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1961년생)는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는 태도와 몸짓을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상대에게 부담감을 주는 스타일의 남자가 아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듯이 눈부터 웃는 사나이에게 불편함을 느낄 이유가 없다. 다니엘 데이루이스나 호아킨 피닉스 같은 연기파 배우가 뿜어내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녔다기보다는 부드러운 미소와 장난기 가득한 눈매를 지녀 어쩐지 귀여운 강아지(?)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의 남성다운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웃겨놓고 자기도 웃기도 하고 특별하게 심도 있는 농담을 하지 않아도 그가 말하면 상대방은 그저 즐겁다. 즐거운 대화의 분위기로 이끌 줄 아는 능력남이라 할 수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 이때의 조지 클루니 모습을 놓고 ‘훈남 끝판왕’이라고 한들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나? 그 목소리는 또 어떻고.

목소리 자체도 고급스런 차량의 엔진처럼 소프트한 울림이 있다. 상대방을 비판하기보다는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농담을 띄우기도 하고 칭찬의 말로 상대 기분을 ‘업’시켜주는 남자다. 그와 나누는 대화가 유쾌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다. 연기를 해야 하는 영화에서도 이런 면모를 자주 보여 실생활 속 인터뷰나 토크쇼를 볼 때에도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장난기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된 대상은 맷 데이먼, 리처드 카인드, 제리 웨인트랍, 브래드 피트 등등. 예를 들면, 브래드 피트 형과 ‘오션스 일레븐’을 찍던 어느 날, 촬영이 일찍 끝나고 사람들이 못 알아보도록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둘이서 세트장 바깥으로 나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 그 때, 장난끼가 발동한 클루니가 갑자기 피트 형을 가리키며 “우와, 브래드 피트다!” 라고 크게 소리질렀다. 사람들은 피트를 알아보고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순식간에 피트에게 몰려들었다. 클루니는 사람들에게 겹겹으로 둘러싸인 피트를 놔두고 사람들이 자신도 알아보기 전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조지 클루니가 나온 영화를 꽤나 보았다. 의외로 주제가 중후하고 다소 심각한 영화를 제작하고 출연도 했구나 새삼 느낀다. 영화 ‘디센던트’(2011년)는 하트 헤밍스의 동명 소설(The Descendant)을 원작으로 한다.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하트 헤밍스는 하와이 원주민과 영국인 선교사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녀에 따르면 ‘디센던트’라는 제목에는 유산과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담겼다. 감독은 알렉산더 페인이 맡았는데 나는 이 감독님 영화를 좋아한다. 전작 ‘사이드웨이“(2004년)’를 보고 이 분에게 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그의 수준 높은 유머감각 때문에 더욱 좋아한다. ‘디센던트’도 페인 감독 영화만의 정수가 담겨있으면서도,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요소가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아주 현실적이고도 진지한 주제를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도, 보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페인 감독은 ‘디센던트’에서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문화를 배경으로 슬프고 진지한 이야기를 위트와 유머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조지 클루니 역시 완벽해 보이는 일상을 살던 한 남자가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후 그 안에서 인간미와 책임을 발견하는 과정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는 일은 재미있다.” 페인 감독의 말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조합으로 탁월한 캐스팅을 해내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 몇 해 전 ‘사이드웨이’의 배역에 먼저 관심을 표한 조지 클루니를 차버린 감독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그를 기용했다. 반면 나머지 출연진은 대체로 인지도가 낮은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번에도 알렉산더 페인의 과감한 캐스팅은 탁월했다.

영화 ‘디센던트’ 줄거리를 살펴본다. 뜻하지 않은 아내의 사고. 그동안 몰랐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 잘나가는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 분). 아내가 어느 날 보트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다. 아내의 사고에 절망한 맷은 막내딸과 함께 기숙사에 있는 큰딸 알렉산드라(쉐일린 우들리 분)에게 엄마의 상태를 전하러 가지만, 그간 일에 매달려 가족에게 소홀했던 사이 부쩍 커버린 딸들과의 소통이 법정 변론보다 더 난해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딸은 아내(엄마)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고 맷(아빠)에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평온하다고 여겼던 한 남자의 인생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딜레마! 그의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된다.

