인들은 공허함, 쓸쓸함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보통 늘그막의 짝을 배우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배우자가 꼭 인생 최고의 동반자라는 법은 없으며, 마음을 잘 알아줄 친구를 사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