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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에 홀리고 간이역에 반하고…‘북캉스’로 더위 안녕

책사랑꾼 8인 여름휴가 추천 책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7-12 19:48:5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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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할 만큼’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사람도 휴가 때 책을 읽을까. 놀랍게도 대답은 ‘Yes’다. 휴가에는 일과 무관하게 진짜 읽고 싶었던 ‘힐링 도서’를 읽을 수 있어 독서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진정한 책사랑꾼. 그들에게 이번 여름휴가에 어떤 책과 함께하면 좋을 지 물어봤다.
■정인 소설가

▷작가들의 정원(재키 베넷·샘터)= 세계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19명의 영국 작가가 살았던 집의 정원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정원을 가꾸었는지, 그 정원에서 어떤 사유를 하고, 무슨 작품을 구상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정원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읽다 보면 그들이 정원을 가꾼 이유와 자연환경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살림)=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해안 습지에,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와 오빠, 언니들이 다 떠나버린 후, 홀로 남겨진 여섯 살 난 여자아이가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살다가 마침내 삶을 성취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어린 여자애의 성장을 통해 고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은 자연에서 본성을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기사 아래 추천글 전문 게재)

■박정오 호밀밭 출판사 편집자

▷섬에 있는 서점(개브리얼 제빈·문학동네)=전자책이 익숙해진 시대에도 종이책 특유의 냄새, 헤진 흔적, 한 장씩 넘길 때의 촉감 등은 포기하기 어렵다. 서점의 존재는 종이책이 사라져선 안 되는 절박한 이유다. 이 책에는 서점 하나가 개인의 삶, 나아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관한 뭉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휴가에는 잊고 지낸 책의 따스함을 다시금 느껴보자.

▷임계장 이야기(조정진·후마니타스)=휴가여행 떠나는 길.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묵묵히 일하는 경비원의 뒷모습이 보인다. 버스터미널, 텁텁한 공기와 소음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버스에 짐을 싣는 배차원의 뒷모습도. 이 책은 이런 뒷모습을 통해 상상과 공감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고와 우리 사회의 환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배민기 웹툰작가

▷소용돌이(이토 준지·시공사)=일본 공포만화작가 이토 준지 작품. 여름휴가 때 에어컨 바람 맞으며 보는 그의 만화는 무더움을 잊게 해 줄 ‘대박 아이템’이다. 소용돌이는 작가 특유의 괴기스러운 그림과 연출을 더욱 자신있게, 마음껏 그려냈다. 귀신 등 특이한 존재가 주는 흔한 공포가 아닌, 우리 마음 깊은 곳의 공포를 얇은 갈고리로 하나씩 끄집어 내는 괴랄한 방법을 선택했다.

▷파인(윤태호·재미주의)=개인적으로 미생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 1970년대 신안앞바다 보물선 사건이 모티브로, 선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이 악당들이 ‘악당임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부지런하고 필사적으로 사는지 지켜보는 것도 ‘핵꿀잼’이다. 휴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의 짠내 나는 바다와 땀냄새 진동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다.

■반시연 스릴러소설 작가

▷제비뽑기(셜리 잭슨·엘릭시르)=귀신은 나오지 않는다. 비슷한 것도 없다. 가면 쓴 살인마의 무대도 아니다. 죄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사건도 특별하지 않다. 평온한 일상이다. 그럼에도 무섭고 그렇기에 무섭다. 셜리 잭슨은 잔잔한 수면의 불쾌한 파동을, 느릿하게 퍼지는 미지근한 온기를 굳이 속삭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쓴다. 휴가 후 돌아가 뒤섞여야 하는 곳의 이야기를.

▷잠에 빠진 소년(믹 잭슨·노란잠수함)=특별한 경험 만들러 가긴 피곤하고, 예약 놓쳤고, 돈도 없고, ‘북캉스’나 하자 했지만 호러는 싫고 미스터리는 감질나고 멜로는 남 연애질이고 애초에 난 뭘 하고 싶은 거지, 한다면 그때 바로 믹 잭슨이다. 이 고약한 이야기들은 기괴하고 웃기다. 기괴하다 못해 웃음이 나고 이런 얘기에 웃는 내가 이상하다. 어차피 뻔하게 보낼 휴가, 제대로 개판을 쳐보자.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드라큘라(브램 스토커·열린책들)=여름만 되면 이 책이 생각난다. 무더위를 쫓아줄 으스스한 흡혈귀 이야기려니 하고 읽었다가 그 쓸쓸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정말로 더위를 싹 잊어버렸던 책이다. 여름용 명작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드라큘라의 원전이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에 맞서는 과학,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관과 영국인의 성의식까지 작품에 담긴 여러 의미는 덤이다.

