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모만큼 든든한 존재가 없듯, 부모에게 아이는 힘과 용기의 원천이다. 최근 출간된 그림책 ‘건전지 아빠’는 가족이 서로에게 미치는 이러한 긍정의 에너지를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은 건전지 아빠(AA)다. 크기가 작은 건전지 아이들(AAA)이 “우리 아빠는 잘하는 게 많아”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큼 만능 재주꾼이다. 리모컨에 들어가 텔레비전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도어록(door lock)을 작동시켜 빈집을 안전하게 지킨다. 또 전자 모기채 그물망에 전류를 흐르게 해 단잠을 방해하는 모기도 쫓아낸다.
위기의 순간에는 슈퍼맨이 되기도 한다. 비가 세차게 내린 어느 날, 계곡물이 불어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손전등에 들어가 빛을 밝혀 구조 요청을 돕는다. 비가 손전등 안까지 들어와 방전될 위험에 처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강인하고 듬직하게 느껴진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 건전지 아빠가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 또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건전지 아이들이 활짝 반기며 꽉 끌어안자 아빠의 몸도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며 금세 충전이 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전지를 내세운 그림책은 친근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리모컨 도어록 손전등 내부처럼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공간을 포착해 일터로 설정한 점이 돋보인다.
이러한 섬세한 발상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해내고 있을 수많은 부모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따뜻한 촉감의 양모 펠트 인형을 활용한 화면 구성 또한 흥미롭다.
그림책에는 사랑스러운 건전지 가족을 좀 더 실감나게 만나볼 방법도 수록돼 있다. 맨 앞장에 삽입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그림책의 원작이 된 애니메이션과 곧장 연결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