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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27> 브라질이민선과 부산 제2부두

고되고 낯선 ‘커피나라’로 떠난 이들… 뱃고동도 슬피 우네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1-06-20 19:55:3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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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부터 애달픔의 부두
- 고향과 작별하고 만리타국 향한
- 브라질이민선 출항 장소이기도
- 이국서의 삶 막막함 그려내거나
- 민족긍지 담아낸 노래들 선보여

미국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미나리’가 최근 화제였었다. 이민(移民, immigration)이란 것은 평생 살아온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아주 옮겨가서 그곳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가족과 고향을 작별하고 만리타국으로 떠나는 이민자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막막함 불안감 절박함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었으리라. ‘한국유이민사’(현규환·1976)에는 여러 이유로 조국을 떠난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서술로 가득한데, 브라질이민 부분은 차마 읽어내기에 가슴이 아프다. 왜냐하면 그 내용의 절박함이 다른 어떤 지역의 이민과 정착과정보다도 한층 고달프고 심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출항 직전 부산항 제2부두에서 대기하고 있는 브라질 이민선.
국토의 면적으로 치면 브라질은 세계 5위의 대국으로 한반도 면적의 40배에 달한다. 16세기 중반부터 포르투갈식민지로 개척되어 불안정한 고난의 시기를 거친 뒤 마침내 브라질로 독립되었다. 현지 교민이 쓴 ‘브라질 한인 50년사’(박동수·2012)의 기록에 의하면 브라질 최초의 이민자는 1918년 배편으로 현지에 무단 입국한 박학기라고 한다. 이후 1926년 이종창 등 3명, 1931년 김영두 등 일가족 6명, 1956년 반공포로 50명 등이 정부에 의한 공식적 이민 이전의 기록이다. 1961년 고광순 등 15명이 ‘한백문화사절단’으로 갔다가 눌러앉았고, 이어 1962년 12월 초, 정부의 후원으로 모집된 농업이민자 103명이 네덜란드 선적의 치차렌카 호를 타고 이듬해 2월 초순, 무려 두 달 동안의 항해를 거쳐 산투스 항에 도착한 시점부터가 이민사의 첫 페이지’라고 소개한다. 브라질이민단이 출항한 장소가 바로 부산항 제2부두였다.

■브라질이민단, 부산항 눈물의 출항

   
남상규의 ‘브라질이민선’ 수록 앨범.
아무튼 고향을 작별하려는 이민자들은 유리병에 흙 한 줌을 담아들고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부산을 출발해서 브라질까지는 무려 열 군데의 항구에 정박했고, 지구를 거의 반 바퀴나 도는 장기간의 고된 항해를 이겨내어야만 했다. 특히 파도가 거친 남대서양을 통과할 때는 심한 배 멀미로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선상생활에서는 영화를 보며 무료를 달랬고, 적도를 지날 때는 적도제(赤道祭)를 지내기도 했다. 피로에 지친 여인네들은 갑판에 나와 동요 ‘고향의 봄’을 부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다시는 돌아가기 힘든 고향을 떠올리며 북받치는 설움과 탄식으로 아픈 노래를 불렀으리라 여겨진다.

1차 이민단의 구성원들은 은퇴, 취업 등 순수하고도 적극적인 이민신청자와 그 가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가운데는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려던 자, 곗돈을 절취하고 도망치려는 자 등 각종 부류들이 몰래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브라질에 도착해서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불편과 고통을 교민사회에 안겨주었음은 물론이다. 사탕수수와 커피나무가 많은 브라질에서는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었는데 이런 명분으로 해외농업이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브라질에 도착해서 농촌으로 이동했지만 농업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지라 기술부족에 풍토병 독사 독거미 따위를 겪으며 하나둘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 농촌을 떠나 상파울루나 기타 봉헤찌로, 브라스, 리베르다지, 아클리마사웅 지역으로 옮겨와 도시주변인이 되었다. 그러한 흐름은 한때 브라질에서도 사회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 상파울루 지역 일대가 한국인 밀집 거주 지역으로 가장 유명한데 전체교민의 수는 대략 5만 명가량으로 추정한다. 이민초기의 빈궁하던 생활수준이 악전고투 끝에 꽤 상위층으로 살아가는 성공적 정착사례가 많다고 한다. 정착초기엔 일본인 거주마을 부근에서 살며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봉제업, 의류제조업은 한때 한국인이 완전히 장악했던 분야였으나 값싼 중국제품들의 공세로 예전 명성을 잃은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농업이민으로 옮겨와서 곧바로 직종을 바꾼 과정을 현지인들은 별반 곱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민자 애끊는 심정 다룬 노래들

   
유인수의 ‘브라질로 가는 이민선’ 수록 앨범.
1963년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는 브라질이민선의 출발과 이민자의 애끊는 심정을 다룬 노래가 두 곡이나 출현했다. ①에서는 이민자의 불안감, 막막함, 작별의 슬픔과 고통, 향수 따위가 잔잔히 깔려 있다. 이에 비해 ②의 노랫말에는 만리타국을 가더라도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적 긍지와 민족문화를 잊지 말라는 당부가 들어있다. 배웅하는 일가친척들과 작별하는 장소도 부산항 제2부두이다. 그곳은 20세기 초반, 일제가 식민지 수탈품의 수송로, 혹은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했다. 6.25전쟁 직후 제2부두는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기지로 바뀌었다. 한때 부관페리호 국제여객부두로도 쓰이다가 이후 컨테이너 야적장, 창고 등으로 바뀌었다. 예전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어려우며 재개발 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제2부두는 일제강점기부터 피눈물의 장소였다. 지원병 징용 정신대 근로보국대 따위의 명분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관부연락선에 오르던 바로 그 역사적 장소가 아니던가. 1945년 8월 해방이 된지 18년이나 경과해 모습은 사뭇 달라졌어도 옛날의 제2부두는 여전히 근대사의 애달픔이 짙게 서린 장소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브라질이민선은 바로 그 제2부두에서 출항의 뱃고동을 올렸던 것이다.

① 정들은 고향 집에 늙은 부모 남겨 놓고/ 신천지 찾아가는 브라질이민선/ 행복이 기다리나 기다리나/ 슬픔이 기다리나 기다리나/ 이별 슬픈 뱃고동에 물새도 우는 구나/ 아 고향 만 리 브라질이민선// 눈물 진 갑판 위엔 손수건을 흔들면서/ 창파를 타고 가는 브라질 이민선/ 달 밝은 밤이면 밤이 오면/ 야자수 그늘 밑에 그늘 밑에/ 내 고향을 그리면서 목메어 울 터이지/ 아 고향 만 리 브라질 이민선(‘브라질 이민선’ 김문응 작사·나음파 작곡·남상규 노래·아세아레코드 1963)

   
② 한 달 열흘 험한 항로 떠나는 내 겨레여/ 커피 나라 브라질에 행복 찾아 갔느냐/ 정든 고국 등에 지고 신천지에 가거든/ 향수의 민요가락 아리랑을 불러다오/ 눈물의 이민선 내 동포 다 한 사랑// 이역만리 낯선 나라 떠나는 내 겨레여/ 제2부두 떠나갈 때 아픈 마음 달래며/ 친척들의 눈물 속에 지천 잃고 실려가/ 고국 땅 그립거든 아리랑을 불러다오 / 눈물의 이민선 내 동포 다한 사랑 (‘브라질로 가는 이민선’ 정월산 작사·유금춘 작곡·안다성 노래·오메가레코드 1963)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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