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드라마인데 주제가 가사며 멜로디가 찰떡같이 입에 맴도는 ‘질투’.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강의를 마치고 부리나케 귀가해 TV를 켜면 주인공 하경과 영호는 오늘도 친구인지 애인인지 헷갈려하며 썸을 탄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은 고구마 전개여서 지금 같으면 댓글이 난무하겠지만 그땐 그런 연애가 대세였다. 밀당, 내숭, 연상녀 판타지, 티격태격, 티키타카가 모두 ‘질투’에 들어있었다.
‘질투’는 트렌디 드라마의 시작이자, 최루탄·화염병이 사라지고 압구정동 야타족·낑깡족이 등장했던 90년대 초반 X세대를 위한, X세대의 드라마였다. X-Generation. 90년대 초 국내에 상륙한 이 용어가 이병헌 김원준을 모델로 한 화장품 광고에 쓰이면서 X세대는 간섭을 거부하고 컬러가 확고한 90년대 이후 학번 70년대생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시대의 우울이 걷힌 90년대 드라마는 발랄해지고 밝아졌다. 풍요를 바탕으로 대중문화는 유행과 개성의 디테일을 그렸다.
‘질투’가 40% 넘는 시청률을 올린 데는 고(故) 최진실의 자연스럽고 귀여운 연기도 한몫했다. 최진실은 ‘질투’로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는 최고 스타가 됐고, 귀여운 여동생에서 사랑스러운 국민 애인으로 등극했다. 최수종이 좋아한 여인 이응경이 운영하던 피자집과 데이트 장소였던 편의점은 90년대 이후 치킨 피자 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는 데 기여했다. 전화 한 통에 슬리퍼 끌고 편하게 만난 남사친의 애정 상담을 듣다가 속으로 욱해서 ‘질투’가 완전 내 얘기네 했던 그 시절 추억도 슬쩍 고백해본다.
#그 유명한 ‘질투’ 마지막 장면. 스태프들이 레일을 깔고 카메라를 뱅글뱅글 돌리며 찍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360도 회전 씬. 그렇게 ‘질투’는 고백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친구에서 애인으로 가는 모험보다 차라리 평생 친구를 택했던, 기억의 서랍 속 잠들어 있던 내 스무 살 추억들을 불러온다. 지금은 가고 없는 그리운 모든 것, 헷갈림에 밤새 고민했던 청춘의 시간들, 사랑했던 여배우, 희미해진 첫사랑의 기억,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드라마 한 편, 고마워. 넌 나의 20대였어.
장은진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