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잘라 한지와 결합한 미술 작품이 1일부터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된다.

이건희 작가가 자기 작품을 관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계획된 우연’ 기법을 사용해 관객에게 뭔가를 전달하려는 뜻에서 전시 제목이 ‘소곤소곤 말하는 종이(Talking Paper)’이다. 종이판에 신문지 조작을 먼저 넣고 그 위에 한지죽을 붓는다. 이를 흔들어 우연하게 물속 수초가 움직이거나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우연한 듯하지만 오랜 작업 끝에 얻은 노하우다.

신라대 이건희(디자인·아트학부 조형미술전공-서양화) 교수는 20년 이상을 재료 물성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한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도 ‘문자작업에 있어 물성과 형상성에 대한 연구’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마음 속에는 늘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지에 눈을 뜨게 됐다는 것. 지금은 작고한 류행영 한지장을 찾아가 한지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노동이 되고 말아 류 한지장의 제자인 안치용 한지장에게서 재료를 받아 작품에 쓴다.

이 교수는 자기 작품을 실생활에도 적용해 수건에 넣거나 식탁보, 컵에도 적용했다. 생활과 예술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아버지 제사 때 쓰려고 병풍에도 자기 작품을 넣을 계획이다.

이 교수는 “소통하는 방법이 많은 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통이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는다. 이를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며 “한지와 신문이 가지는 물성적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