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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산책길…사별한 아내 향한 그리움 ‘뚝뚝’

조성래 시인 새 시집 ‘쪽배’ 출간…현대문명 안타까운 시선도 담아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6-06 18:57:5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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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무슨 할 말이 있겠나 … 창밖엔 겨울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려 울어도 나는 도무지 무관해서 밤늦도록 눈물 없이 홀로 앉아있다’(‘하늘통신’ 중)

백양산 갈맷길 걷는다/우리 옛날 그 길을 홀로 걷는다… 아, 정다운 바위틈 약수터/투병하던 그대 손 잡고/천천히 올라와/생수 나눠 마시고 하늘 우러렀던 곳(‘산책’ 중)

조성래 시인의 새 시집 ‘쪽배(사진·산지니)’가 나왔다.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4부 4편의 시에 아내와 사별한 시인의 슬픔과 허전함이 뚝뚝 묻어난다. 그의 이번 시집에는 쓸쓸함의 정서가 유독 진하게 묻어난다. 시란 것이 본디 고독을 바탕으로 쓰이기도 하겠지만 상처한 아픔이 그 외로움을 더 깊게 만든 것 같다. 계절의 변화조차 아내가 없이는 그저 무관하고 무감해 한 마디 말도 없이, 독한 술로 밤을 달랜다. 아내의 이름을 습관처럼 불러보며 함께 걷던 길마다 문득문득 멈춰 서는 시인의 걸음이 느껴진다. 아내가 못 견디게 그립다는 시를 써서 그리움을 견딘다.

시집 ‘쪽배’에는 또한 살풍경하고 비인간적인, 전염병과 황사로 가득찬 현대 문명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구하는 시인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다.

안개가 쳐들어온다/항구도시에 바이러스 번지는 저녁/막강한 안개 군단이 제7부두에 진주/해안선 포위한다(‘항구’ 중)

우포늪 맑은 물에 쪽배 한 척 잠겨 있다/세월 놓치고 뒷전으로 밀려나 천천히/물 아래 가라앉는 생의 한 부분 보여주고 있다(‘하늘거울, 쪽배’ 중)

조성래 시인은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84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국에 대하여’ 등 7편의 시집을 냈고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받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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