▷조선잡사(강문종 외·민음사)=조선시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았을까. 직업을 뜻하는 잡(JOB)의 역사, 여러 직업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잡(雜)스러운 역사는 옛이야기처럼 재미있다. 현재와 비슷한 직업도 있고, 진화한 직업도 있고, 사라져버린 직업도 있다. 웃음도 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눈물겨운 조선시대 밥벌이의 역사 앞에 숙연한 마음도 든다.

■계선이 책방 ‘카프카의 밤’ 대표

▷지독한 끌림(정봉채·다빈치)=20년간 우포에 살며 우포늪만 카메라에 담아온 정봉채 사진가의 사진에세이. ‘내가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자연도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아챈 그의 글과 사진에는 여백이 많아 읽는 이의 마음을 비우고 쉬게 한다. 우포늪과 동화될 수는 없겠지만 평생 그 곁에 살 거라는 저자의 고백에서 ‘지독하게’ 사랑하는 법 또한 배운다.

▷ 리얼리티 버블(지야 통·장호연)=리얼리티 버블은 일상 세계를 지각하는 데 작용하는 심리적 거품을 뜻한다. 환경 재앙이 진행 중인 지구의 현 상황에도 인류가 변화는커녕 기존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맹점’ 때문이다. 저자는 풍부한 과학 이론과 사례를 통해 거품 밖 ‘진짜’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새로운 시야를 얻는 순간, 생명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지은 산지니 편집자

▷수박 수영장(안녕달·창비)=수영을 못 하는 나에게, 수박 수영장은 내가 유일하게 가고 싶은 수영장이다. 철퍽철퍽 밟을수록 물이 고이는 수영장이라니! 씨 하나를 빼서 달달한 수박 속에 몸을 담그고, 수박 껍질 미끄럼틀을 신나게 탄 다음, 시원하게 먹구름 샤워를 끝내고 나면 이보다 완벽한 여름휴가는 없을 것이다. 이번 여름은 바다도 워터파크도 아닌 수박 수영장이 필요하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임효진·산지니)=무료한 회사를 탈출한데 이어 한국마저 뛰쳐나와 새로운 생활을 개척한 청년의 이야기. 일에 파묻혀 지내다 겨우 얻은 휴가를 마냥 누워서 보낼 수만은 없다! 그저 그런 스펙에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던 저자가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어쩌면 당신이 휴식을 즐기고 있는 바로 그곳이 당신의 일터가 될지도 모른다.

■조준형 문우당 서점 대표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의 명시‘ (김소월 외·스토리팜)=잠들기 좋은 두꺼운 책 만큼이나 좋은 게 아무 데나 툭 던져놓고 잊고 있다가, 눈에 보이면 다시 ‘쓱’ 보는 책이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에 잘 맞는 것 같다. 얇은 책에, 짧은 글이라 언제 어디서든 읽기 편하다. 세상 복잡한 지금, 한 어절 시어에서 시간과 세월을 녹여내어 세상을 보여주는 시는 여름을 차분히 가라앉게 해 준다.

▷기차가 걸린 풍경(나여경·산지니)=꼼짝달싹 못하는 지금, 책 속에서 여유를 찾아가게 만드는 여정을 안내한다. 여행책은 아니지만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갈 때마다 그 작은 간이역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노라면 어느새 하동역, 일광역을 지나던 옛 까까머리 시절로 빨려 들어간다. 아직 자유롭지 않지만, 책 속의 글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정인 소설가 책 추천 전문

★작가들의 정원(샘터)/재키 베넷 지음, 리처드 핸슨 사진, 김명신 옮김

 ‘정글북’의 작가 리디어드 키플링은 영국을 ‘하나의 정원’이라고 했다. 집들마다 정원이 있는 영국을 비유한 표현이다. 주거공간이 거의 아파트다시피 해서 초록이라고는 화분 몇 개에 의지하는 우리와는 퍽 대조되는 환경인 셈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작지만 마당이 있는 집이 꽤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은 생각만 해도 푸근해진다. 그곳에선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아진다. 하물며 정원이라 이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야…. 서점의 서가에 꽂힌 ‘작가들의 정원’을 망설이지 않고 빼든 이유다.

‘작가들의 정원’은 세계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19명의 작가들이 살았던 집의 정원에 관한 이야기다. 엄밀하게 말하면, ‘영국’의 작가들이 몸소 가꾸면서 삶을 실천했던 장소의 이야기이다.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애거서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윈스턴 처칠, 토마스 하디, 윌리엄 워즈워스, 조지 버나드 쇼, 존 러스킨, 리디어드 키플링 등.

책은 작가들이 왜 정원을 가꾸었는지, 그 정원에서 어떤 사유를 하고, 무슨 작품을 구상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자연 속에서 얻게 되는 만족스런 휴식이 있고, 즐거운 노동이 있고, 행복한 만남이 있다. 그곳에서 작가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위안을 받았으며, 문학사에 빛나는 글들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 지식을 교류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가장 의외로 평가 받는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정원에서 일할 때 가장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죠지 버나드 쇼도 그래서 94세의 나이에도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치다가 사망했다.

