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세상은 재밋거리로 가득한 놀이터다. 뭐든 동심 속 상상의 세계와 어우러져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가의 책이 나왔다. 3년 전 인형의 집 되찾기 소동을 벌였던 생쥐 가족의 두 번째 이야기로, 전 세계 어린이의 친구인 ‘패딩턴 베어’ 시리즈를 창조한 마이클 본드 작가의 유작이다.
생쥐 가족은 대저택의 장식품인 인형의 집에 산다. 아빠인 퍼크 씨, 엄마인 퍼크 부인, 그리고 아기 생쥐 13마리는 대저택을 자신의 집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주인 부부가 휴가를 떠난 동안 사악한 저택 관리인 루시 프라이스 씨가 집에 들어오면서 생쥐 가족에게 위기가 닥친다. 인형의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프라이스 씨는 대저택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받으며 생쥐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상금을 주는 대회를 연다. 관람객은 생쥐 찾기에 혈안이 되고, 생쥐들은 집 안 이곳저곳에 몸을 숨기느라 하루 종일 진땀이 난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결심한 퍼크 씨는 프라이스 씨를 골탕먹이기 위한 묘안을 짠다. 그리고 모두 잠 든 밤, 대저택을 지키기 위한 생쥐 가족 15마리의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

집 안에 쥐가 산다는 설정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동화 속 쥐는 일반적인 설치류의 모습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저택 주인과 오래 함께 살아온 가족으로서 집안에 들이닥친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활약을 펼친다. 집이 흥미진진한 모험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인 에밀리 서튼이 저자의 상상력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전작인 ‘아주 특별한 인형의 집’이 생쥐 15마리의 소개와 인형의 집 묘사에 집중했다면 이번 이야기에서는 기발한 소동을 벌이는 생쥐의 움직임을 과감한 붓 터치로 흥겹게 그렸다. 카메라를 피해 인형의 집 곳곳에 숨은 생쥐들의 삐죽 나온 수염과 모자 쓴 머리 등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생쥐 가족이 건네는 귀여운 당부의 말에 책을 덮는 순간까지 미소 짓게 된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