큰딸 알렉산드라와 함께 엄마의 불륜남 브라이언 스피어(매슈 릴러드 분)를 찾아나서는 과정과 그의 집까지 찾아가서 벌어지는 일들도 흥미롭다. 결국, 맷은 불륜남 브라이언에게 말한다. “아내는 퀸즈병원에 있어, 아내에게 작별인사 하러 와, 그 말을 하러 내가 여기에 온 거야.”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우리 정서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 내내 조지 클루니는 하와이언 스타일의 헐렁한 남방이나 티셔츠에 반바지를 걸치고 약간은 띨빡한 아빠 역을 훌륭히 연기해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두 딸이 집안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동안 뜰채를 들고 풀장을 청소하는 모습과 딸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참으로 선하고 아름답게 보였다.(이런 장면을 연출한 페인 감독의 역량도 훌륭하지만). 디센던트(Descendant)는 자손, 유산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맷과 친척들의 연대, 가족의 새로운 관계 형성의 중요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상 재난영화 라 할 수 있는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 2000년)을 보았지만, 조지 클루니의 장점과 특징이 별로 살아나지 않은 영화였다. 앞·뒷부분 잠깐만 항구와 마을이 나올 뿐 내내 물고기, 바다, 좁은 어선에서 지지고 볶거나 위기에 직면한 사내들만 나온다. CG와 특수촬영 탓에 예산은 많이 들었다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도 규모가 빈약한 영화에 속한다. 다만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늘로 치솟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오르는 조그만 고깃배, 그 장면 하나는 장관이었다.

‘해고 전문가’라고 들어보셨는지요? You are fired!(넌 해고야!). 어디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일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트럼프는 탈락자들에게 ‘You are fired’를 외쳐 일약 스타가 됐다. 그러면 영화 ‘인 디 에어’는 트럼프를 위한 영화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비행기 마일리지를 쌓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주인공인 라이언 빙햄 (조지 클루니 분)은 직원들을 직접 해고하기 꺼리는 고용주들을 대신해 직원들에게 대신 해고를 통보해주는 회사의 베테랑 직원이다. 집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와 힐튼호텔이 더 친숙하다. 오히려 가족이나 집, 차를 일종의 짐처럼 여긴다. 인생 최고 목표는 전 세계 6명밖에 없다는 천만 마일 마일리지를 보유하는 것. 출장지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알렉스(베라 파미가 분)와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온 회사에서 라이언을 기다리던 소식은 당돌한 신입사원 나탈리(에나 켄드릭 분)와 그녀가 개발한 화상 인터뷰 해고 시스템. 출장이 인생의 낙이자 목표인 라이언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사장을 설득할 겸 나탈리를 데리고 출장 다니게 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주도 아마 이 말을 심심찮게 해야 할 것이다. 팀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못한다거나 도움이 안 되는 선수는 방출(해고)해야 한다. 이 악역을 구단주가 해야 한다. 브래드 피트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주 빌리 빈 역할을 한 영화 ‘머니 볼“(2011년)에서도 선수를 자르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프로 세계는 냉엄한 것이다. 이런 역을 누가 해야 할 것인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상 누군가가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사람 자르고 난 뒤 그 여운이 씁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인 디 에어’는 가벼운 터치로 인생의 묵직한 의미를 짚는 영화다. 그게 장점이다. 주로 하늘에 떠있던 한 남자(그래서 제목이 Up in the Air)가 삶(현실)이라는 지상에 착지하는 과정을 신선한 연출로 그린다. 출연진이 치고 받는 감칠맛 나는 대사와 재치 있는 상황 설정이 재미를 더한다. 영화 후반에 드러나는 알렉스의 원래 모습(일반적인 주부 모습)도 반전의 묘미를 던진다. 해고자가 양산되는 미국 사회의 잿빛 현실을 놓치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라이언에게 상사는 말한다. “애 좀 먹을 거야. 요즘 엄청 잘리고 있거든.” 한 중년 남자의 정신적 성장담을 휴먼 스토리로 전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적한다.

해고당한 직원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내며, 누군가는 침착하게 자살 협박을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차가지 아닐까.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부터 실직에 이르기까지 그 파장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19’까지 가세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인 디 에어’에서 조지 클루니(오른쪽)는 비행기 출장에 집착하는 해고전문가라는 별난 역할을 맡았다. 다시 봐도 훈남은 훈남이다.

	조지 클루니(왼쪽)가 영화 ‘인 디 에어’에서 젊은 동료와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조지 티머시 클루니(George Timothy Clooney)는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배우다. 다섯 차례 골든 글로브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상에서 그의 출연작과 제작 작품에서 두 차례 수상했다. 미국 켄터키 주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TV 앵커였던 아버지 닉 클루니 를 비롯해 50년대와 60년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한 가수였던 로즈마리 클루니와 베티 클루니가 바로 두 고모일 정도로 할리우드에 친숙한 집안이었다.

