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 다른 두 배우의 주연 무대
- 우명희는 묵직 … 남명지는 발랄

고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모노드라마로 만들어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올린다.

	1인극 ‘그 남자네 집’의 우명희 배우. 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오른쪽 사진은 남명지 배우는 발랄하고 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극단 하늘개인날은 오는 22~31일 남구 어댑터플레이스에서 연극 ‘그 남자네 집’을 공연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작품은 2004년 고희를 넘긴 고 박완서 작가가 첫사랑에 관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을 부산교대 심상교 교수가 희곡으로 각색하고 극단 하늘개인날의 곽종필 대표가 연출한다. 지난 3월 어댑터플레이스 개관 후 첫 연극 작품이다.

소설 ‘그 남자네 집’의 내용은 주인공이 우연히 후배의 집을 방문했다가, 6·25전쟁 후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 돈암동 안감천변에서 같이 살았던 먼 친척뻘 되는 첫사랑 ‘현보’라는 이름의 그 남자네를 기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몇 년 후 군에 징집됐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상이군인이 된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백수인 현보는 미래가 불투명한 남자다. 그와의 사랑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현실적인 엘리트 은행원 민호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 현보와의 재회,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우명희, 남명지 두 배우가 각각 모노드라마로 관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남 배우가 오는 22~26일, 우 배우가 27~31일 공연한다. 어댑터플레이스에서 지난 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두 배우는 5분씩 짧은 공연을 선보였다.

우 배우는 극중 인물을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냈다. 그는 “고 박완서 작가가 70이 넘은 나이에 쓴 작품이지만 첫사랑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라 오히려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와는 다르게 남 배우는 “주인공이 내 나이인 40대 후반이라면 이랬을 거라고 생각해 발랄하고 활기차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두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두 작품을 한 번에 연습하는 기분이다. 우 배우는 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에너지가 묵직하다. 그래서 차분한 톤으로 진행된다면 남 배우는 좀 더 발랄하고 발산하는 에너지가 맞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한 작품이지만 정과 동으로 표현하게 돼 하나의 합일점이 있는 완성도를 갖게 됐다. 관객도 한 작품을 두고 두 배우와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는 무대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각색을 맡은 심 교수는 “최대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그 느낌 그대로 살리고자 애썼다. 원래 현대소설을 잘 읽지 않아 이번에 처음 접한 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지만, 내가 각색자가 아닌 창작자였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누구나 가지는 양면적인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인데 두 사람이 1인극으로 더욱 잘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만 원.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