영국의 소설가 엘리자베스 폰 아님은 말했다. ‘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안에서 보호 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 애거사 크리스티도 말한다. ‘나무에는 없는 게 없었다. 신비와 공포, 은밀한 기쁨, 범접하기 어려움, 초연함 등. 나무 그늘에서 나오면 마법은 사라졌다. 그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책은 작가들의 정원에 대해 말하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만든다. 정원은 많은 작가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깊은 사유가 가능하게 만들었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아울러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의 배경이 되고, 로알드 달이 ‘제임스와 슈퍼복숭아’를 쓰도록 영감을 주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소설 곳곳에 자신의 정원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를 즐겼고, 버지니아 울프도 단편 ‘과수원’에서 몽크스하우스라 이름 붙인 자신의 정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그렸다.

이제, 세계문학사에 발자국을 새긴 작가들의 정원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고 있다. 워즈워스가 출생한 집은 자칫 버스정류소가 들어서느라 사라질 뻔했지만 지역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헐릴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사람들을 맞고 있다.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정원들은 그들에게 그랬듯, 방문자들에게도 정서적인 안정과 만족감을 선물할 것이다. 무릇 자연은 그런 것이 아닌가.

질 수는 없지만, 누군가 잘 가꿔놓은 정원을 책으로나마 엿보는 것은 잠시 쉬어가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바쁜 삶은 언제나 쉼표를 필요로 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델리아 오언스 작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해안 습지에,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와 오빠, 언니들이 다 떠나버린 후, 홀로 남겨진 여섯 살 난 여자애가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살다가 마침내 삶을 성취하는 이야기다.

1969년의 어느 날, 해안의 습지에 한 남자의 시체가 누워있는 것으로 시작된 소설은 1952년, 카야 엄마의 가출 장면으로 이어져 2009년, 카야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대과거와 과거로 서술이 이어지다가 현재에 와서 마침내 수십 년간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450페이지 분량의 소설은 겉보기엔 성장소설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사랑, 사회, 환경, 추리 등 다양한 장르를 내포한, 묵직하면서도 마냥 무겁지 않게 쓴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작가가 소설의 배경으로 삼은 미국의 해안 습지는 우리에게 퍽 생소한 공간이지만 작가의 구체적이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은 섬세한 묘사에 의해 공간에 대한 상상력은 힘을 얻고,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탄탄한 서사에 의해 노스캐롤라이나의 해안 습지가 실재적인 장소로 다가온다. 즉 어린 소녀가 처한 야생의 환경을 독자가 느끼게 하는 데 아쉬움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 배경 속에서 여섯 살짜리 어린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 배고픔은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을 후벼 파다가, 아이가 자라 소녀로서 겪는 조심스런 사랑에 마음을 죄었다가, 카야가 살인자로 몰려 법정에 섰을 때는 의혹과 안타까움에 조바심이 났다가, 여자를 한낱 노리개로 취급하는 남자들의 의식에 분통이 터졌다가, 흑과 백의 인종차별에 대해선 가슴이 답답했다가, 해안 습지의 풍경과 다양한 동식물의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에 여행의 충동을 느끼다가-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자연환경인데도 작가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에 습지의 한 공간이 열린다- 하며 읽는 재미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소설은 끝나버린다. 순간, 아주 맛있는 밥상을 허겁지겁 먹어치운 느낌이 들면서 너무 맛있어서 맛을 제대로 모르고 먹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불쑥 든다. 결말 부분의 아쉬움조차 없었다면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첫 소설인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쓴 세 편의 논픽션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연구자이다. 그녀가 이 소설을 쓴 동기는 연구자로 지내는 동안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고, ‘자연에서 인간 본성을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도 글로 쓰고 싶’어서셨다.

그것을 알고서야 작가가 어째서 이 어린 소녀에게 홀로 해안 습지에서 살아가는 설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사라졌다. 소설에 묘사된 습지는 우리에게 퍽 낯선 환경이다. 어린 소녀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데라고 상상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개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곳의 기후는 온화하고 ‘홍합이나 물고기 같은 식량을 조달하면서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살아남는다는 게 믿을 법’한 공간이다. 과연 카야는 습지에서 잡은 홍합과 물고기를 점핑네 가게에 가서 다른 먹거리와 교환해 생활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관찰했던 내용을 평생의 연인 테이트에게 깨친 글자로 기록해둠으로써 뒤늦게 명성을 얻게 된다. 작가의 의도가 정확하게 드러난 결말인 셈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학창시절 한참 몰입해서 소설을 읽던 때의 느낌을 되살려주고, 소설가로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만든 소설이다. 이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도 많고, 더 감동 깊은 작품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읽는 재미에 빠져 읽었던 소설이다.

정리=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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