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간 아랍인과 만나온 저자
- 이집트 맥주산업 성업 사실 등
- 우리가 가진 편견·오해 일깨워
- 英 스파이 장교 이야기도 흥미
“사모님께 음식 잘 먹었다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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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사막을 낙타를 타고 건너던 아랍인들은 이 동물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시를 읊으며 낙타와 친구가 됐다. 국제신문 DB |
예멘의 한 가정에서 식사대접을 받은 뒤 저자는 집주인에게 평범한 감사의 말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그의 부릅뜬 눈과 정색하는 말투였다. “감사의 인사는 나에게 하면 되는 거야. 내 처에 관한 이야기나 이름조차 네 입으로 직접 말할 필요는 없어.”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가부장 문화다. 저자는 아랍의 살벌한 남성중심문화가 이슬람교에서 비롯됐다는 게 오해라고 한다. 아라비아반도에 살던 아랍인들은 7세기에 이슬람이 창시되기 이전부터 이미 남성 중심 사회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거친 사막에 살며 부족간 침입과 전쟁이 일상화된 이들에게 전투를 수행할 남성을 더 귀하게 여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쟁에서 패하면 여성은 타부족의 전리품이 됐다. 여성을 빼앗기는 것은 큰 수치로 여겨졌기에 이를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여자아이를 생매장하는 끔찍한 악습까지 생겨났다. 저자는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던 예멘의 여성들이 두바이에 내리자마자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던 검은 니캅을 벗어던지는 것을 보며 예멘 여성들의 숨막히는 현실을 실감한다. 그러나 100년 전 한국 여성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예멘에도 그런 변화가 가능하리라 낙관한다.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의 저자 손원호는 젊은 시절 아랍어 전공자로서 이집트 정부 초청 장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 아랍 땅을 밟을 기회를 얻었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그는 피라미드의 신비함에 반해 있었고 고대 이집트인의 지혜와 위대한 파라오의 힘을 느껴보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피라미드 앞에서 그가 만난 것은 이 위대한 유산을 이용해 관광객의 돈을 뜯어내려는 끈질긴 장사꾼들의 뻔뻔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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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국왕이었던 파이살 1세(가운데)의 오른쪽에 T.E.로렌스가 보인다. 부키 제공 |
‘위대한 고대 이집트인의 후손이 왜 이렇게 살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그의 관심은 이집트 고대 유적에서 이집트 사람으로, ‘아랍인’으로 옮겨갔다. 이집트 예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아랍인들을 만나면서 그들 고유의 특성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에 빠져들었다. 가장 선진적인 고대 문명의 후손들이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탐구의 대상이었다.
아랍 국가 사람이 모두 이슬람 교도는 아니다. 이집트의 올드 카이로에는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마을이 따로 있다. 이란은 아랍이 아니고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아랍인과 인종과 언어가 다르다. 아랍 사람들은 음주를 안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집트 등에는 직접 술을 담가 마시는 가정이 많고, 맥주 산업도 성업을 이룬다. 우리가 아랍에 관해 가진 상식 상당부분이 편견이거나 오해라는 사실을 저자는 18년 아랍경험의 내공으로 일깨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아랍을 사랑한 영국 신사로 잘 알려진 영국 스파이 장교 T.E. 로렌스의 진실, 아랍 사람들이 낙타를 사랑한 이유, 서구 열강의 땅따먹기에 산산이 부서지고 갈라진 아랍과 쿠르드인의 비극, 모두 가지 말라고 말렸던 ‘무서운 나라’ 예멘에 사는 평범하고 친절한 사람들…. 아랍에 관한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가득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