이런 가정환경 덕분에 방송가에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사실 현재 그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배경이 있다. 전형적으로 얼굴만 잘생긴 미국 남부 촌놈(?)이던 그가 촌빨 날리던 시절을 청산하고, 중년이 되어가면서 섹시하고 깔끔한 상류층 신사 이미지를 장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이 난 것이다. 실제로 커리어 초기 시절 부업으로 여성들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구두를 판매하는 일 등을 마다하지 않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아무튼 촌놈 이미지를 벗어던진 뒤, 3편까지 개봉한 ‘오션스 시리즈’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흥행 배우로 입지를 굳혔고 코엔 형제 감독의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년)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시리아나’(2004년)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코엔 형제 감독 작품에 자주 캐스팅되는데, 띨빡한 수준을 넘어선 바보 얼뜨기 역으로 나와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시리아나’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지만,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 2008년)을 클루니 대표작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조지 클루니가 한물 간 퇴물 변호사인 마이클 클레이튼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하나의 비유를 통해 요약해 본다. 가령, 우리나라 삼성, 현대 같은 세계적 대기업이 범죄에 해당하는 부정을 몰래 저질렀다고 가정한다. 기업은 어떡하든 저지른 범죄(음모, 악행)를 무마하려고 온갖 수단을 총동원한다. 엄청난 자금을 투하해 관련된 사람들을 매수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위기에 몰려 벼랑 끝에 서있는, 그것도 한물간 퇴물 변호사 나부랭이가 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진실을 파헤쳐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는 줄거리였다고 떠오른다면 이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을 제대로 본 것이다.

이 영화 라스트신을 두고 좋다고 멋지다고 난리도 아니다. 주인공 마이클이 모든 상황을 경쾌하게 매듭짓고 건물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올 때, 뒤처리를 위해 경찰들이 그를 지나쳐 반대 방향으로 몰려가는 40초가량 ‘멀리 찍기(롱테이크)’장면은 짜릿하다. 이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삶의 수렁에서 빠져나가는 마이클 모습을 심도 깊이 비춰준다. 마지막으로 택시 뒷좌석에 탄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운전사가 묻는다. “어디 가세요?” 그가 답한다. “50달러 드릴 테니 그냥 아무 곳이나 갑시다.” 그리곤 엔딩 타이틀이 흐르는 내내 카메라는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만난 자의 얼굴을 오래오래 들여다본다. 50달러 어치 드라이브가 끝난 뒤 마이클 클레이튼은 어디로 향할까.

	네스프레소 커피 광고 속 조지 클루니.

샤를리즈 테론이 ‘크리스챤 디올 쟈도르 우먼 오드 퍼퓸’ 광고 모델로 유명하다면 조지 클루니는 커피 광고로 매우 잘 알려졌다. 13년째란다. ‘네스프레소’ 광고다. 광고 내용도 매우 재미있다. 클루니가 이 회사 광고를 오랫동안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클루니와 네스프레소가 함께 진행 중인 남수단 프로젝트가 그 이유다. 클루니는 수단 내전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세계에 알리고 수단인을 돕기 위해 자신이 광고모델로 있는 네스프레소에 도움을 청했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커피 농장을 되살려 농민의 자립을 지원하자는 취지. 네스프레소는 클루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남수단 커피산업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추신>

올해 5월 유엔 회의에서 ‘학살 규탄’ 발언을 한 변호사가 조지 클루니의 아내 아말 클루니였다고 보도됐다. 야말은 레바논계 영국인으로 인권 변호사이다. 그녀가 한 발언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소수 민족인 야지디(Yazidi)족을 상대로 벌여온 학살 및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아말은 2016년부터 야디지족 피해자를 위한 소송을 맡고 있다. “이런 잔혹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기소하려면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야말 클루니, 지난 5월 유엔 회의에서. 조선일보 인용) 정익진 ijj0715@hanmail.net

	2008년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정의파 변호사로 열연하는 조지 클루니(오른쪽).이 영화는 클루니의 이미지를 세계의 많은 관객에게 강하게 각인했다.

	영화 ‘디센던트’에서 ‘아버지’ 조지 클루니가 딸들이 노는 집안 수영장을 청소하는 그 장면이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 ‘디센던트’에서 열연하는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는 영화 ‘디센던트’에서 평온한 줄 알았던 일상이 쿵쾅쿵쾅 장애물에 부딪히자 삶의 심연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